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생활웹툰 의 도입부다. 사회인 야구를 소재로 한 웹툰 를 4년째 연재 중인 유영태 작가가 최근 네이버 포스트에 반려동물 웹툰 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손가락 두 개의 의미는? 200. 반려동물을 ‘백’ 단위로 키운다고? ‘코믹엽기스릴러물’에 가까운 생활웹툰 의 작가 유영태(36)씨와, 이번 웹툰에서 당당히 ‘여주’ 자리를 차지한 아내 송한나(30)씨, ‘동심’을 담당하는 아들 유필상(3) 가족을 10월24일 서울 송파동 한 카페에서 만나 범상치 않은 반려동물 생활기를 들었다. 단, 웹툰이 연재 중이므로 아직 연재되지 않은 내용은 최대한 뺐다.
1. 시작시작은 사슴벌레였다. 지난해 여름, 유영태 작가가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아는 형과 맥주를 한잔하고 헤어지는 길. 길바닥에서 암컷 사슴벌레 한 마리를 만났다. 유 작가는 ‘아들에게 보여주면 좋아하겠다’는 기대감을 품고 사슴벌레를 담뱃갑에 넣어 집으로 데려왔다.
사슴벌레와 우연한 만남은 청소년기 이후 밑바닥에 잠재해 있던 아내 송한나씨의 ‘사육 본능’을 일깨웠다. “초등학교 때부터 동물을 많이 키웠어요. 매미 유충도 잡아서 키우고, 사마귀·잠자리도 키웠어요. 그땐 곤충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정보가 별로 없어서 집에 데려오면 금방 죽는 일이 많았어요. 며칠 살더라도 엄마가 싫어하셔서 조금 키우다가 풀어줬어요.”
곤충에서 시작된 사육은 중학생이 되어서는 햄스터 등 설치류로 이어졌다.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용돈을 모아 햄스터, 기니피그, 팬더마우스(생쥐의 개량 품종) 등을 샀어요. 햄스터는 골든햄스터, 로보로브스키햄스터, 펄햄스터 등 여러 종류로 8~9마리 키웠죠.”
송씨는 당장 인터넷으로 사슴벌레 사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바닥에 깔아줄 톱밥, 사슴벌레가 올라가고 숨을 수 있는 나무토막, 젤리형 먹이, 사육상자 등을 주문했다. 그 와중에 송씨의 마음 한쪽에는 다른 생각이 뭉게뭉게 자리잡았다. 고등학교 때 반했지만, 당시에는 기르는 것을 시도하지 못했던 양서류, 차코뿔개구리(Chacoan horned frog)가 떠올랐다.
차코뿔개구리는 머리 위가 뿔처럼 솟아 있고 입이 큰 것이 특징이다. 덩치는 작지만 큰 입으로 여러 동물을 잡아먹어서 ‘팩맨’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몸이 노란색이고 붉은 무늬가 있는 알비노 타입의 팩맨이 애완용으로 인기가 많다. 마침 생일이 다가오던 송씨는 남편에게 마리당 5만원 하는 팩맨 두 마리를 선물로 요구했다.
“개구리 한 마리를 5만원 주고 사다니…, 충격이었습니다.” 유영태 작가가 조용히 말했다.
2. 배송팩맨 두 마리가 집으로 배송됐다. 몸이 노란색인 녀석은 ‘레몬’, 붉은 녀석은 ‘딸기’라 이름 지었다. 송씨는 팩맨의 이상적인 사육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사슴벌레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준비를 했다. 투명 플라스틱 사육상자와 사육상자에 깔 바닥재로 100% 양모 펠트, 과습 방지 패드를 주문했다. 일주일에 한 번 수영 시켜주기 위한 수영장(투명 플라스틱 상자)과 양서류 피부 질환 예방을 위해 만들어진 아로마 온욕제도 샀다. 인디언 아몬드 잎이 많이 든 제품이다.
무엇보다 송씨가 신경 쓰는 것은 팩맨의 먹이다. 보통은 팩맨에 밀웜(갈색거저리의 애벌레로, 반려동물의 먹이로 많이 쓰이는 식용 곤충)을 많이 먹인다. 하지만 송씨는 팩맨의 식단에서 밀웜을 최소화했다. “밀웜은 껍질이 단단해 소화를 못 시키는 경우가 많고, 좀 자란 밀웜은 입이 날카로워서 팩맨 장기에 손상을 입힐 수 있어요. 단백질 함량이 지나치게 높아서 많이 먹으면 팩맨이 비만이 될 수 있어요.”
