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처럼 부담스러운 과목도 없었다. 국어와 영어는 그나마 생활 속에서 사용할 기회가 있지만, ‘로그’나 ‘로피탈의 정리’ 따위는 대체 어디에 쓰라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싶어도, 치열한 입시 경쟁은 그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풀라고 다그친다. 그러니 수학을 가르치지 말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수학의 효용은 숫자나 공식을 다루는 실력보다 사실에 근거해 판단을 끌어내는 힘을 기르는 데 있다. 법을 적용할 때도, 질병의 원인을 찾을 때도, 하다못해 물건을 하나 살 때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레 수학적 사고를 거친다. 그런데도 우리는 수학을 ‘학문’이라는 틀로 제한해 삶과 분리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펴냄)를 통해 ‘20세기 지성’이라 일컫는 버트런드 러셀의 생애를 들여다보면 ‘학문과 삶’의 괴리를 줄이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자이자 논리학자, 철학자, 사회운동가인 러셀은 행동하는 지식인을 넘어 학문의 ‘논리와 이성’을 삶에도 적용했기 때문이다.
불확실하고 어두운 어린 시절을 보낸 러셀은 옳고 그름이 분명한 수학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깊이 공부할수록 “인간 이성의 마지막 버팀목”이라 믿었던 수학의 토대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한다. “진리의 본질을 꿰뚫기를 바랐지만, 내가 배운 것은 시시한 계산술뿐이었다.”
이에 러셀은 화이트헤드와 함께 를 발표해, 수학에 기호논리학을 도입해 더욱 엄밀하고 철저한 체계를 마련하고자 했다. 러셀의 업적은 비트겐슈타인, 괴델, 튜링, 폰 노이만 등 수학·철학·컴퓨터과학의 거장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회적 측면에서도 러셀은 왕성한 활동을 보인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위기를 평화적으로 극복하자고 호소했고, 1955년에는 아인슈타인과 함께 ‘핵무기 없는 세계와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하는 선언’을 발표했다. 러셀은 세상의 ‘비합리성’과 타협할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삶이 너무도 비논리적이고 불확실해서 인간은 태곳적부터 절대적 진리를 찾고 싶어 했고, 오랜 노력 끝에 나름의 체계를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학문의 합리성과 비판적 사고력을 조금이나마 삶에도 적용한다면 우리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풍부해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넓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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