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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정수의 경제 뒤집어보기

난 2008년 검찰이 한 일을 알고 있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 등 구속하며 국세청이 CJ를 봐줬다고 욕하는 검찰 2008년 당시 CJ 1700억원 탈세 사실 알고도 눈감은 검찰의 후안무치

제974호
등록 : 2013-08-12 15:12 수정 : 2013-08-15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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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전군표 전 국세청장과 허병익 전 차장이 잇달아 구속됐다. 2006년 7월 CJ한테서 30만달러와 5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두 개를 받고 세무조사를 봐준 혐의다. 송광조 서울 지방국세청장도 스스로 옷을 벗었다. CJ에서 접대와 금품을 받은 비위 혐의를 검찰이 국세청에 통보한 직후의 일이다. 전·현직 국세청 고위 간부들이 대기업 한 곳의 로비에 연루돼 무더기로 동반 구속되거나 사임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25년 13명 청장 중 무사한 사람 6명

전군표 전 청장은 처음에는 혐의를 부인하더니 결국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CJ에서 받은 금품은 취임 축하금이라고 변명했다. 2006년 CJ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3천억원대의 세금 탈루 정황을 포착하고도 봐줬다는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CJ도 세무조사 무마용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CJ 관계자는 “애초 30만달러는 허병익 차장이 ‘전군표 청장의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에 돈이 필요하다’ 며 도움을 요청해서 준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어느 쪽이 진실일까?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터이지만, 설령 취임 축하용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 국세청장에게 취임 축하용으로 수억원을 주는 게 관행이었다면, 다른 대 기업들은 과연 가만히 있었을까? 겉으론 축하용이라고 하지만 결국 나중에 탈세 혐의를 눈감아주거나 세금을 깎아주지는 않았을까? 또 전 전 청장처럼 다른 청장들도 관행적으로 대기업들에서 거액의 금품을 받지 는 않았을까? 의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2006년 CJ에서 30만달러와 5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두 개를 받고 세무조사를 봐준 혐의로 지난 8월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전군표 청장은 재임 중에도 (직원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지난 8월3일 전 전 청장이 구속된 직후 통화한 국세청의 간부는 어렵사리 입을 떼었다. “(전 전 청장은) 부하 간부들에게 (상납) 압박이 특히 심했다. 지저분한 짓을 많이 했다.” 전 전 청장의 상납 비리는 이미 지난 2007년 일부가 드러났다.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미화 1만달러와 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국세청장으로는 재직 중 처음으로 구속됐다. 또 감옥에 있던 2009년에는 후임인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차장 시절인 2007년) 인사 청탁과 함께 고 최욱경 화백의 작품인 <학동마을>을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CJ 사건은 전 전 청장과 검찰의 악연으로는 세 번째인 셈이다. 국세청 간부는 “전 전 청장이 CJ 외에도 기업들을 밖에서 많이 만났다”고 털어놨다. 전 전 청장의 뇌물 수수가 더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 전 청장의 전임자인 이주성 전 국세청장 역시 악명이 높았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이주성 청장도 밑의 직원들에게 상납 압박이 심했고, 기업인이나 부하 간부들과 어울려 골프 모임도 자주 가졌다”고 털어놨다. 이 전 청장은 재임 시절 프라임그룹으로부터 19억원짜리 아파트를 뇌물로 받은 혐의로 2008년 11월 구속됐다. 국세청의 한 간부는 “이주성·전군표 청장 시절은 국세청 역사 중에서 최고의 암흑기였다”고 말했다.

전군표·이주성 청장이 상대적으로 더 심했는지 모르지만, 돌이켜보면 국세청 최고위 간부들의 비리와 불법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88년 7대 서영택 청장이 처음으로 문민청장 시대를 연 이후 김덕중 현 청장의 전임자인 19대 이현동 청장에 이르까지 25년간 13명의 청장(1명의 청장대리 포함) 중에서 무사했던 사람은 겨우 6명에 불과하다. 10대 임채주 청장이 한나라당을 위해 기업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모금한 이른바 ‘세풍사건’으로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12대 안정남 청장(건설교통부 장관 재직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임), 13대 손영래 청장(2002년 썬앤문그룹 세무조사 관련 추징 세액 축소 지시로 구속), 15대 이주성 청장, 16대 전군표 청장, 17대 한상률 청장, 허병익 청장대리 등이 줄줄이 ‘국세청장 오욕의 역사’에서 한 페이지씩을 장식했다.

