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내면을 들여다보세요. 당신은 단지 살아가기 위해 남과 경쟁해왔습니다. 원치 않는 모습으로 살아왔습니다.” 어떤 결론일지 뻔히 예상되지만, 진심으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려는 강사 앞에 삐딱할 필요는 없겠지. 자세를 바로 하고 그 말에 따른다. 아니나 다를까 울컥하는 기운이 올라온다. 그래, 이 기회에 진정한 나를 찾아보자. 그런데 다음 말에 울컥하는 마음이 욱하는 마음으로 바뀐다. “자신에게 말해줍니다. 이렇게 살게 해서 미안해. 외롭게 해서 미안해.” 저기요? 제가 부족한 건 많지만 너무 애 취급하는 거 아닙니까? 아무리 내 안에 ‘울고 있는 아이’가 살고 있다지만, 미안하다니요. 차라리 앞으로 ‘차카게 살아’라고 말하시든가요.
1박2일 힐링센터 체험을 하고 오니, TV에서 는 영화를 틀어준다. 성공 가도를 달렸으나 어느 날 내면의 황폐함을 깨닫고 이탈리아, 인도, 발리를 여행한 한 미국인 여성의 자아찾기를 그린 영화로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이 영화를 틀어주는 건 신의 뜻입니까? 잔말 말고 순한 양으로 회개하라는?
비아냥이 아니라 진심으로 묻는 거다. 왜 ‘진정한 자신’을 찾는 일은 과거의 내가 미숙했다거나 진정한 내가 아니었다는 그런 전제에서 출발하는 걸까. 에서도 그와 같은 장면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줄리아 로버츠가 역할을 맡은 여주인공은 이런 말을 듣는다. “예전에는 전남편과 비슷해 보이더니, 이제는 새 남자친구와 비슷해 보이네요.” 그녀는 자신다움이 없는 삶을 살고 있었음에 충격을 받는다.
건강하게 사랑하고 사랑받으려면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했던가. 맞다. 아무리 상대를 사랑해도 나를 버리면 안 된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가 겪는 상처와 실연에 대한 치유가 ‘진정한 나는 따로 있었는데 그걸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는 깨달음으로 가능할까. 그리하여 과거의 나를 미숙한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과연 다음 사랑을 시작할 때 도움이 될까. 나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선택할 수 없는 인생’을 살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착각이다. 많은 경우 우리의 삶은 주어진 조건과 얻어걸린 기회 속에서 이미 정해져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선택한 삶은 아닐지라도, 그것이 바로 ‘나’라는 것이다.
어느 자리에선가 세상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다 “내가 만든 세상은 아니지만 나이 마흔 넘어간 사람들은 책임을 지기로 하죠”라는 말이 나왔다. 그런 말이 훨씬 더 강한 나를 만든다. 몇 년째 힐링의 시대라는데, 왜 사람들은 계속 자아찾기가 어려운가. 과거의 나를 미숙하게 바라보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면서 찾은 새로운 나가 과연 오래갈 것 같은가. 아니다. 아마도 3개국 여행으로는 안 되겠다고 10개국 여행을 떠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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