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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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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뒤면 한국이 세계 1위가 되는 이 분야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기획한 <아주 구체적인 위협>
등록 2022-09-24 14:09 수정 2022-09-24 23:27

2016년 유네스코(UNESCO)가 펴낸 기후변화 보고서 제목은 ‘기후가 아닌 마음가짐의 변화’(Changing Minds, not the Climate)였다. 기후변화의 최대 원인은 온실가스다. 1990년부터 2018년까지 지구의 온실가스 배출 누적량은 1150기가톤(Gt)이다. 그중 78.8%는 주요 20개국(G20)이 뿜어냈다. 그러나 기후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독일 비영리기구 저먼워치의 ‘세계 기후위험 지수’ 최신판을 보면, 2010~2019년 기후변화 취약 상위 10개국은 모두 저소득국가거나 개발도상국이다. 이 기간 세계에서 1만1천여 건의 극한기후 현상으로 47만5천 명이 숨졌다. 기후변화가 누군가에게는 인권의 문제이자 생존이 걸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위협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기획한 <아주 구체적인 위협>(동아시아 펴냄)은 교사, 기자, 교수, 민간연구소 종사자, 정부기관 연구자 등 기후 전문가 7명이 “기후변화를 윤리적 관점에서” 진단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했다.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끼치는 구체적 위협과 여러 딜레마 상황을 인권, 식량, 노동, 건강, 교육, 주거, 시민의 역할 등 7개 분야로 나눠 들여다본다.

20세기 후반 아프리카 수단에서 많게는 190만 명이 숨지고 끔찍한 인권유린이 자행된 내전은 심각한 물 부족이 주요 원인의 하나였다. 극단적 사례가 아니라도 기후변화의 위협은 일상에 널려 있다. 초원의 유목민은 물과 풀을 찾아 헤매고, 산업화한 농업과 축산업의 환경파괴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내연기관 제조업체 노동자는 일자리를 위협받는다. 폭염과 태풍 등 갈수록 잦아지는 기상이변은 빈곤층과 건강 취약자부터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안정적 주거권도 위기를 맞고 있다. 주거 부문은 세계 에너지 소비의 22%, 탄소배출의 17%를 차지하는데, 저탄소배출 주택은 저소득층일수록 부담스럽다. 기후위기 시대의 주택은 ‘공동의 노력으로 관리해야 할 사회적 자산’, 시민은 그 ‘선량한 관리자’가 돼야 한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현재까지 공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이산화탄소를 감축할 경우 2030년에는 한국의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9.17t)이 세계 1위가 된다. 미국(8.59t), 캐나다(8.12t), 중국(7.21t)을 앞서고 독일(4.43t)보다는 갑절이나 많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의 중간목표로 정한 2030 감축 계획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급진적인 실천이 시급하다. 기후 교육도 중요하다. “교육만으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1ppm도 줄일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이 기후 역량을 가진 시민을 키워내고 사회의 규범과 문화를 바꿀 것”이다. 변화해야 하는 건 기후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 나아가 삶의 패러다임이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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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를 치우는 마음

천둥(조용미) 지음, 내일을여는책 펴냄, 1만5천원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창작소설. 학교폭력은 길바닥에 박힌 돌멩이와 같다. 수많은 아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만 문제는 되풀이된다.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를 배경으로, 여러 당사자가 화자(내레이터)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돌멩이 치우기’는 상처의 치유와 회복이라고 말한다.

동물들의 위대한 법정

장 뤽 포르케 지음, 야체크 위즈니악 그림, 장한라 옮김, 서해문집 펴냄, 1만4500원

전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멸종위기 동물들이 법정에서 우아하고도 치열한 논박을 벌인다. 10종 중 한 종만 살아남는 상황. 수리부엉이, 담비, 갯지렁이 등은 저마다 자기 종이 선택돼야 할 이유를 웅변한다. 배심원은 독자다. 과연 어떤 판결이 나올까. 이제 인간이 대답할 차례다.

작은 태양

린량 지음, 조은 옮김, 글항아리 펴냄, 1만6천원

대만의 아동문학 거장이 가족의 따뜻함을 섬세하게 그려낸 산문집. 1972년 초판 발간 이래 160쇄를 찍은 스테디셀러다. 단칸방에서 시작한 맞벌이 부부와 세 딸까지 다섯 식구의 삶은 늘 복닥거리고 정신없다. 터울 진 막내는 ‘혼잣말 수업’으로 놀기 일쑤다. 그런데도 아이는 맑고 가정은 화목하다. 왜 그럴까?

중세 접경을 걷다

차용구 지음, 산처럼 펴냄, 1만7500원

접경을 연구하는 서양사학자가 중심-주변의 틀이 아닌 관계성에 주목해 서양 중세사의 공간을 넓히고 그 역동성을 재평가한다. 여성, 성소수자, 변방, 경계 등 ‘주변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주제를 남장 여자,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등 역사 서술에서 사라졌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생동감 넘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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