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날이 오네요.”
조정래 감독은 진행자가 개봉 예정 날짜를 묻자 잠시 벅찬 감격에 빠졌다. ‘결국 만들지 못할 영화, 만들어도 사람들이 보지 않을 영화’라는 냉대를 숱하게 접하다가 이제야 비로소 ‘개봉’ 얘기를 나눌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한 대기업 투자·배급사는 이 영화에 투자를 고민하다 포기하면서 “감독님, 살아서 돌아오세요”란 말을 건넸다고 한다. 이제 조정래 감독은 죽은 소녀들의 넋을 되살려 고향으로 데려오는 자신의 영화 내용처럼 시민의 힘으로 을 완성해 영화계로 살아서 돌아가기 직전에 있다.
이 독자 등을 초대해 지난 11월18일 저녁 미디어 카페 후에서 개최한 ‘필독콘서트’의 두 번째 주인공은 팀이었다. 은 투자자를 찾지 못한 의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포털 사이트 다음카카오에서 두 차례에 걸쳐 뉴스펀딩(현 스토리펀딩)을 진행했다. 약 3만5천 명의 시민이 이 펀딩을 통해 6억여원을 후원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여 제작 후원을 넘어 전국 상영(시사회)까지 만들어가는 펀딩은 문화계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다.
이번 필독콘서트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만들어지기까지 겪은 일을 돌아보고, 그 난관을 뚫고 온 제작진을 응원하는 자리였다. 에 관심 있는 시민 80여 명이 함께했다. 에서 위안소로 끌려가는 주인공 ‘정민’과 같은 나이인 14살 여학생을 포함해 중·고등학생도 많이 참석했다. 객석엔 일본인도 있었다. 참석 문의가 더 있었지만 장소가 협소해 다 초대하지 못할 정도로 관심이 컸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을 위한 전국 후원콘서트를 열었던 혼성그룹 ‘밴드죠’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이어 조정래 감독, 영화에서 일본군으로도 출연한 임성철 PD가 제작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북을 치는 ‘고수’로도 활동하는 조 감독은 민요를 전공하는 엄지(20)씨와 국악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엄지씨는 이 영화에서 불에 타 죽는 위안부 소녀를 연기했다. 은 영화 마지막에 소녀들의 넋을 나비에 실어 귀향시키는데, 중학생 원제희양이 그런 마음을 담아 노래 를 밴드죠와 함께 불렀다. 관객은 생명을 위협한 쿠싱병이란 희귀병을 앓으면서도 제작비를 구하려고 뛰어다닌 임성철 PD가 백범 김구 선생의 외종손이란 사실을 듣고 놀라기도 했다.
조 감독은 “위안부 피해 생존 할머니들이 ‘우리가 당한 일을 기억해주고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하셔서 이 영화를 포기할 수 없었다. 한분 한분 돌아가실 때마다 죄송하고 마음이 급했는데 이제 영화를 거의 완성하게 돼 감격스럽다”고 했다.
조 감독은 1차 편집본을 완성해 지난 10월30일 독일 베를린영화제(내년 2월 개막)에 작품을 접수했다. 베를린으로 직접 가서 마감 3시간을 앞두고 작품을 접수했다. 현재 컴퓨터그래픽(CG) 등 막바지 후반 작업에 몰두하고 있으며 내년 3월1일께 정식 개봉을 목표로 잡고 있다. 앞서 오는 12월10일 경남 거창에서부터 후원자를 위한 전국 시사회를 시작한다. 한국 영화 사상 가장 긴 엔딩 크레디트(총 5만여 명의 후원자 이름)가 영화에 새겨진다.
조 감독은 “이 영화를 (새로운 외교 갈등을 야기하는) 전쟁의 도구가 아니라 평화의 도구로 써달라고 매일 기도해왔다”며 위안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기대했다. 과거(위안부 문제 등)를 잘 매듭지어야 미래로 나아갈 방향이 보인다. 은 과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에 관한 이야기다. 이날 이런 취지에 공감한 한 여성 참석자는 필독콘서트가 끝난 뒤 500만원을 이 영화에 추가 후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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