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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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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유튜브 ‘주부의 시대’

평범한 주부에서 유튜브 스타로…

<스미홈트> 박스미씨, <심방골주부> 조성자씨, <가전주부> 최서영씨 인터뷰
등록 2018-07-10 07:24 수정 2020-05-02 19:28
유튜브는 ‘기회의 땅’이다. 누구나 자신의 채널을 만들고 동영상을 올릴 수 있다. 남녀노소 제한이 없다. 그만큼 유튜브에는 수많은 영상 콘텐츠 제작자가 만든 다양한 콘텐츠가 가득하다. 이 세계에서 평범한 일반인에서 인기 유튜버가 된 이들이 있다. 바로 주부 크리에이터(창작자)들이다. ‘1인 미디어계의 유재석’으로 통하는 ‘대도서관’이 “유튜브 ‘주부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듯, 주부들은 육아·요리·부동산·인테리어 등 생활 지식을 바탕으로 특별한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7월4일 구글이 개최한 ‘주부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에 주부 유튜버의 대표 주자로 참석한 박스미씨, 조성자씨, 최서영씨를 만났다.
유튜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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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닌 나로 살기_ 박스미씨
유튜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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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트레이닝(홈트)계의 본좌, 복근 끝판왕이라는 유튜브 스타, 의 박스미(31)씨. ‘20주 서머 보디 프로젝트’ ‘100일 복근 프로젝트’ 등 집에서 따라 하기 쉬운 신체 부위별 운동법을 비롯해 식단 관리 등의 동영상을 올린다. 구독자는 11만여 명에 이른다.

박씨는 아들 둘을 키우는 엄마이자 평범한 주부다. 육아와 집안일을 하며 틈틈이 홈트 영상을 만든다. “아이들을 재우고 밤 11시 이후에 운동 영상을 찍어요. 그걸 마치는 시간이 새벽 3시쯤이에요. 잠자는 시간을 줄여 (홈트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힘들지만 보람차요.”

박씨의 원래 꿈은 호텔리어다. 미국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하다 재미동포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23살에 자신의 꿈을 접고 가족도 친한 친구도 없는 미국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어느 날 운동하는 엄마들을 위해 아이 돌보미 서비스를 하는 헬스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운동보다는 단 몇 시간이라도 ‘독박 육아’에서 탈출하려 헬스장에 갔죠.”

박씨는 헬스장에서 요가, 필라테스 등 단체 운동 수업을 들었다. 몸을 움직이며 신세계를 경험했다. “아이만 돌보며 지내다 그날 처음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한 거예요. 운동하며 땀을 흘리는 게 너무 뿌듯하고 좋았어요. 희열감을 느꼈죠.”

그러나 아이가 쉽게 떨어지지 않고 심하게 울어 헬스장에서 쫓겨났단다. 결국 아이들을 재우고 집에서 운동했다. 홈트의 시작이다. “헬스장에서 배운 것을 기억해서 혼자 했어요. 배우고 싶은 운동은 영상을 찾아 따라 했어요.” 그렇게 혼자 운동한 뒤 첫아이를 낳고 72㎏까지 나갔는데 40㎏ 후반대로 몸무게가 빠졌다. 체중 변화와 함께 복근이 생기고 몸맵시도 예뻐졌다.

박씨는 처음엔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 홈트 영상을 올렸다. 엄마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2014년 인스타그램을 했는데 당시에는 영상을 15초 정도밖에 올릴 수 없었어요. 팔로어들이 영상 시간이 짧으니 더 보고 싶다고 유튜브에 긴 영상을 올려달라고 요청했어요.”

유튜브에 진출한 박씨는 인기 유튜버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박씨는 자신의 인기 요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화장 안 하고 머리를 질끈 묶고 운동해요. 그런 모습이 친근한가봐요. ‘스쿼트 3세트 하세요’라고 말만 하지 않아요. 처음부터 끝까지 운동을 해요. 중간중간 운동하며 ‘저도 힘들어요. 우리 힘들지만 세 개만 더 하실래요’ 말하죠. 그러니 영상을 본 분들이 함께 운동한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해요.”

박씨는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 뒤 삶의 큰 변화를 겪었다. “영상을 본 분들의 응원과 지지를 받을 때마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존감이 많이 높아졌어요. 두 아이의 엄마가 아닌 나 박스미의 삶을 살고 있어요.” 박씨는 이제야 ‘스스로 미(美)를 가꾸는 사람’이란 뜻의 ‘스미’라는 자신의 본명대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단다.

박씨는 자신처럼 주부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영상 제작을 위해 고가 장비, 뛰어난 편집 능력이 필수 요소는 아니라고 말한다. 자신도 처음에는 둘째 아이의 신발에 휴대전화를 꽂아 영상을 찍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완성도 높은 영상을 찍지 않아도 괜찮아요. 예를 들어 인형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못 만든다고 포기하지 말아요. 만들기를 못하는 첫 과정부터 유튜브에 올리는 것부터 해보세요. 하루하루 달라지는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면 돼요. 자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겁니다.”

