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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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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오아시스

영국 록밴드 ‘오아시스’의 전성기 3년

무대 안팎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소닉>
등록 2016-12-02 08:11 수정 2020-05-02 19:28

록밴드 오아시스의 유일한 라이브 앨범 [Familiar To Millions]. 2000년 영국 웸블리 구장에서 이틀 동안 열린 공연 첫날 실황 앨범이다. 하루 7만 명, 이틀 동안 14만 명 넘는 관객이 오아시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웸블리 구장을 찾았다.
당시 오아시스의 존재는 앨범 제목 그대로였다. 수백만에게 친숙한, 모두가 알고 있는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밴드였다. [Familiar To Millions]에서 오아시스의 대표곡 [Don’t Look Back In Anger]가 연주되는 순간은 전율이라 부를 만했다. 공연장에 모인 7만 관객이 한목소리로 부르는 “Don’t Look Back In Anger”를 들을 때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이 곡이 얼마나 훌륭한 팝송인지 새삼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망치로 머리를 맞고 음악이 들렸다

씨네룩스 제공

씨네룩스 제공

이뿐인가. 오아시스란 이름을 처음 알린 노래 [Supersonic]을 비롯해 [Rock ’n’ Roll Star] [Shakermaker] [Live Forever] [Whatever] [Wonderwall] [Some Might Say]는 연일 라디오방송에 나오고 차트를 점령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았지만 본국 영국에서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비틀스 이후 최고의 영국 밴드’라는 찬사가 뒤따랐고, 말 그대로 국민밴드가 되어 국민가요를 만들어냈다. 불과 3년이라는 시간, 2장의 앨범을 통해 얻은 영광이었다.

영화 은 바로 그 3년의 시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실업급여를 타던 맨체스터 출신 청년들이 어떻게 수십만 관객을 앞에 두고 노래하게 됐는지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또 슈퍼 밴드로 나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갈등과 어려움을 그대로 기록한다. 그래서 은 오아시스를 모르거나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겐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역설적으로 오아시스 멤버들의 캐릭터와 음악의 힘으로 이를 돌파하려 한다.

노엘 갤러거와 리엄 갤러거. ‘눈썹형제’란 애칭으로도 불리는 다섯 살 터울의 갤러거 형제는 두말할 것 없이 오아시스를 이끄는 축이었고, 영화 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형 노엘의 표현대로 둘은 고양이와 개처럼 많이 달랐다. 혼자 있기 좋아하고 집에서 기타 치고 음악 듣는 걸로 충분했던 노엘과 달리 리엄은 늘 강아지처럼 관심을 필요로 했고 자신을 받아줄 상대가 필요했다. 각자 다른 성정을 가진 형제가 주도권 싸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한 밴드에 있다는 건 갈등을 안고 간다는 의미다.

노엘, 오아시스의 시작과 끝

17살 때까지 (형을 포함해) “기타 치거나 밴드 하는 놈들은 뭔가 좀 수상해서 욕도 하고” 그럴 만큼 음악에 관심이 없던 리엄은 옆 학교 학생들과 싸움에서 망치로 머리를 맞은 뒤 “미친 소리 같겠지만” 그때부터 음악을 듣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노엘은 태연하게 “머리에 음악을 박아넣은 거”라고 해설을 덧붙인다. 다큐멘터리 내내 형제의 거리낌 없는 말들이 이어진다. F로 시작하는 비속어는 기본이다.

오아시스는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도 금세 유명해졌다. 서로 독설은 물론이고, 시상식 무대에 올라 “퇴물들은 신예들에게 상 줄 자격이 없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밴드 초기 영상에서 이들은 필 콜린스와 스팅을 거론하며 “이런 정크푸드 음악은 우리가 차트에서 밟아버려야 한다”고 얘기한다. 당장 인터넷에 ‘오아시스 어록’이란 검색어만 쳐도 이들이 뱉어낸 말의 파편이 한가득 쌓여 있다. 이들의 독설은 자신감의 다른 표현이기도 했다. ‘우리야말로 진정한 로큰롤 밴드고 세계 최고 밴드’라는 생각으로 음악을 시작했고, 이를 실현했다.

노엘은 동생의 밴드에 가입하면서 진정한 오아시스의 시작을 알린다. 그의 번뜩이는 천재성이 발휘됐다. [Live Forever]를 만들어 멤버들에게 들려주자 “웃기지 마. 네가 만든 곡 아니잖아?”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그가 쓴 곡들은 뛰어났다. 다른 멤버들이 중국음식을 먹을 동안 만들었다는 [Supersonic]은 또 어떤가. 노엘 스스로 인정하듯 이 기록하는 3년 동안 창작의 봇물이 터지듯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명곡이 쏟아져나왔다.

결국 밴드는 노엘 중심으로 굴러간다.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한 ‘사건’이 있은 뒤로 더더욱 노엘의 비중이 커져 아예 보컬 욕심까지 내기 시작했다. 갈등은 필연적이었다. 밴드 ‘레인’에서 활동하는 멤버들과 새롭게 오아시스를 만든 건 리엄이었고, 오아시스란 이름을 지은 것 또한 그였다. 평소에도 개와 고양이 같던 형제의 갈등은 점점 더 깊어졌다.

영화는 역사적인 영국 넵워스 공연으로 시작해 다시 그 공연으로 끝을 맺는다. 양일간 관객 25만 명이 공연장을 찾았다. 당시 영국 인구의 4%에 해당하는 약 250만 명이 공연 예매를 시도했다고 한다. 영화의 해설처럼 단 3년 만에 신인에서 록의 거인으로 거듭난 밴드가 가질 수 있는 영광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형제의 불화와 조금씩 휘발돼가는 노엘의 창작력이 맞물린 까닭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은 오아시스의 가장 좋았던 한때를 그리며 그들의 음악에 열광했던 모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위대한 밴드의 찬란한 시절

노엘은 늘 누구보다 더 ‘좋은 곡’에 대해 얘기해왔다. 오아시스의 첫 번째 내한공연을 위해 2006년 처음 한국을 찾은 노엘 갤러거는 인터뷰에서 “좋은 곡을 한두 곡 쓰는 건 쉽다”며 “좀더 지켜보고 좋은 곡이 많이 나왔을 때 좋은 밴드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는 얘기를 했다. 오아시스는 좋은 곡을 만들고 좋은 앨범을 만들어낸 위대한 밴드였다. 은 이 위대한 밴드의 찬란한 시절을 담아낸 기록이다.

김학선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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