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은 입으로 “빵, 빵” 소리를 내며 전투 장면 리허설(사전 연습)을 해야 했다. 제작비가 부족해 공포탄 한 발이라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배우가 공포탄을 진짜로 쏘며 찍는 촬영에서도 입으로 “빵, 빵” 소리를 내고 말았다는 일화를 떠올리며 배우와 스태프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모두 기쁨에 차 있었다.
자정을 넘긴 시각, 경남 거창군 외곽의 한 숙소에서 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조촐한 자축 파티를 열었다. 거창에서 이 영화의 여러 장면을 촬영할 때 숙소로 사용한 곳이다. 그때만 해도 “이 영화가 극장에 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같이 꾸고 있었지만, 과연 그것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던 시기였다.
하지만 12월10일 저녁, 거창의 극장에서 의 전국 시사회 대장정을 알리는 첫 상영이 시작됐다. 배우들은 자신들의 영화가 곧 상영될 스크린을 뒤에 두고 무대 인사를 하는 순간도 경험했다. 한밤의 작은 파티는 이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그들 스스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였다.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진 이 전국에 있는 후원자들을 초대해 진행하는 시사회에 돌입했다. 거창을 출발점으로 잡은 것은 14살에 위안부로 끌려간 주인공 ‘정민’이의 영화 속 고향이자, 지옥 같은 위안소에서 지낸 정민이가 그토록 살아서 돌아가고 싶어 했던 곳이 거창 땅이었기 때문이다.
시사회에 온 후원자들에게 조정래 감독은 “이 영화로 만들어져 드디어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감격스럽습니다. 여러분이 이 영화의 주인이고 제작자입니다”라고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2002년부터 준비한 이 영화가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때 5만2525명의 시민이 후원해 이 영화를 일으켜세웠다. 감독은 이들의 이름을 영화가 끝날 때 화면에 올라가는 엔딩 크레디트에 모두 아로새겼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긴 엔딩 크레디트다. 이런 긴 엔딩 크레디트는 세계 영화사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들은 일본군이 가혹한 행위를 할 때 원성을 내뱉기도 했고, 죽은 소녀들을 넋으로나마 귀향시키는 영화 막판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20대 여성 관객은 “위안소에서 실제 겪은 일들이 모두 다뤄졌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내가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이 영화에서 위안부 역으로 출연한 배우 김시은씨는 “나도 시사회에서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그때 얼마나 아팠을지 그대로 전해지는 영화였다. 많은 영화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기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은 거창(12월10일), 광주(14일), 대구(17일), 대전(19일), 강원도 원주(23일), 부산(28·29일), 제주(2016년 1월5·6일), 서울(15·16일)을 도는 1차 전국 시사회를 한 달여간 진행한다. 은 내년 2월 열리는 독일 베를린영화제에 출품 신청을 한 뒤 초청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의 한 배급사가 이 영화의 극장 배급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갖고 제작진과 조율 중이다. 내년 3·1절을 앞둔 2월 말께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감독은 개봉 때까지 컴퓨터그래픽(CG) 등의 보완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거창=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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