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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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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하지 말고, 내 몸 알아보기

꼭 “만져도 되니”, “사진 찍어도 되니” 물어요
등록 2020-05-04 14:00 수정 2020-05-07 05:33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아, 이것은!’ 이 페이지를 펼쳤을 때 그림만 보고도 무엇에 관한 내용이 실렸을지 바로 알아차렸나요? 어땠어요? 잡지를 펴놓고 어른들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봐야지 생각했나요. 아니면 남이 볼까봐 페이지를 후다닥 넘겨버렸나요. 사실 어른들도 ‘몸’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어려워해요. 하지만 내 몸은 내가 잘 알아야 하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알아보도록 해요. <한겨레21>에 ‘성’이 궁금한 초등학생들의 질문이 많이 왔어요. 어떤 사연이 왔는지 볼까요.

아빠 앞쪽 엉덩이에 똥이?

첫 번째 사연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류서현의 질문이에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빠랑 같이 목욕을 하기도 했는데요. 아빠 몸이 나랑 달랐어요. 아빠는 앞쪽 엉덩이에 똥이 달려 있었거든요. 근데 엄마는 똥이 아니래요. 똥이 아니면 뭐예요?”

하하하! 똥이라니. 서현이 상상력이 기발하네요. 서현이가 똥이라고 생각한 건 음경이라고 해요. 소변이 나오는 곳이에요. 여자는 몸 안에 음순이 있지만, 남자의 음경은 몸 바깥으로 돌출돼 있어요. 음경은 딱딱해지면서 커지기도 하는데, 그걸 발기라고 해요. 어른들이 남자아기한테 “고추가 섰다”고 말하는 것도 이거예요. 성적인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긴장하거나 아침에 일어날 때면 피가 음경으로 몰리면서 음경이 커지기도 한답니다. 밖에서 친구와 놀다가도 발기할 수 있는데, 이럴 땐 당황하지 말고 편한 생각을 하면 괜찮아질 거예요. 신생아나 배 속 아기도 발기한대요.

서현이가 4·5학년쯤 되면 ‘월경’(생리)이라는 걸 할 거예요. 한 달에 4~5일 정도 소변이 나오는 곳과 다른 곳에서 피가 나오는데요. 월경을 하는 동안엔 잘 때든, 소변을 볼 때든, 공놀이를 할 때든, 아무 때나 생리혈이 나와서 바지에 묻기도 해요. 친구 바지에 피가 묻으면 놀리지 않고 알려줘야겠죠? 예전엔 월경하는 사실을 입 밖에 내는 걸 부끄럽다고 생각해서 ‘마법’에 걸렸다고 하거나 ‘그날’이라고 감추기도 했어요. 하지만 월경은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이라서 부끄러워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또 서현이가 월경을 하면 생리대, 생리컵 등 다양한 도구를 쓸 수 있는데요. 월경이 부끄러운 일이 아닌 것처럼, 생리대를 가지고 화장실 가는 것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에요. 아! 월경할 즈음이면 가슴이 커지는데 가슴 가운데 있는 젖꼭지(유두)를 보호하기 위해서 브래지어를 하기도 해요. 그런데 여자라서 꼭 브래지어를 해야 하는 건 아니에요.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할 수도 있어요.

여기서 질문. 몸이 달라지면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럼 궁금하다고 마음대로 친구의 손을 잡거나 몸을 만져도 될까요? 김하연(가명·초1)은 잘 알고 있네요. “수영복 입는 부분은 보지도, 만지지도 않는 거라고요. 친구한테 항상 물어봐야 해요.” 맞아요. 수영복 입은 부분뿐만 아니라 팔이나 어깨 등 다른 친구의 몸을 만질 때는 “만져도 되니?”라고 물어봐야 해요.

대장 같은 이모?

자, 두 번째 사연 받아볼까요? 초등학교 1학년 이현진은 이모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네요. “우리 이모는 대장 같아요. 삼촌한테도 큰소리치고, 꼭 남자 같다니까요. 이모가 여자처럼 말했으면 좋겠어요.” 아~ 현진이는 이모 때문에 걱정이군요. 그런데 ‘남자 같은 것’ ‘여자 같은 것’이 뭘까요? 남자는 울지 않고 씩씩하고, 여자는 얌전한 걸까요? 아니에요. 사람이면 누구나 울 수 있고, 성격 따라 활달하기도 조용하기도 합니다. 예전에 여자한테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어요. 여자는 자기 의사 표현을 강하게 하면 안 된다는 뜻이었죠. 남자한테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했고요. 얼마나 억울해요. 남자도 슬프거나 힘들 때 울 수 있는데 말이에요. (물론 현진 어린이 이모가 이유 없이 많이 화내면 그때 사연을 다시 보내주세요.) 남자답다, 여자답다로 성별 역할을 나누지 말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도록 해요. 남자가 분홍색을 좋아할 수도, 여자가 파란색을 좋아할 수도 있는 것처럼요.

초등학교 6학년 이하나는 얼마 전 인터넷 뉴스에서 ‘동성애’라는 단어를 보고 놀랐다고 해요. 하나뿐만 아니라 상당수 어린이가 주변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좋아하는 것만 봤을 거예요. 그런데 여자가 여자를 좋아하기도 하고,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기도 해요. 네덜란드와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대만 등에선 동성끼리 결혼하는 걸 법으로 인정하기도 한답니다.

불법촬영 영상은 꼭 신고~

이제 마지막 사연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 홍지효는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는 엔(n)번방 이야기를 했어요. “어떻게 아이들을 보호해줘야 할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그럴 수 있죠?” 이 사건을 모르는 어린이들도 있을 거예요. 인터넷상에서 다른 사람을 협박해서 신체를 노출한 사진이나 영상을 받아내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퍼뜨린 사건이에요.

이건 절대 하면 안 되는 범죄예요. 혹시 장난이라 생각하고 친구의 자는 모습을 몰래 찍고, 놀리려고 다른 친구들에게 보내는 어린이도 있나요?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몰래 사진이나 영상을 찍거나 그것을 퍼뜨리는 일은 잘못된 행동이에요. 사진 찍을 때는 꼭 “사진 찍어도 되니?”라고 물어봐야 해요. 상대가 친한 친구나 가족일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인터넷 채팅을 하다보면 낯선 사람이 “학교는 어디니” “이름은 뭐니” “친해지고 싶은데 사진을 보내줘”라고 하면 알려주지 말고, 당시 겪은 상황을 믿을 만한 어른에게 얘기해주세요.

그리고 마지막! 유튜브 같은 데서 ‘야한 동영상’이란 것을 보게 될 수도 있어요. 이런 동영상은 성을 폭력적으로 묘사해서 성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게 해요. 보지 않아야 하고 우연히 봤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어른들에게 알려주세요. 특히 불법으로 찍은 영상을 보면 꼭 신고하고요.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 도움말
초등성평등연구회 소속 솜 교사, 온 교사

* 참고 문헌
<구성애 아줌마의 응답하라 아우성>, 구성애 지음, NTOON 그림, 올리브M&B 펴냄, 2015
<세상 쉬운 우리 아이 성교육>, 이석원 지음, 라온북 펴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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