“부끄러운 내 손, 금손 됐어요”_ 조성자씨
유튜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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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물김치 맛있게 담그는 법, 전통 방법으로 고추장 담그는 법, 연근조림 황금 레시피, 비린내 안 나는 콩나물무침, 쇠고기뭇국 맑고 깔끔하게 끓이는 법…. 유튜브 에는 다양한 요리법 영상이 가득하다. 이 채널의 특징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요리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유튜버의 얼굴과 목소리가 나오지 않지만 친절하게 자막으로 설명한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는 충남 부여에서 농사짓는 39년차 주부 조성자(62)씨다.

조씨가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네이버 블로그에 3년간 음식 조리법에 대한 글과 사진을 올렸다. 그때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막내아들이 블로그 운영을 도와줬다. “2남1녀 중 막내아들이 나와 제일 잘 맞아요. 꼼꼼한 성격도 비슷하고요. 그 아들이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맛있다’며 그 요리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자고 했어요. 그래서 유튜브도 하게 됐죠. 영상 촬영과 편집 모두 아들이 도와주고 있어요.”

조씨는 유튜브라는 세계가 신기했다. 초등학생과 청년뿐 아니라 실버(노인) 크리에이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튜브에서 클래식 영상을 찾아보는 편이에요. 우리 마을에서 나만 유튜브를 봐요. 그런데 유튜브에서 보니 박막례 그분처럼 연세 많은 분도 많더군요. 유튜브를 하는 건 나이와 상관없는 것 같아요. 영상을 보는 시청자도 영상 만드는 사람들 나이와 상관없이 봐주니 정말 좋아요.”

조씨는 구독자들에게서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 “영상 보고 김치를 만들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엄마의 손맛이 기억났다”라는 댓글에 힘이 난단다. 기억에 남는 구독자가 있다. “치매인 어머니를 돌보는 아들이 글을 남겼어요. 내 영상을 보며 예전에 요리하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울었대요.”

음식의 맛은 어디에서 나올까. 조씨는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에게 배운 요리법을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양념을 많이 안 쓰고 재료의 맛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둔다. 정성과 깊은 손맛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이 내 손을 보고 금손이라고 해요. 시골에서 농사짓고 살아 손이 거칠고 새카맣거든요. 그래서 손을 보여주기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칭찬을 많이 들으니 민망하지만 기분이 좋네요.”

그런 조씨는 다음에 어떤 요리 영상을 올릴지 생각하는 게 무척 즐겁단다. 그에게 유튜브 크리에이터 활동이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주부라고 육아와 요리만 하나요?_ 최서영씨
유튜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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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년차 주부인 최서영(33)씨는 전자기기에 관심이 많았다. 중고 전자제품을 사고파는 일도 즐겨 했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신제품이 나오면 사용기를 꼭 찾아본다. 그러다 전자기기 사용 후기 영상을 직접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 생각을 실천으로 옮겼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을 만들었다. 청소기·공기청정기·냉장고·헤어드라이어 등 생활 밀착형 가전기기부터 자동차·노트북 등 신제품 특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구독자는 9만5천여 명으로 전체 동영상 누적 조회수는 1190만 회다.

와 다른 정보기술(IT) 리뷰 채널의 차이점은 친근함이다. 전자기기를 이야기할 때 최대한 전문용어를 쓰지 않고 쉽게 설명한다. 헤어드라이어의 바람 세기를 알기 위해 라면 면발을 식힐 때 쓰거나, 라면을 끊이며 전자레인지 성능을 알아본다. 최씨는 “개그 채널을 보며 재밌는 요소를 참고한다. 요즘 유행하는 먹방도 넣고 있다. 재밌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영상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전자제품 외 색다른 리뷰도 올린다. 결혼에 대한 기혼자들의 토크도 한 예다. “구독자분들이 저한테 결혼 몇 년차인지 물어보고 결혼이라는 것을 궁금해하기에 만들었어요. 다른 유튜버님과 혼수 장만, 신혼여행 등에 대해 이야기했죠. 첫 영상 반응이 무척 좋아 2탄까지 제작했어요.”

최씨는 5년 동안 아나운서로 일하다 결혼 뒤 그만두었다. “결혼 뒤 나이 들면서 점점 인간관계가 좁아졌어요. 마음의 문이 닫혔어요. 그런데 유튜브 채널을 만드니 구독자와 소통하면서 다양한 친구가 생기고 자신감이 높아졌어요.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어요.”

유튜브 1인 방송은 전에 방송국에서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촬영 스케줄도 내 마음대로 하고 방송 콘셉트도 정할 수 있어 좋아요. 아나운서로 활동할 때는 여러 명과 함께 작업하다보니 제약이 많았는데 유튜브는 아니잖아요. 방송 일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선택을 받아야 할 수 있고요.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내 스타일에 맞는 것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예요.”

최씨는 요즘 “제2의 ‘가전주부’가 되고 싶다” 는 글을 볼 때마다 힘이 난단다. 그런 최씨는 예비 주부 크리에이터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주부들이 살림, 육아, 요리에만 국한해 생각하지 말았으면 해요. 나처럼 전자기기 리뷰도 할 수 있고요,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보세요.”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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