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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알려지면 코 파기 곤란한데”

<한겨레21> 새 만화 <너와 나의 21세기> 연재 앞둔 김보통 작가…
“지리멸렬하고 웃픈 우리의 21세기 담고 싶어”

제1171호
등록 : 2017-07-19 20:11 수정 : 2017-07-21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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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통 작가는 유쾌하면서도 젠체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송곳>으로 유명한 “최규석 작가를 닮고 싶다며 ‘포스트 최규석’까지는 힘들어도 ‘최규석 아류’ 정도로는 불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겨레

암환자의 일상을 밝고 가볍게 그린 <아만자>로 만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고 온 김보통 작가가 <한겨레21>에 생활만화를 연재한다.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했던 <디피>(DP)와 이후 근황이 궁금했던 김보통 작가를 7월11일 경기도 일산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결핍이 사회의식을 낳았다는 예민한 감수성의 김 작가는 “전작들과 달리 피식 웃어넘기지만 생각거리를 남길 새로운 만화를 그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리멸렬하고 웃픈 우리의 21세기를 그릴 새 연재 만화 <너와 나의 21세기>는 다음호부터 독자를 찾아간다.

<한겨레> 토요판에 연재한 이후 근황이 궁금하다.

원래 계획은 연재를 쉬면서 몸을 추스르고 다음 만화 구상도 하려 했는데, 완결 뒤 이날까지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만 한다. 그 와중에 <한겨레21> 연재를 시작하다니. 이제 쉬는 것은 포기했다.

“태어날 때부터 결핍으로 점철된 삶”

새 연재 만화 <너와 나의 21세기> 소개하자면?

대학에 입학하면서 21세기를 맞이했다. 뭔가 굉장히 멋진 일이 일어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21세기가 되었다는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시시했다. 그냥 어제 같은 오늘, 20세기와 별반 다르지 않은 21세기였다. 연재하려는 만화는 그런 시시함에 대한 이야기다. 뭔가 근사한 일이 일어날 거라 생각한 미래였는데 막상 닥친 하루하루는 지리멸렬하고 실망스럽기만 한, 그 와중에 안타깝게도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전 작품들과 성격이 달라 보인다.


줄곧 무거운 이야기를 해왔기 때문에 이번엔 좀 가벼운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냥 피식 웃으며 넘어갈 수 있는, 하지만 전체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마냥 우습지만은 않은, 이미 지나간 유행어인 ‘웃픈’ 이야기를 그려보려 한다. 요즘 젊은 사람들 사는 게 딱 그러니까, 정말 웃픈. (웃음)

김보통 작가가 그리는 정통 시사만화도 기대된다.

솔직히 가장 자신 없는 분야가 시사만화다. 시사에도 큰 관심이 없다. 굉장히 편파적인 인간이라. 어떤 대결 구도가 있을 때 본능적으로 소수자나 약자를 응원한다. 영화를 보더라도 악당이 힘을 잃거나 약해지면, 반대로 악당을 응원하는 타입이다. (웃음) 현실 인식이나 객관적 판단이 안 되는 사람이라 그런 것 같다. 앞으로도 시사만화는 불가능할 것 같다.

장담할 순 없을 것 같다. (웃음) <아만자>나 등 주제의식이 남다른데 어떤 계기로 사회의식을 갖게 되었나.

어릴 적부터 불만이 많았다. 그 모습이 주위 사람들에게는 불만이었다. 또 그런 주위 사람들이 나는 불만이었다. 만화가에게는 ‘불만’이란 게 참 좋은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불만 하나하나를 다 이야기로 만들고 만화로 그리면서 마구 떠들 수 있어 속이 후련하다. 게다가 나는 그냥 불만을 말할 뿐인데 좋게 해석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더더욱 좋다. (웃음) 왜 이런 사회의식을 가지게 되었을까 가끔 생각하는데, 태어날 때부터 결핍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부모 세대보다야 풍족하게 살았겠지만, 개인이 결핍을 느끼는 원인으로 주변 환경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과거보다는 풍족해졌지만, 주변 친구들에 비해 말도 안 되게 궁핍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불만이 생겨난 듯하다. 왜 우리는 가난할까? 사회가 잘못된 것이다, 뭐 이런 논리다.

“최규석 아류 되기의 한 과정”

‘결핍이 예술을 낳는다’는 말이 떠오른다. 영향받은 작가나 작품이 있나.

최규석 작가의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를 정말 좋아한다. 한국 만화계의 ‘순수’와 ‘즐거움’의 상징과도 같은 둘리를 생활고에 시달리는 소수자로 만들어버려 거기에 사회상을 녹이는 것. 그야말로 만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규석 작가의 만화는 모두 좋아한다. ‘포스트 최규석’까지는 힘들어도 ‘최규석 아류’ 정도로는 불리고 싶다. (웃음) 이번 연재 역시 ‘최규석 아류 되기’의 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최 작가가 좋아하겠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보통 6시에 일어난다. 아침 먹고 출근해 일하고 점심 먹고 일한다. 퇴근 뒤 저녁 먹고 침대에 누워 공상하다 9시쯤 일찍 잠든다. 농부 같은 삶을 산다. 다른 일은 거의 못한다. 딱히 불만이 없는 게 당장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시간도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내 안의 불만이 사라질 때까진 계속 주절거리고 싶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사실 별 생각이 없었다. 만약 내 얼굴이 알려진다면 ‘길 가다 코 팔 때 누군가 날 알아보면 곤란한데’라는 생각에 공개하지 않은 건데 이젠 시기를 놓쳐 공개하기도 애매해졌다. (웃음) 이젠 내 진짜 얼굴이 궁금한 사람도 없지 않을까.

작업실 관리 방침(?)이 특별하다고 들었다. 같이 일하는 스태프와 직접 교류하지 않는 등 도제식 시스템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던데.

나 자신이 기존 만화계 시스템 밖에서 들어와 기존 방식을 모른다. 지금은 그저 ‘어떤 게 맞을까’ 스스로 궁리해서 만드는 수준이다. 자연히 회사 다닐 때 ‘이랬더라면 좋았겠다’ 싶은 것을 하나하나 적용해 작업실을 운영한다. 굉장히 건조하고 서로에게 무심하며 개인적인 작업실이지만, 또 반면에 책임과 보상이 명확한 구조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만화는 일이자 휴식”

따로 준비하거나 구상하는 작품이 있다면 살짝?

학교, 학생 그리고 부모와 사회에 대한 만화를 준비하고 있다. <너와 나의 21세기>와 달리 굉장히 무거운 만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한쪽 만화를 그리며 감정의 바닥으로 파고들고 다른 만화를 그리며 다시 회복하고를 반복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만화는 일이자 휴식이기도 하니까. (웃음)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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