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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이렇게 도래했다

산업화 이후 공해 유발과 환경오염 과정을 추적한 <지구 오염의 역사>
등록 2021-11-10 07:30 수정 2021-11-12 00:34

2021년 10월31일(현지시각)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가 개막해 11월12일까지 이어진다.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의 합의와 독려, 이행이 목표다. 기후변화의 주범은 화석연료 과다 사용이다. 산업화의 부산물인 환경오염은 대기뿐 아니라 지표와 땅속, 강과 바다까지 전방위적이다. 프랑스 역사학자 2명이 함께 쓴 <지구 오염의 역사>(프랑수아 자리주·토마 르 루 지음, 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는 유럽발 산업자본주의가 부상한 18세기부터 1970년대 초까지 300여 년 새 인간의 공해 유발이 어떻게 지구를 오염시켜왔는지 추적한다.

산업화 이전에도 사람 사는 곳에 어느 정도의 ‘공해’는 불가피했다. 그러나 “그 범위, 규모, 강도는 산업시대의 출현으로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야기를 1970년대 초에서 마무리한 것은 의도적인데, “세계화와 정치생태학의 발전, 식민전쟁 종료, 환경 제재 변동, 위험사회의 등장, 생산 체제의 지리적·신자유주의적 재분배 등 그 이후 시기를 평가하는 것만으로도 책 한 권이 필요”할 정도라서다.

지은이들은 “공해의 이전(떠넘김)과 억제는 위험의 사회적 분배 전략을 따른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언제나 가장 가난한 사람, 가장 가난한 동네, 노동자가 많은 도시, 남반구 국가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다. 세계화와 자본주의 산업 시스템의 비정한 현실이다. 영어와 프랑스어 낱말 ‘pollution’(공해·오염)은 본디 ‘pollutio’(신성모독), ‘polluere’(신성한 것을 더럽히다)라는 라틴어 어원에서 왔다. 종교적 의미를 가진 이 말은 1800년대 들어 영국에서 공장들로 인한 ‘하천 공해’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후 산업화가 본격화하면서 환경 공해를 가리키는 말로 굳어 졌다.

책은 1부 ‘환경의 산업화 및 자유화(1700~1830)’, 2부 ‘진보 시대 공해의 자연화(1830~1914)’, 3부 ‘새로운 대규모 공해: 독성의 시대(1914~1973)로 짜였다. 1부에선 농촌사회가 주류이던 전근대 시기 지자체들이 ‘안온방해’ 규제로 대표되는 오염 억제가 자유주의 이념의 확산으로 허물어지는 과정을 살핀다. ‘안온방해’란 매연, 열 기체, 액체, 음향, 진동 등으로 이웃 토지의 사용을 방해하거나 거주자에게 고통을 주는 행위를 말한다. 2부에선 공장 굴뚝이 진보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경제적 번영에 도덕적 가치가 부여되던 급속 성장기의 명암을 보여준다. 3부에선 화석연료 체제의 고착화, 역내총생산(GDP)이라는 강박적 지표의 지배, 경제·환경 불평등의 양극화 현실에 주목했다. 프랑스어 원서(2017년)의 영어본(2020년)을 우리말로 중역한 까닭일까, 뜻이 모호하거나 어색한 번역 문장이 때때로 독해에 제동을 거는 게 아쉽다.

조일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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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폭력들

이은의 지음, 동아시아 펴냄, 1만6천원

대기업에서 성희롱 피해자로 4년여 소송 끝에 승소한 뒤 변호사로 변신한 지은이가 쓴 ‘미투 이후의 한국, 끝나지 않은 피해와 가해의 투쟁기’(부제). 성범죄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기울어진 사회 인식과 사법 관행의 개선 방향, 법정 다툼에서 피해자에게 유용한 전문적 조언 등을 담았다.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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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만 매년 약 200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차에 치여 죽는다. 국립생태원 선임연구원이 서울(도시 생태계)과 지리산·속리산(자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로드킬’의 실태를 기록하고 야생동물과의 공존 방안을 제안한다. 강쇠(담비), 능글이(너구리), 주선이(암컷 삵) 등을 관찰하는 눈길이 따뜻하다.

알폰스 무하, 유혹하는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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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를 풍미한 ‘아르누보’의 대표 예술가 알폰스 무하의 생애와 걸작을 아우른 작품집. 무하의 작품들은 한국에서도 세 차례나 단독 전시회로 선보인 바 있다. 회화, 포스터, 장식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60여 점을 시원한 판형의 컬러 화보로 감상할 수 있다.

21세기 권력

제임스 볼 지음, 이가영 옮김, 다른 펴냄, 2만5천원

1969년 미국의 한 대학 연구실에서 처음으로 컴퓨터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실험이 성공했다. 오늘날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영국의 탐사보도 저널리스트가 ‘인터넷을 소유하는 자 누구이며 인터넷은 우리를 어떻게 소유하는가’(부제)를 기술·돈·전투라는 3가지 열쇳말로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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