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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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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주는 당신을 위해

희망과 용기 주고받는 인간관계 원한다면

내 마음과 관계 맺기가 먼저다
등록 2017-01-06 06:54 수정 2020-05-02 19:28
일러스트레이션/ 조승연

일러스트레이션/ 조승연

인간은 다른 동물과 뭐가 다를까? 이는 그동안 많은 심리학자의 연구 주제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인간의 전유물이라 여기던 생각·감정·공감·유머 능력 등이 다른 동물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렇다면 동물과 달리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해답 중 하나는 인간만이 꿈과 희망을 갖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우린 모두 ‘앞으로 잘될 거야,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라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난 망할 거야’라고 생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잘될 거야’라는 희망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때로는 설령 거짓된 희망일지라도 그것은 분명 미래를 향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동인이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자신의 가장 좋은 작품은 앞으로 쓸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이기 때문이다.

좋은 관계 속 긍정의 힘

또 하나, 인간은 자기가 누구인지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동물과 구분된다. 인간을 제외한 그 누구도 ‘하필 나는 왜 강아지로 태어났지? 내가 태어난 의미는 뭘까?’라고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의식이 깨어갈수록 ‘왜 나는 코끼리도 아니고 장미도 아니고 하필 인간으로 태어났을까? 내 존재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고민한다. 우리는 삶에서 존재의미를 찾을 수 없을 때, 그리하여 손톱만 한 희망도 찾아낼 수 없을 때 절망한다. 반대로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이 노력하는 것의 의미를 찾고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는 절망하지 않는다.

꿈과 희망이 가득 찬 미래, 그리고 자기 존재의 의미를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관계를 통해서다. 아무리 절망에 사로잡혀 있을 때라도 우리에게 소중한 어떤 사람이 “넌 소중해. 그리고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서 잘해왔어. 그러니 지금 이 순간만 잘 극복하면 다시 좋은 날이 올 거야”라고 격려해주면 우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더불어 ‘내가 그렇게 잘못 살아온 것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낸다.

얼마 전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북콘서트가 끝나고 나서의 일이다. 어느 독자가 다가와 “실직을 해서 절망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오늘 다시 한번 도전해볼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그 말에 나 역시 큰 힘을 얻었다. 예전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청취자 사연에 답하는 코너가 있었다. 어느 날 프로그램을 마치고 일어서려는데 한 여성이 찾아왔다. 아침마다 일하는 곳에서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는 게 큰 즐거움인데 그중에서도 청취자 사연에 답하는 코너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런 독자나 청취자를 만나면 글 쓰고 방송하는 의미를 다시금 찾게 되고 큰 용기를 얻는다. 희망과 의미가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나없이 삶에서 희망과 존재의 의미를 찾을 때 기쁨과 즐거움을 느낀다. 긍정적 감정은 살아가는 동안 경험하는 온갖 스트레스를 이기는 원동력이 된다. 사실 스트레스를 이기는 비결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잘 먹지 못하고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으며 잘 쉬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이기는 비결은 바로 좋은 관계 속에 얻는 긍정적 감정의 힘이다. 그 힘이 있으면 우리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억제시키고 평화에 관여하는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단 내 몸이 미워진다

내 경험을 말하면 언젠가 아들에게 문자가 왔는데 내용이 이랬다. ‘엄마, 난 엄마가 우리 엄마라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 이게 뭔가 싶어 화들짝 놀라 나도 모르게 ‘무슨 일이야? 돈 필요하니?’ 하는 답신을 보내고 말았다. 알고 보니 아들은 진심이었다. 우연히 어느 분의 강의를 들었는데 자신이 간난신고를 이겨낸 힘은 바로 아이들의 격려에 있었다고 해서 감동받아 문자를 보낸 것이다. 우리는 웬만해서 남들에게 격려나 위로를 잘 못한다. 그러다보니 나처럼 화들짝 놀라서 상대방의 진심을 의심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인간은 원래 남의 장점보다 단점을 더 잘 보기 때문이다. 우리 뇌에는 인류가 지구상에 생겨난 이래 경험한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지크문트 프로이트의 무의식이나 카를 구스타프 융의 집단무의식이 다 옳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는데, 우리가 상대방의 단점을 먼저 보게 되는 이유도 무의식과 관계 있다.

수렵시대부터 인간은 살아남기 위해 식물을 봐도 독초는 아닌지 살피는 능력을 키워왔다. 마찬가지로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해코지하려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했던 까닭에 우리 뇌는 상대방의 단점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발달해온 것이다. 치매에 걸리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 피해망상인 것도 그런 면과 연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누가 내 욕을 하면 ‘아하,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 대신 ‘나는 상대방처럼 행동하지 말자’ 한다면 그는 성숙한 사람이다. 즉, 단점을 더 잘 보는 우리 본성을 거스르면서 상대방의 장점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인격적 성숙의 한 지표인 셈이다. 여기에 더해서 상대방에게 위로와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용기와 희망을 주고받는 인간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과의 관계가 정립되어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상담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우리 내면에는 스스로 완벽한 인간이 되려는 욕망이 너무 크게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모도 능력도 유머 감각도 노래도 춤도 운동도 최고여야 하고, 돈도 명예도 성공도 수명도 100% 완벽하기 바라는 것이다. 현실은 어떤가? 어디에도 그렇게 완벽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나 열등감과 불안에 시달린다. 우리가 작은 일에 쉽게 상처받고 분노하고 우울해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완벽하지 못한 자신이 싫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난 어째서 이 정도밖에 안 될까?’ 스스로 비난한다.

그런 일을 되풀이하면 어떻게 되나? 일단 내 몸이 미워진다. 우리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세상에 둘도 없이 예쁜 그릇도 쉰 음식이 담겨 있으면 아름다움이 반감된다. 그리고 얼른 치워버리게 된다. 아무리 멋진 외모에 완벽한 화장으로 치장해도 마음이 불편하면 우울하거나 짜증 나는 표정을 숨길 수 없다. 그러면 사람들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반대로 소박한 질그릇이라도 맛있는 음식이 담겨 있으면 모두 좋아한다. 마음이 정갈하고 반듯하면 외모 역시 빛나게 되어 있다.

내 마음이 어떤지 모르면 안 된다

우리 삶의 원천은 바로 ‘마음’이다. 마음에서 모든 것이 비롯된다. 마음이 지옥이면 인생도 지옥이고, 마음이 천국이면 인생도 천국이다. 그런데 우리가 여전히 마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유는 내적 힘이 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하는 변명도 대개 정해져 있다. 도무지 내 마음이 어떤지 나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요즘 와인이 유행이다. 와인 클래스에 가면 먼저 와인에 대한 감각을 키운다. 와인 향을 구별해내기 위해 여러 자연 향을 맡아보고 냄새를 구분한다. 그리고 와인을 향과 맛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 그러다보면 와인 맛이 제각각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도대체 알 수 없을 것 같은 자기 마음도 자꾸 들여다보고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느끼는 연습을 하다보면 달라진다. 마음도 몸의 감각처럼 어느 정도 훈련을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그런 사람만이 상대방에게 격려와 위로와 신뢰를 나누어줄 수 있다. 그런 희망을 가지고 2017년을 시작하기 바란다.

양창순 마인드앤컴퍼니 대표·신경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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