검찰 무슨 이유로 CJ 봐줬을까?


국세청장은 전국 2만여 국세 공무원을 지휘하면서 세금을 걷어 나라 살림을 위한 재정을 조달하고 세무조사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자리다. 그만큼 돈과 권력의 유혹에 쉽게 노출되는 자리인 만큼 그 누구보다 엄격한 공직자윤리가 요구된다. 하지만 국민들의 바람과 달리 상당수 국세청장들이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서 기업들에 세금을 깎아줘 나라 재정을 축내고, 개인적 치부에 열을 올렸다면, 결국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 된다. 또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는 재임시 봐준 기업의 사외이사나 대형 법률회사 고문으로 취업해 세무조사를 무마해주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로비스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적지 않다. 구속된 허병익 전 차장은 실제로 CJ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었다.

2006년 CJ의 금품 제공 사실은 검찰에 구속된 ‘비자금 관리인’ 신아무개 부사장이 처음 털어놓았고, 이재현 회장도 이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2008~2009년 세무조사 무마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게 아무것도 없다. 경찰은 당시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관리를 맡았던 이아무개 CJ 재무2팀장을 청부살해 혐의로 조사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CJ의 탈세 혐의를 파악하고, 국세청에 고발을 요청했다. 또 이후 이 팀장의 재판 과정에서 CJ가 국세청에 1700억원의 탈루 세금을 납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국세청은 CJ가 탈루 세금을 자진납부한 것으로 처리하고, 고발도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때도 CJ가 국세청 고위층에 로비를 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국세청뿐이 아니다. 검찰도 당시 경찰 수사 결과와 국세청의 세무조사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었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당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수사를 하던) 대검 중수부가 국세청 조사국을 압수수색하다가 CJ가 1700억원을 탈세한 것을 조사한 서류를 확보했다. 이재현 CJ 회장이 탈세를 했는데, 국세청이 봐준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반적으로 조세포탈범에 대한 수사는 국세청이 검찰에 고발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탈세 규모가 큰 사건은 국세청의 고발 없이도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검찰은 국세청이 CJ를 봐줬다고 욕하지만, 결국 자신도 CJ의 탈세를 눈감아준 셈이다. 지난 6월 검찰이 4년 만에 다시 CJ 비자금 수사를 재개했을 때 의문이 제기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국세청 간부들이 뇌물을 받고 CJ 세무조사를 무마해줬다면, 검찰은 무슨 이유로 CJ를 봐줬을까? CJ 관계자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2008~2009년) 당시 검찰과 국세청을 막느라 (회사가) 정신없이 바빴다.”

국세청과 검찰의 최고위직 간부들까지 CJ를 비호했다면, CJ의 진짜 배후는 누구일까? 그 실마리는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ㄱ아무개씨가 CJ로부터 수억원의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이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조사할 때 CJ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린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을 통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그냥 덮어버렸다. 검찰 안에서는 지난 4년간 CJ 수사 움직임이 간간이 있었으나 번번이 막혔다는 얘기가 돈다. 특히 지난해에는 CJ 수사를 막는 검찰 수뇌부와의 내부갈등설까지 돌았다.

재벌과 최고 권력의 정경유착일 공산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의 이름이 여러 차례 확인되고, 국세청과 검찰의 최고위층까지 CJ를 비호했다면, CJ 로비의 최종 종착점은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 국민의 시선은 권력의 최고 핵심으로 모인다. CJ 사건은 단순한 뇌물 수수 사건이 아니라, 재벌과 최고 권력의 정경유착 사건일 공산이 높다. 이제 그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한겨레>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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