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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을 알면 지구의 역사가 보인다

<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
등록 2022-09-06 07:58 수정 2022-09-09 00:02

지구는 생명으로 가득 찬 행성이다. 푸른 하늘과 산과 바다도 온갖 식물과 동물이 없다면 삭막한 풍경이지 않을까? 39억 년 전 바다에서 생명의 씨앗인 원시세포가 처음 합성되고 세균이 탄생했다. 6억 년 전에는 최초의 동물 유기체가, 4억 년 전에는 최초의 식물이 출현했다. 지금까지 장구한 시간의 역사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생명이 번성하고 멸종했다. 현생인류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은 겨우 30만 년 전이다. 지금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현 단계에서 진화의 승자들이다.

<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카린루 마티뇽 글, 올리비에 마르탱 그림, 이정은 옮김, 한빛비즈 펴냄)는 인간과 동물이 공진화해온 대서사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인류의 번성과 문명 발달을 동물을 빼고는 설명하기 힘들다. 초기 인류에게 동물은 식량이자 자원이자 신이었다. 인간과 가까워진 첫 동물은 늑대였다. 약 4만 년 전 늑대 무리가 음식을 훔쳐먹으려 인간의 주변을 맴돌았다. 오늘날 개의 시조다. 이후 들염소, 돼지, 양, 소, 닭, 말, 낙타, 칠면조, 고양이 등 여러 동물이 가축화했다. 당나귀는 이동과 운송으로 최초의 국제화에 기여했다. 말이 없었다면 정복과 제국의 역사가 가능했을까?

16~18세기 유럽의 과학혁명은 인간과 가까운 동물일수록 재앙이었다. 생물학·해부학·생리학·의학의 눈부신 발달은 수많은 실험 동물의 희생으로 가능했다. 인류의 농경이 시작됐을 때 인간과 가축의 수는 모든 포유류 동물의 0.1%에 불과했다. 채 2만 년도 안 된 지금은 무려 96%다. 지은이는 이제 동물과 인간이 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만들어갈 때라며 ‘휴머니멀(Human+Animal) 민주주의’를 제안한다.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식물 상자>(루크 키오 지음, 정지호 옮김, 푸른숲 펴냄)는 지구적 범위에서 식물의 이동에 주목한다. 1829년 프랑스 외과의사이자 박물학자인 너새니얼 워드는 밀폐된 유리상자 안에서 식물이 물 없이 장기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전세계 식물 운반에 쓰일 유리상자이자 테라리엄의 효시인 ‘워디언 케이스’가 그렇게 발명됐다. 이때부터 수많은 식물종이 원산지를 떠나 새로운 땅에 이식되기 시작했다. 유럽 제국들의 식민지 개척은 다양한 생물종의 확산과 섞임의 연속이었다. 희귀한 열대식물과 기호작물이 유럽에 들어왔고, 제국의 열망을 타고 다시 퍼져나갔다. 이는 원예업계와 농업계의 변혁을 넘어 전세계 산업구조와 근대사의 흐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원주민 강제노동으로 번영한 플랜테이션 농업이 한 사례다. 워디언 케이스가 식물만 옮긴 건 아니었다. 곰팡이·박테리아·바이러스 같은 병원균과 온갖 해충도 인간의 손에 들린 워디언 케이스로 세계를 횡단했다. 인간이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식물 이동을 규제하기까지는 두 세기의 값비싼 대가를 치른 뒤였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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