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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그 치명적인 매력

알코올 다룬 책들 <술 취한 원숭이><저급한 술과 상류사회>

<술에 취한 세계사><신이 내린 술 마오타이>
등록 2019-03-21 01:53 수정 2020-05-02 19:29

공교롭게도, 알코올 향기 물씬 나는 책들이 동시에 나왔다. 지은이의 경력은 다 다르다. 를 쓴 로버트 더들리는 미국의 생물학자이고, 의 저자 루스 볼은 화학을 공부한 영국의 주류 제조 전문가이며 의 마크 포사이스는 영국 출신의 파워 블로거, 를 펴낸 왕중추는 중국의 경영 컨설턴트다.

술의 장점은 차고 넘친다. 우울의 먼지를 날려주는 음료수,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접착제, 음식의 동반자, 의례에 빠질 수 없는 감초…. 하지만 단점을 꼽자면 그 모든 장점을 압도한다. 탐닉과 중독, 폭력, 신경계 파괴, 교통사고, 자살 등의 불행을 일으킨다. 그래서 술에 관해 쓴다는 것은 인류가 오랫동안 마주해온 ‘치명적인 매력’에 관한 이야기다.

먼저 . 알코올중독 아버지를 둔 지은이는 어릴 적부터 ‘왜 인간은 알코올에 약한가’라는 물음을 풀려 노력해왔다. 그는 파나마의 열대우림에서 원숭이가 잘 익은 과일을 먹는 것을 관찰하며 그 실마리를 찾았다. 효모는 잘 익은 과일의 당을 발효하는 과정에서 알코올을 만들어내는데, 영장류를 포함한 과식동물은 과일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알코올을 먹었고, 이 과정에서 알코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각 장치와 섭식 행동을 진화시켜왔다. 알코올과 인류의 친화성은 진화의 관점에서 자연스러운 일인 셈이다.

알코올을 냄새로 감지해 잘 익은 과일을 찾아내는 초파리의 경우, 적은 양의 알코올에 오랫동안 노출된 암컷은 오래 살고 알도 많이 낳는다. 적당한 양의 알코올을 꾸준히 마신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한 것도 같은 이치다. 알코올은 적어도 효과가 없고 많아도 효과가 없다는 ‘호르메시스 이론’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코올이 포함된 숙성 과일이 한정적이었던 야생 상태와 달리, 오랫동안 양조 기술을 발전시켜온 인간은 거의 무제한적인 알코올 공급이 가능해졌고, 진화와 문명의 불일치 때문에 알코올중독이란 끔찍한 위험에 맞서게 됐다는 것이다.

‘음료의 문화사’란 부제를 달고 있는 는 술을 중심으로 지난 500년간의 영국 풍속사를 다룬다. 장터에서 큰 거래를 한 뒤 술 한잔 하는 관행은 15세기께 여관이 은밀한 시장 구실을 하면서 여관에서 술을 마시는 문화로 이어졌고, 도시화가 진행되며 부자를 상대하는 와인바, 서민들에게 에일 맥주를 파는 선술집 등이 성행했다. 선 채로 독한 술 한잔을 쫙 들이켜는 ‘한잔집’ 같은 하층민을 위한 공간도 있었는데, 이는 값싼 증류주인 ‘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는 원숭이가 술로 변한 야자 열매를 따먹던 시절부터 20세기 금주법 시대까지 일별한다. 흥미로운 대목은 애초 ‘금주 국가’로 설계됐다 ‘럼 쿠데타’까지 났던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에서 보듯, 금주파와 음주파의 대립에선 늘 음주파가 이겼다는 사실이다. 은 중국 구이저우에서만 빚는 중국의 국주(나랏술) 마오타이 맛의 비밀을 탐구한다.

이주현 문화부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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