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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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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투어? 로컬 투어!

지역 문화공간에서 지역 밴드와 함께한 갤럭시 익스프레스 전국 공연. 재미 보고 우정 쌓는 ‘탈진 로큰롤’은 뜨거웠다
등록 2015-12-19 08:17 수정 2020-05-02 19:28
러브락컴퍼니 제공

러브락컴퍼니 제공

언제부턴가 ‘월드 투어’란 말이 낯설지 않게 들려왔다. 실제 아시아와 유럽과 남미를 돌며 투어를 하는 케이팝(K-Pop) 팀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이는 몇몇 특수한 사례일 뿐, 현실적으로는 여전히 꿈같은 일이다. ‘월드’는 고사하고 ‘전국 투어’도 벌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인디밴드에게는 특히 더 어려운 일이다. 서울에 모든 게 집중된 현실에서 홍보도 어렵고 관객을 모으는 일도 어렵다. 얼마 안 되는 수익을 또 지방 클럽과 나누어야 하니 금전적 이익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음악가의 의지와 장기적 계획이 없다면 쉽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게 전국 투어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12월6일 서울 문래동 스컹크헬에서의 앙코르 공연을 끝으로 ‘2015 전국 투어’를 마무리했다. 11월 첫쨋주 강원도 원주(6일)·춘천(7일)·강릉(8일)을 시작으로 매 주말 전국의 도를 넘나들며 공연을 했다. 지금껏 음악가들의 전국 투어라면 으레 광역시를 중심으로 몇 개 도시만 돌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소속사 러브락컴퍼니는 광역시가 아닌 곳에서도 공연을 타진했고, 할 수 있겠다는 판단으로 새로운 도시들을 추가시켰다. 그렇게 해서 강릉이나 원주, 경북 경주 같은 도시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음악이 만날 수 있었다.

11월22일 대전에서 열린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공연을 찾았다. 공연이 열린 곳은 대흥동의 문화 놀이터라 불리는 북카페 이데였다. 전문 공연장이 아니라 각 지역의 문화공간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이번 투어의 특징이었다. 매번 가는 도시, 매번 가는 공연장보다는 각 지역의 문화를 살리면서 밴드도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 공연장이 아닌 북카페(대전), 오래된 음악 바(원주), 박물관(경주) 같은 곳에서도 공연이 열릴 수 있었다. 각 지역의 문화를 위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온 토박이들이 있었고, 이들의 홍보 덕분에 갤럭시 익스프레스가 누군지 모른 채 공연장을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

관객은 80여 명. 크지 않은 공간이 생각보다 많은 관객으로 차 있었다. 대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밴드 에이프릴 세컨드가 오프닝 무대를 맡았고, 서울에서 함께 내려간 파블로프가 뒤를 이었다. 매번 지역에서 활동하는 밴드에게 오프닝 무대를 맡겼다. 이런 동료 밴드들 없이 갤럭시 익스프레스만 투어를 다녔다면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이들에겐 금전적 이득보다 일단 ‘재미’가 우선이었다.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밴드를 만나 우정을 쌓고 그들을 다시 서울 무대에 소개할 수도 있는 일이다. 말하자면 이번 투어의 열쇳말은 ‘지역문화’와 ‘재미’였다. 의미와 재미, 모두를 찾을 수 있는 투어였다.

관객의 반응은 놀랄 만큼 뜨거웠다. 자신들 지역의 밴드인 에이프릴 세컨드는 물론이고 파블로프와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모든 노래를 함께 따라 불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그 어떤 해외 록 스타보다 멋있어 보였다. 자그마한 북카페 공간은 그 어떤 대형 스타디움 무대보다 빛났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상징하는 ‘탈진 로큰롤’이란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무대였다.

밴드도 많은 걸 얻을 수 있었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이미 미국과 캐나다를 돌며 몇 차례 투어를 했던 밴드다. 그것만큼이나 보람 있고 값진 경험이었다. 사람을 얻었고, 멤버의 결속도 좋아졌다. “우리가 할 줄 아는 건 라이브뿐이다. 우리가 방송 나가려고 음악 하는 밴드도 아니고, 할 줄 아는 걸 계속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관객 한 명을 만나더라도 서로 만족하고 재미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리더 이주현의 말이다. 그리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도 분명 얻는 게 많을 거라며 동료 음악가들에게 투어를 권했다. 현장을 지켜본 나 역시 이 말에 동의했다.

김학선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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