송씨는 대신 영양학적으로 훨씬 균형 잡힌 귀뚜라미와 열대어 제브라다니오, 조제 사료인 팩맨푸드를 주먹이로 정했다. 성장기 양서류는 영양에 불균형이 생기면 뼈가 뒤틀리는 등 기형이 되기 쉽다. 기형 없이 제대로 키우기 위해 가루로 된 칼슘제와 종합영양제도 주문했다.
며칠 뒤 귀뚜라미보다 칼슘·인 함량이 높아 영양학적으로 훨씬 우수한 것으로 밝혀진 벌레 피닉스웜(동애등에의 유충)도 먹이 후보에 올렸다. 결국 팩맨 두 마리와 함께 살아 있는 귀뚜라미 200마리, 열대어 제브라다니오 50마리, 피닉스웜 300마리가 시간차를 두고 차례로 집으로 배송됐다. 가격은 비싸지 않다. 평균적으로 밀웜은 100마리에 2천원, 피닉스웜은 100마리에 4천원, 귀뚜라미는 1마리당 80원 한다. 500마리씩 대량으로 사면 할인율도 크다.
팩맨은 거실, 각종 먹이는 유영태 작가의 작업실로 쓰는 방에 자리를 잡았다. 귀뚜라미 사육장 어딘가에 틈이 있었을까. 작업실에서 잠자던 유영태 작가 머리로 귀뚜라미 한 마리가 뛰어올랐다. “으악!”
양서류 2마리와, 어류 50마리, 곤충 500마리. 그리고 9년 전부터 함께 살아온 고양이 1마리. 사실, 유 작가는 만화 도입부에서 손가락 두 개가 아니라 다섯 개는 펴야 했던 게 아닐까.
3. 피딩(feeding)어떻게 먹일까. 송씨는 팩맨을 키우는 즐거움 가운데 첫째로 ‘먹이 주는 즐거움’을 꼽았다. “팩맨은 먹이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큰 개체예요. 필상이가 잘 안 먹어서 필상이 먹일 때 스트레스가 있거든요. 팩맨이 먹이를 줬을 때 꿀꺽꿀꺽 잘 받아먹으면 그렇게 기쁠 수 없어요.”
보통 팩맥은 냉동생쥐 등 큰 먹이를 일주일에 한 번 먹인다. 하지만 송씨는 ‘먹이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 작은 개체들을 매일 먹인다. 살아 있는 귀뚜라미를 핀셋으로 집어 칼슘이나 종합영양제를 잔뜩 묻힌다. 팩맨 앞에 귀뚜라미를 갖다주면 냉큼 먹는다. 열대어 제브라다니오도 뜰채로 건진 뒤 핀셋으로 집어 먹이로 준다. 팩맨이 어릴 때는 작은 귀뚜라미 2마리, 제브라다니오 1마리 정도를 먹었다. 팩맨이 자라며서 귀뚜라미는 간식에 불과해졌다. 제브라다니오는 작아서, 생물고기는 향어로 바꿨다. 새 먹이로 지렁이를 추가했다. 지렁이 150마리가 집으로 배송됐다.
칼슘 함량이 높은 피닉스웜은 발효된 먹이를 먹는지라 냄새가 많이 난다. 게다가 ‘불사조’(피닉스)라는 이름처럼 잘 죽지 않기 때문에, 양서류 장기에서 소화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먹이기 직전 ‘칼침을 줘서’ 피닉스웜을 죽여야 한다. “실제로 해봤더니 칼로 몇 번을 찔러도 잘 죽지 않아서 먹이기 힘들었어요. 냄새도 지독해요. 사람들이 이런 문제 때문에 건조된 피닉스웜을 많이 사는데, 저는 생물을 먹이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들였다 곧장 무료 나눔을 했어요.” 송씨가 말했다. 이렇듯 먹이 재료를 고르고, 실제 먹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따른다.
4. 반려노동팩맨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양서류는 온도와 습도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26~28℃의 온도와 적절한 습도를 늘 유지해줘야 한다. 이틀에 한 번씩 팩맨이 사는 사육상자를 청소한다. 아들 필상이가 잠든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먹이 주기, 사육상자 청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온욕 등 팩맨의 행복한 삶을 위한 반려인 송씨의 다양한 노동이 시작된다.
