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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기획

투명하다고 같은 소주가 아닙니다

원소주 오픈런·편의점 증류식 소주 판매 개시 등 프리미엄 소주 열풍

제1419호
등록 : 2022-06-25 00:54 수정 : 2022-06-25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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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현 전통주 소믈리에가 증류식 소주 4종을 추천하며 향을 맡고 있다. 류우종 기자

소주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대부분 ‘아재’들의 술이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아재’가 아닌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소주에 열광하고 있다. 이들이 열광하는 소주는 참이슬이나 처음처럼 같은 희석식 소주가 아니다. 이른바 ‘프리미엄 소주’로 통하는 증류식 소주다. 희석식 소주는 주정(알코올)을 물에 타서 만들고, 증류식 소주는 양조장에서 곡류를 발효시켜 만든 술을 한 차례 더 증류해 만든다. 증류식 소주는 술을 빚는 과정이 더 복잡하고 원재료가 되는 곡물의 종류나 숙성 방식에 따라 고유한 맛과 향을 가진다.

❶빡치주와 개빡치주. 왓챠 제공

❷원소주. 원스피리츠 제공

최근 증류식 소주 열풍은 가수 박재범이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박재범은 농업회사 법인 원스피리츠를 세워 ‘원소주’를 만들었다. 원소주는 강원도 원주 쌀로 술을 빚은 뒤 옹기에 숙성한 증류식 소주다. 원소주는 2022년 3월 말 출시 이후 누적 13만 병 이상 팔렸다. 3월 서울 여의도동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때는 1천 명 이상이 대기하며 ‘오픈런’이 벌어졌고 5월 말 부산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을 때도 같은 풍경이 펼쳐져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도 열풍에 가세했다. 왓챠는 6월8일 자사 오리지널 드라마 <좋좋소> 에피소드에서 증류식 소주 ‘빡치주’와 ‘개빡치주’를 선보였다. 빡치주와 개빡치주는 <좋좋소> 시즌5 4화에서 본격적으로 주류 사업에 뛰어든 회사 정승네트워크 직원들이 소주 브랜딩을 기획하는 장면에서 언급되는 술 이름이다. 빡치주와 개빡치주는 실제 출시됐다. 전통주 전문 기업인 술샘 양조장이 100% 국내산 햅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다.

편의점들도 증류식 소주 인기에 불을 지폈다. 지에스(GS)25는 원소주 오리지널의 후속 상품인 ‘원소주스피릿’을 7월부터 단독 판매한다. 세븐일레븐도 같은 달 ‘임창정 소주’를 선보인다. 세븐일레븐은 ‘토끼소주’를 오프라인 최초로 편의점에서 판다. 2021년 증류식 소주 ‘화요’만 판매했던 이마트24도 2022년부터는 ‘일품진로’와 ‘이강주29’까지 관련 제품 판매를 세 가지로 확대했다.

❸<한겨레21>이 추천하는 증류식 소주 4종. (왼쪽부터) 죽향41 골드라벨, 려40, 문배술 헤리티지 40, 안동 진맥소주. 류우종 기자

최근 편의점의 증류식 소주 판매량은 상승세다. 2022년 5월 기준으로 이마트24에서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증류식 소주 판매량이 132% 늘었고, 세븐일레븐은 100%, 씨유(CU)는 71.8%, 지에스25는 38%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MZ세대는 대체 왜 증류식 소주에 빠졌을까. 농림축산식품부·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전통주갤러리의 남선희 관장은 증류식 소주의 인기가 단순히 원소주 덕분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전통주 업계 노력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젊은 양조인들이 증류식 소주를 포함한 전통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술의 품질이 크게 향상되고 이미지도 젊어졌다. 에스엔에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발달로 입소문이 나면서 증류식 소주를 마시면 ‘힙’해 보이는 이미지가 만들어졌다.” 남선희 관장은 “증류식 소주를 포함한 전통주는 (일반 술과 달리)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을 키웠다”며 “아무 마트에서나 구할 수 있지 않기 때문에 흔하지 않고 더욱 특별해 보이는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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