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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트럼프를 뽑은 그들은 누구인가

밀레니얼 여성 강철 노동자의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
등록 2020-12-23 07:55 수정 2020-12-25 01:21

“리얼리티쇼 스타는 곧 대통령이 될 것이고 내가 사랑한 사람들은 그를 뽑았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선 러스트벨트(미국의 오대호 인근 제조업 중심 지대)의 몰표와 숨겨진 ‘수줍은(shy) 트럼프 지지자’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러스트벨트의 밤과 낮>(오현아 옮김, 마음산책 펴냄)에서 대통령선거 당시 러스트벨트의 노동자였던 저자 엘리스 콜레트 골드바흐는 트럼프가 “미국이 직면한 고통을 간략하게 요약”했으며 불만에 찬 백인을 선동했다고 말한다. 주눅 든 이들에게 트럼프는 분노가 향할 몇 개의 목표를 제시했다. 그것은 이민자, 민주당 지지자, 이슬람교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 지지자였다. 트럼프를 비롯해 두 개의 미국으로 갈라놓은 이들은 이것으로 이익을 얻는 자였다.

“나의 적대감이 이 나라를 갈라놓은 금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 균열은 정당과 경제 그 이상이었다. (…) 그 균열은 인간의 약점에서 태어난 것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법을 잊어버렸다. (…) 장막과 환상을 짜는 이들이 나타나 우리 자신이 초래한 암흑을 알아보았다. 그들은 우리를 사리 판단에 어두운 장님으로 믿고 우리의 두 눈을 신중하게 가렸다.”

책은 대통령선거를 이야기의 정점으로 삼고 자신의 일과 사랑, 장애 등의 ‘다큐’를 영화처럼 흥미롭게 엮어간다. 보수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인 저자는 어릴 적 꿈이 수녀였다. 그래서 기독교 계열 대학교에 갔고 대학에서 성폭행당한 뒤 양극성장애가 깊어졌다. 우여곡절의 스토리에서 한국과 다른 상황 때문에 눈여겨보게 되는 부분이 있다.

먼저 노동자로서 삶이다. 러스트벨트의 철강 노동자가 되는 건 로또 당첨만큼 운이 좋은 일이었다. 월급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인의 “클리블랜드 특산물이 뭐야”라는 물음에 답을 못했지만 “클리블랜드에서는 강철이 생산”되는 현장에 선 뒤 대답을 얻는 기분이었다. 강철을 만들고 옮기는 험악한 사업장은 강력한 노조가 뒷받침됐기에 그나마 안전사고가 줄어든다. 노조는 사 쪽의 무한정한 요구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했다. “노동자들을 위해 여름에는 충분한 물을, 겨울에는 난방시설을 갖추도록” 요구했다. 이 노동자들이 보수주의자가 된 것과는 별개로.

둘째, 양극성장애를 겪는 이로서 삶이다. 성실하게 생활해나가지만 양극성장애가 찾아오면 제어가 어렵다. 트럼프가 당선된 날은 이런 혼란스러움의 극점이었다. 엘리스는 “어떻게 성폭행당한 딸의 부모가 트럼프를 찍을 수 있느냐”고 대들고 응급실로 걸어 들어가 입원한다. 갑작스러운 발병에 회사를 무단결근하지만, 회사는 그를 기다리고 병이 호전될 수 있는 부서로 재배치한다. 대학교도 그의 장애를 배려해주고 졸업하도록 돕는다. 트럼프의 나라에 배울 게 많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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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스포츠인권 교과서

정윤수 등 지음, 생각비행 펴냄, 1만6천원

운동선수는 운동하지 않아도 되나요. 장애인과 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을까요. 휴식권이 뭔가요. 2019년 쇼트트랙 성폭력 고발 뒤 구성된 민관합동기구 ‘스포츠혁신위원회’는 스포츠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인권이 패러다임의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활용해야 할 어린이를 위한 교과서.


플라스틱 수프

미힐 로스캄 아빙 지음, 김연옥 옮김, 양철북 펴냄, 1만7천원

해양오염을 고발한 책으로, ‘플라스틱 수프’란 플라스틱으로 가득 찬 바다를 뜻한다. 일주일간 버린 쓰레기와 함께 누운 사진과 플라스틱이 용암·모래와 합쳐져 생성된 돌, 바위에 플라스틱으로 둥지를 짓는 새, 죽은 앨버트로스 배에 가득한 플라스틱 등 충격적인 사진과 글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옥스퍼드 세계사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외 10인 지음, 이재만 옮김, 교유서가 펴냄, 3만8천원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펴낸 세계사. 왕조와 국가의 명멸 중심 서술에서 벗어나, 빙하시대 인류의 출현과 확산, 점토와 금속문명의 탄생, 질병과 사회, 기후의 반전, 전세계의 경제적·생태적 수렴, 인류세 가속화까지 지구적 변화의 맥락을 짚었다. 150여 장의 컬러사진과 지도를 곁들였다.



인간 공자, 난세를 살다

리숴 지음, 박희선 옮김, 메디치미디어 펴냄, 3만2천원

중국 역사학자가 춘추시대 사상가 공자의 삶과 학문 체계를 집대성했다. 공자는 과두·세습 정치 시대에 하급 관리의 사생아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이상과 현실 정치의 조화를 꿈꿨다. 지은이는 당대의 풍속과 사후 신격화 운동, 역풍도 함께 다루며 공자 시대를 입체적으로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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