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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칭챙총’이 ‘초 챙’을 연기하다니

등록 2020-06-20 05:47 수정 2020-06-20 23:45
영화사 제공

영화사 제공

최근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이 트위트를 통해 한 ‘트랜스젠더 혐오’ 발언이 문제가 됐다. 대니얼 래드클리프를 포함한 시리즈의 주연 배우들도 입장을 내면서, 시리즈 속 차별 요소도 함께 회자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리포터’는 머글(인간)과 마법사 혈통의 대립 등을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에 비판적 견해를 보인 시리즈다. 그러나 극 중엔 차별적 요소를 곳곳에 품고 있어 팬들이 지적해왔다. 영화로 제작된 해리 포터 시리즈에는 비백인 캐릭터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영국 런던 시민 중 전통적 백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2년 이미 45% 이하를 기록했지만,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 게다가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가져와 작품 속에 녹이는 것은 롤링의 문제적 주특기다. 극 중에서 유대인은 고블린(도깨비)으로 은유된다. 욕심이 많고 모두 은행에 다닌다. 아일랜드인에 대한 고정관념도 고스란히 차용한다. 주요 인물인 론 위즐리 식구들은 가난하며, 아이를 많이 낳고, 빨간 머리에 주근깨가 있고, 게으르다. 실제 영국에서 아일랜드계 사람이 경험하는 편견을 그대로 재현했다.

물론 재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아시아인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동아시아인 캐릭터의 이름은 ‘초 챙’이다. 동양인을 비하하는 조어인 ‘칭챙총’과 느낌이 비슷하다. 초 챙을 연기한 배우 케이티 렁(사진)은 최근 트위터에 “초 챙에 대한 내 생각”이라며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 관련 후원 링크를 올렸다. 모두 흑인 트랜스젠더를 돕는 단체나 프로젝트다. 어릴 적 해리 포터를 읽을 땐 하지 않던 질문을 이제 와선 하게 된다. 촬영장 바깥에서 칭챙총으로 조롱당하던 여성이 촬영장 내에서 초 챙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때의 기분 같은 것에 대해서. 44억 인구를 대표해 극적으로 호그와트에 입학한 동양 여성 초 챙은, 시리즈가 끝나고서야 자신의 이름에 대한 생각을 밝힐 수 있었다.

천다민 한겨레 젠더 미디어 <슬랩> PD

관심분야 -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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