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로레인 앞에서 결혼서약을 할 때만 해도 돈 모레이는 활력이 넘쳤다. 그러나 6년 뒤, 돈의 몸은 서서히 무너졌다. 1999년, 그는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 진단을 받았다. 그의 몸은 휠체어에 기대었다. 1999년부터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했다. 목소리도 완전히 잃었다.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사용할 수 없었다. 생계를 위한 농사일도 더는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로레인은
자비드는 돈이 의사소통에 쓰던 ‘종이 카드’(레터보드)에 주목했다. 이 카드는 사분면된 종이에 알파벳이나 단어를 적어두고, 이 가운데 하나를 가리켜 대화를 주고받도록 돕는 도구다. 자비드는 종이 카드를 노트북으로 대체했다. 그리고360도 화면 회전이 가능한 노트북 화면에 특정 단어가 뜨면 돈이 눈을 깜박거려 단어를 선택하고, 컴퓨터가 이 단어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이른바 ‘아이라이터(Eye-Writer) 프로젝트’다.
자비드는 돈에게 기존 레터보드처럼 화면을 보며 하고픈 말을 입력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돈 모레이의 눈이 15년 만에 깜박이며 말했다. “사랑해, 로레인.”
‘불가능은 없다.’ 이 흔한 구호를 이름으로 내건 단체가 ‘낫임파서블’ 재단이다. 엘리엇 코텍과 믹 에블링이 공동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믹은 몇 가지 믿음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싼값에 기술을 공개하고 플랫폼을 만들면, 사람들의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야.’
그는 또 한 사람의 ‘사연’에 주목했다. 한 사람을 도우면 여럿을 도울 수 있고, 한 문제에 집중하면 나머지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뜻있는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에게 기술을 열기로 했다. 지금껏 해결 못한 문제들을 집단지성의 도움으로 풀어보자는 판단에서다.
믹과 엘리엇은 ‘낫임파서블랩’(Not Impossible Lab)이란 협업 실행 조직도 꾸렸다. 낫임파서블랩은 전세계에서 기술적 도움을 바라는 이들의 ‘사연’을 받는다. 그런 다음 느슨히 연결된 창작자와 디자이너, 인문학자 등이 두루 참여해 해결 방법을 찾는다. 돈과 로레인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도 ‘스피커유어마인드’ 재단이 제공하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했다. 스피커유어마인드 재단은 의사소통 장애인을 위한 소통 도구 제작을 목표로 출범한 비영리재단이다.
이런 방식으로 일하는 낫임파서블랩을 통해 남수단 내전으로 두 팔을 잃은 소년 다니엘은 불과 6시간 만에 3D프린터로 만든 로봇팔을 얻었다. 돈 모레이는 이제 로레인 없이도 다른 농부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업무를 처리한다. 친구에게 안부를 전하거나 간단한 대화도 나눈다.
낫임파서블랩의 ‘아이라이터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창의개발연구소에도 영감을 줬다. 삼성전자는 2013년 아이라이터를 개조해 눈으로 PC를 조작할 수 있는 ‘아이캔’을 공개했다. 믹 에블링은 “불가능하다고 섣불리 단정짓지 마세요. 미래엔 가능한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불씨를 지폈다. 구글은 지난 8월23일 ‘구글 임팩트 챌린지 코리아 2016’ 최종 우승 단체를 발표했다. 교실 교육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새 학습법과 품앗이 정보기술(IT) 참여 방식으로 갯벌 생태계를 보호하는 아이디어가 포함됐다. 한국에서도 ‘불가능은 없다’고 외치는 ‘IT 어벤저스’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이희욱 편집장 asadal@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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