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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빼고 록의 본고장으로 날아가다

블루스·펑크·컨트리를 한 앨범에 이질감 없이 담는 괴물… 지금 가장 기대를 모으는 밴드 ‘데드버튼즈’
등록 2016-01-30 16:12 수정 2020-05-02 19:28
데드버튼즈의 첫 앨범 <Some Kind of Youth>. 러브락컴퍼니 제공

데드버튼즈의 첫 앨범 . 러브락컴퍼니 제공

관객이 누가 왔는지, 얼마나 왔는지 신경 쓸 여유 따위는 없었다. 함께 활동하던 베이스 연주자가 팀을 나간 얼마 뒤였다. 기타와 드럼, 둘만이 무대에 올랐다. 베이스가 빠진 사운드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게 당장 이들에게 닥친 숙제였고 걱정거리였다. 게다가 소리가 좋게 나올 리 없는 건물의 옥상 무대였다. 매년 가을에 열리는 ‘잔다리 페스타’의 수많은 무대 가운데 하나였다. 어떻게 끝냈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공연을 마친 이들은 베이스기타가 없는 2인조 밴드 데드버튼즈로 확실하게 방향을 정했다.

그저 수많은 무대, 수많은 공연 가운데 하나로 끝났을 공연을 지켜본 이방인이 하나 있었다. 영국의 음악 페스티벌 ‘리버풀 사운드시티’의 대표 데이비드 피칠링기였다. 잔다리 페스타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온 그는 공연을 끝낸 데드버튼즈를 찾아가 영국 공연을 권했다.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홍지현을 보고는 “젊은 엘비스 프레슬리 같다”며 록스타의 가능성을 점쳤다.

얼마 전 발표한 데드버튼즈의 앨범 제목은 (Some Kind of Youth)다. 한국말로 풀자면 ‘어떤 젊음’ 정도가 될 것이다. 피칠링기의 제안을 받은 데드버튼즈는 ‘무모한 젊음’이 되는 걸 택했다. 살고 있는 방 보증금을 빼고 대출을 받아 영국행 경비를 마련했다.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 한 번의 영국 공연으로 끝날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저 록의 본고장에서 신나게 놀다 오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영국에 다녀온 뒤 밴드는 한층 더 성장했다. 팀의 드럼 연주자인 이강희는 “마치 게임에서 치트키를 쓴 기분”이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훨씬 빨리 경험치가 쌓여 레벨업이 된 것 같았다. 영국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러시아의 음악 페스티벌에도 참가했다. EBS 의 ‘헬로루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케이루키즈’ 같은 신인 음악가 경연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데드버튼즈는 지금 가장 기대를 모으는 신인 밴드로 자리매김했다.

많은 기대 속에서 얼마 전 첫 앨범을 발표했다. 크라잉넛에서 아코디언과 건반 연주를 맡고 있는 김인수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블루스와 펑크, 로큰롤, 개러지 록, 컨트리, 로커빌리 등 정말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곡마다 녹아들어 있는 데드버튼즈의 음악에 김인수만 한 적임자는 없었다. 김인수는 음악을 하는 음악가 이전에 한국에서 가장 음악을 많이 듣는 ‘헤비 리스너’이기도 하다. 데드버튼즈와 김인수는 그처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풍성하면서도 이질감 없게 한 장의 앨범 안에 배치했다.

이들은 ‘다른 젊음’이기도 하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잊을 수 없는 리프와 응집된 에너지를 들려주는 멋진 곡 는 밴드의 자전적 이야기다. 16살에 학교를 그만둔 홍지현은 일찌감치 음악의 길을 택했다. 그가 망설임 없이 방 보증금을 빼서 영국에 갈 수 있었던 건 또래들의 한 한기 등록금 정도 되는 돈으로 더 의미 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 결정은 계속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더 많은 경험을 쌓게 했다.

는 5월 영국에서 정식으로 발매된다. 영국에서의 공연은 영국의 인디 레이블 발틱레코드와의 앨범 계약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영국의 현지 밴드들처럼 5월에 앨범을 발표하고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을 도는 투어를 가질 예정이다. 현재 확정된 기간은 약 3개월. 반응이 좋으면 6개월, 1년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처음 자비를 들여 영국에 갈 때처럼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그저 자신들의 음악을 믿고 도전해보는 것이다. ‘무모한 젊음’은 ‘멋진 젊음’이 됐다. 이들은 다시 영국에 간다.

김학선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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