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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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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과 비디오 촬영으로 연습하라

PT 잘하는 비법 ③
등록 2013-11-02 06:18 수정 2020-05-02 19:27

내 직업을 소개하면 으레 발표를 잘하는 비결을 묻는다. 그러면 되묻는다. “당신이 발표하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까?”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몇 년 전 동영상 강의를 촬영할 기회가 생겼다. 500명이 넘는 청중 앞에서도 기죽지 않을 만큼 담력을 키워왔기에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막상 촬영한 영상을 보니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였다. 저걸 수강생들이 돈 내고 본다니 아찔했다. 몸에 밴 습관을 단기간에 날려버릴 특별 대책이 필요했다.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훈련에 돌입했다.
1단계, 일단 원고를 썼다. 원고가 없으면 연습량에 상관없이 사족이 많이 붙어 매끄럽게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PT)일수록 첫인사부터 마무리말까지 구어체 문장으로 완성해야 한다. 2단계, 원고 읽는 것을 녹음한다. 처음부터 동영상 활영을 하면 혼돈에 빠진다. 욕심내지 말고 일단 발표 원고를 읽는 내 목소리를 들어본다. 자신감이 잘 표현되고 있는지, 발음상에 문제는 없는지, 의미 없는 소리가 습관적으로 반복되고 있진 않은지 등을 확인한다. 입에 착착 달라붙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수정하는 작업도 함께 한다.
대본 암기도 완벽하고 음성도 만족할 만큼 다듬었다면 이제는 발표 자세와 표정, 제스처 등을 연습할 차례다. 적어도 상반신이 모두 보일 만큼 큰 거울 앞에서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연습한다. 이때 제스처에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게 좋다. 마지막 단계는 스마트폰의 후면 카메라로 PT 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것이다. 발표 중간에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전에 가까운 환경에서 정확하게 점검해볼 수 있다.
자, 어떻게 됐을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세련된 PT를 하는 게 아닌가. 동영상 강의 촬영도 대성공이었다. ‘야신’ 김성근 감독이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야구는 간단한 거예요. ‘알고 있다’고 하면 되질 않는 거예요. 알고 있다가 아니라 ‘할 수 있다’가 돼야 해요. 할 수 있다로 변하는 방법은 연습뿐이에요.” 하나를 알더라도 철저히 연습해서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 놓은 선수만이 실전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PT도 마찬가지다. 머리로 아는 것과 행동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별개다. 녹음과 비디오 촬영이라는 연습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당신의 PT는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이렇게 훈련해 무대에 서보자. 달라진 청중 반응을 피부로 느껴보고 그 황홀한 성취감을 맛보리라. 연습이 쌓이면 말하기 스타일마저 세련돼 주변 사람의 태도까지 달라진다. 그러면 인생도 바뀐다. 그게 인생을 바꾸는 PT의 비결이다.

남기만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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