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뉴스 큐레이터] 은퇴 및 해체의 정석, 다프트 펑크

등록 2021-02-27 11:45 수정 2021-02-27 23:18
<에필로그> 화면 갈무리

<에필로그> 화면 갈무리

“믿을 수 없어. 근데 너무 멋진 이별 방식이라 보내줘야 될 것 같아. 아직 라이브는 못 봤지만 말야.”

전자음악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평가받는 다프트 펑크가 2월22일 짧은 영상을 공개하며 해체를 알렸다. 유튜브에 올린 8분짜리 영상의 제목은 ‘에필로그’(Epilogue). 연극의 마지막 장면 혹은 대사를 뜻한다.

1993년 데뷔한 프랑스 출신 2인조 남성 듀오 다프트 펑크의 트레이드마크는 헬멧이다. 남들 시선에서 벗어나면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일까? 덕분에 그들은 28년을 활동했고, 현재 나이 50이 다 되어가지만 ‘나이 들지 않는 로봇’의 정체성을 구축했다.

“헬멧 하나로 ‘글로벌 스타’의 자아와 일반인으로서의 삶을 지켜낸 것이 정말 멋져요. 시대를 앞서가는 창작 실험을 하면서도, 이전 세대 음악에 대한 리스펙트가 작업에 고스란히 담겨 있죠. 퍼렐 윌리엄스처럼 당시 현시대의 아이콘과 콜라보하면서 기타리스트 나일 로저스나 조르조 모로데르(서울올림픽 주제곡 <손에 손잡고>를 작곡한 이탈리아 거장)랑 협업한 것도 대단하지 않나요?”(정혜윤 음악애호가)

1987년 프랑스 파리의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그들은, 서로의 똘끼를 확인하고 친구들을 모아 음악을 했지만, 음악 잡지에서 “허접한 펑크 쓰레기”(a daft punky trash)라는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 말에 재미를 느껴 훗날 다프트 펑크가 됐다고.

지난 5년간 아무 소식도 없던 공식 계정에 뜬 영상이 마지막 인사라니. 팬들의 마음은 무너졌지만, ‘다펑’다운 마지막에 박수를 보냈다. “끝났다는 사실에 슬퍼 말아요. 그저 그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미소 지어요.”(Don’t cry because it’s over, smile because it happened) 한동안 사람들의 플레이리스트엔 그들의 음악이 계속 흐를 것이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관심분야 - 웃기고 슬픈 세상사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