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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을 신문 1면에 올리기까지

한겨레 특별취재반 '127일의 기록' <최순실 게이트>
등록 2017-05-07 06:09 수정 2020-05-02 19:28

. ‘기자들, 대통령을 끌어내리다’라는 부제가 붙었다. 김의겸, 강희철, 류이근, 송호진, 방준호, 하어영. 2016년 9월20일 최순실이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임을 세상에 처음 알린 특별취재반 기자들이다. “저자가 책 소개를 쓰는 게 이상하지 않냐”는 핀잔을 들었다. 맞다. 그래도 쓴다. “책 좀 봐주시길.” 직접 얘기하고 싶었다.

“한 사람 더 만나보려는 노력, 한마디 더 들으려는 자세, 전화 한 통 더 돌리려는 성실함이 얼마나 큰 결실을 맺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취재의 결과물을 설명하기보다는 취재의 과정을 최대한 소상하게 밝히는 데 주력했다.”

특별취재반의 최고참 김의겸 기자는 책에서 말한다. 김 기자는 취재 초기부터 “성공기든 실패기든 남겨보자”며 팀원들을 독려했다. 특별취재반 127일의 역사 기록에 모든 것을 담았다.

책 곳곳에서 기자가 운다. 한두 번이 아니다. 미안했다는 고백은 열 차례를 넘어선다. 시작은 방준호 기자다.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최순실씨의 단골 마사지센터장이었다는 기사의 담당자다. 그는 이 사실을 알려준 취재원에게 “나쁜 사람” “착한 얼굴을 하고”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쏟았다.

류이근 기자의 속울음도 생생하다. JTBC의 태블릿PC 보도 뒤 취재원(이성한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비보도 약속을 깨고, 그 사정까지 더해 지면을 채웠던 날이다(최순실씨 검찰 공소장은 류 기자의 보도 내용이 뼈대가 됐다). 독일에서 전화가 걸려온 새벽, 수화기 너머 송호진 기자가 “차에 유아용 카시트가 보인다. 정유라에게 아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순간의 기억도 또렷하다.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봐 걱정하는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이석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을 전면에 등장시킨 강희철 기자가 겪었을 마음고생의 크기를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 팀을 이끈 27년차 김의겸 기자는 이 모든 미안함을 떠안아야 했다. 그는 JTBC의 태블릿PC 보도 후일담까지 가감 없이 책에 담았다.

특별취재반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무대로 소환해낸 인물은 최순실, 이성한, 정현식(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등이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들은 그렇게 역사가 됐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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