반려노동은 팩맨에 국한되지 않는다. 균형 잡힌 식사를 위해 생먹이를 고집하는 송씨는 먹이도 사육해야 한다. 향어를 100마리 단위로 처음 들일 때는 팩맨이 먹기 전까지 수조가 꽉 차, 거의 날마다 수족관 청소를 해줘야 했다. 귀뚜라미에게도 3~4일에 한 번씩 먹이를 주고, 죽은 개체는 없는지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 지렁이가 가장 일이 적다. 과일껍질, 달걀껍데기 등을 넣어주고 흙을 덮어주면 알아서 잘 살아간다. 가끔 건조하지 않게 물만 뿌려주면 된다.
5. 죽음학 개론일산에서 데려온 사슴벌레는 어떻게 됐을까. ‘혼자면 외롭다’는 지론에 따라 송씨와 필상이는 마트에서 뿔이 멋진 수컷 사슴벌레를 데려왔다. 다음날, 암컷 사슴벌레가 정확히 두 동강 났다. 수컷 사슴벌레가 교미를 시도할 때 암컷 사슴벌레가 거절할 경우, 수컷이 암컷을 두 동강 내는 일이 있다고 한다. 암컷을 뜻하는 일본어 ‘메스’(めす)와 죽이다는 뜻의 영어 ‘킬’(kill)을 합해 ‘메스킬’이라고 한다. 유씨 가족은 사슴벌레의 메스킬을 두 차례 목격했다. 필상이는 두 동강 난 사슴벌레를 들고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합체해줘.”
팩맨 먹이용으로 사육되며 수족관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제브라다니오의 죽음도 필상이에게는 속상한 일이었다. “엄마, 물고기 먹이지 마.” 필상이의 울음에 ‘레몬’과 ‘딸기’의 식사 시간은 필상이가 잠든 밤 10시 이후로 옮겨졌다.
사슴벌레와 팩맨 사이에 동네 연못에서 건져온 올챙이와 개구리도 유 작가네 집을 거쳐갔다. 송씨는 동네 연못에서 올챙이와 개구리 7마리를 건져왔다. 뒷다리가 자란 올챙이, 네 다리가 모두 생긴 상태에서 꼬리가 퇴화하는 단계의 개체, 완전한 개구리 등 ‘변태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올챙이와 개구리가 연못에 있었다. 가로 1m의 긴 유리 수조를 사서 그 안에 자갈, 유리구슬, 나무 등을 넣어 개구리와 올챙이가 함께 지낼 수 있는 사육 환경을 만들었다. 그런데 올챙이에서 개구리로 변화해가는 개체들이 하루하루 올챙이에게 뜯어먹힌 채 ‘백골’이 되는 ‘배틀로얄’ 같은 사태가 계속 벌어졌다. 올챙이 먹이를 충분히 줘도 그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잔혹한 순간이었어요. 변화하는 단계의 개구리가 아가미가 퇴화되고 폐가 생기는 어정쩡한 상태로 제일 힘이 약해서 그런 건지….” 집으로 옮겨온 생태계의 잔혹한 모습을 제어할 수 없었던 가족은 남은 개구리 2마리를 다시 연못에 풀어줬다. 생명체와 함께하는 건 죽음과도 함께하는 일이다.
6. 투 비 컨티뉴드(to be continued)여기까지는 도입부다. 이 웹툰의 제목은 . 마치 성경에서 홍수를 피하기 위해 모든 생명체가 한 쌍씩 노아의 방주에 오른 것처럼 에는 앞으로 더 많은 곤충과 파충류, 조류가 등장하고 사라지길 반복할 예정이다. 유영태 작가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한 생명체와 함께하는 일이다. (우리 집은 수백 마리의 생명체, 하하.)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 들어가는 엄청난 관심, 노력, 비용 등을 잘 알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하고 시작해야 한다. 그냥 예쁘다고, 궁금하다고 덜컥 할 일은 아니다. 만화를 통해 그런 ‘책임감’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려 섞인 협조를 하고 있는 유영태 작가와, 이제는 한 살 더 먹어 조금 더 의젓해진 필상이와 송한나씨의 반려동물 기르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몇 마리냐고? 그건 비밀이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전화신청▶ 02-2013-1300 (월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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