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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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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꿍어, 꿍안, 꿍떰”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다>

농촌 마을에 사는 열여섯 여중생의 성장일기, 김중미의 장편소설 <모두 깜언>, 크리스티안 생 장 폴랭의 <히피와 반문화> 등 새책 10권
등록 2015-02-17 06:55 수정 2020-05-02 19:27

강화도의 농촌 마을에 사는 여중생 유정이. 선천성 안면기형 때문에 말을 더듬는다고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 어릴 적 집을 나간 엄마와 아빠의 부재로 생긴 생채기도 크다. 그런 그를 감싸안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무뚝뚝하지만 속정 깊은 할머니, 딸처럼 보살펴주는 작은아버지와 베트남 출신의 작은어머니 그리고 티격태격하면서도 누구보다 그를 챙기는 친구 광수와 지희. 더불어 자기 일처럼 관심을 기울여주는 마을 사람들도 있다.
유정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농촌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창비 펴냄). 소설 로 잘 알려진 김중미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책 제목의 깜언은 베트남어로 ‘고맙습니다’라는 뜻이다.

FTA·구제역 등 농촌의 팍팍한 현실

2001년 봄, 강화 양도면으로 이사를 간 김중미 작가는 그곳에 뿌리내린 지 13년 만에 강화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펴냈다. 그곳은 농촌과 어촌의 삶이 공존하고 수도권에 자리한 탓에 도시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감이 높은 곳이었다. 그런 강화가 그의 삶의 자리로 들어오는 데 10년 넘게 걸렸다고 한다.

김중미 작가는 소설 〈모두 깜언〉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매개가 되고 사람과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결핍”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창비 제공

김중미 작가는 소설 〈모두 깜언〉을 통해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매개가 되고 사람과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힘이 되는 결핍”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창비 제공

그가 발 딛고 있는 농촌의 팍팍한 현실을 작품에 생생하게 그린다. 친환경 농업을 하는 유정이의 작은아버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한-중 FTA까지 닥쳐오면서 소농으로 살아가기 점점 힘들어지는 상황 때문에 괴로워한다. 작은 목장을 운영하는 광수네 아버지는 구제역으로 애지중지 키우던 젖소를 두 번이나 살처분한 뒤 “자꾸만 그 소 눈망울이 떠올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살처분한 뒤 나온 젖소 보상금은 밀린 사료 외상값을 갚는 데 쓰고 소를 사느라 빌린 대출금은 여전히 빚으로 남아 있다.

만석동 쪽방촌 사람들의 이야기 , 열악한 산동네 공부방 아이들을 그린 등이 그렇듯, 이번에도 그의 소설은 사회적 약자이자 소외된 사람들을 비춘다. 어둡고 힘든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핍으로 맺어진 사람들

유정이는 공동체 안에서 한 뼘씩 자란다. 가족과 친구,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작은어머니는 모국 베트남에서 배운 “꿍어 꿍안 꿍떰”(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다)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작은아버지 역시 “힘이 약한 존재들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거라고. 짝을 찾지 못한 한 살배기 까치들도 가을이 되면 자기들끼리 무리를 지어 매서운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며 겨울을 난다”라고 말한다.

누군가가 나를 공격할까봐 주먹을 움켜쥐고 살았던 유정이는 나만 혼자 주먹에 잔뜩 힘을 주고 감당하지 못할 만큼 무거운 방패를 든 채 힘겨워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 안의 벽을 허물고 상처를 보듬을 줄 알게 된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결핍은 사람과 사람을 맺어주는 매개가 되고 사람과 사람을 사랑하게 하는 힘이 된다.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해가는 청소년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지금 여기’의 현실. 의 주인공들을 통해 이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지구상에서 가장 잘 놀았던 시절
크리스티안 생 장 폴랭의

통기타와 청바지, 그리고 생맥주.

1970년대 누구보다도 ‘잘 놀았던’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라면, 이 세 단어와 관련한 추억을 하나쯤 품고 있을 것이다. 조영남·윤형주·송창식·이장희 등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그 기원을 거꾸로 추적해보면 전 지구적으로 강타했던 히피운동과 반문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성기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는 지금까지도 “지구상에서 가장 잘 놀았던 시절”로 기억되는 1960년대의 심연을 들여다본 책이다. 지은이는 책머리에 “사실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이든 참을 수 없는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개인의 반항이든, (히피의) 근본적인 것은 해방이라는 개념이다”라고 밝히고 있는데, 히피의 등장은 그동안 지구를 감싸고 있던 엄숙주의와 사회적 불평등, 베트남전쟁 등으로 축적됐던 수많은 모순에 반기를 드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히피운동의 잉태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본질적으로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반문화’가 1960년대에 도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유례없는 경제적 호황기의 혜택을 고스란히 얻고 태어난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있었다. 책에서는 반문화의 철학적 근거를 제공한 인물들인 허버트 마르쿠제와 게리 스나이더, 앨런 긴즈버그 등에 대한 소개뿐만 아니라 당시 베트남전쟁과 매카시즘의 등장, 학생운동 등도 자세히 설명했다.

단순히 히피운동과 반문화의 사회적 측면만 살피지 않고 히피들의 일상사에 대한 해설을 곁들인 점도 이 책의 흥미로운 부분이다. 여러 문헌을 바탕으로 히피들의 개명과 외모 꾸미기에 대한 이유를 찾았고, (히피들의 열악한 생활양식 탓에 벌어졌던) 영양실조와 성병, 정신질환에 대한 언급도 있다. 히피운동의 거점 역할을 했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헤이트애슈베리가 당시 미국 내 소수자운동의 구심점이던 인디언·흑인 공동체와 얼마나 기민하게 대처했는지 등을 설명하는 대목도 새롭다. 그 밖에 록음악에 대한 광적인 열광과 해시시·코카인·LSD 등 히피운동을 통해 등장한 다양한 약물이 지배한 히피문화 속에서 50만 명이라는 대규모 인원이 집단 환각 상태에서 음악에 빠져들었던 전설과 같은 ‘우드스톡 페스티벌’의 이야기 등도 대중문화를 이해하는 실마리다.

전체적으로 히피운동과 반문화 자체를 ‘그땐 그랬지’ 식의 무용담처럼 보여주기보다, 차분한 분석으로 이어간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프랑스의 미국 문화 전문가인 지은이의 유럽적 시각은 미국에서 퍼져나간 히피운동의 한계점을 명확히 짚고 있다. 1960년대의 그들이 남긴 교훈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싶다면 읽어볼 만하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1968년 2월12일고경태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 1만6천원

1968년 2월12일, 대한민국 군대는 베트남 퐁니·퐁넛촌이라는 농촌마을을 공격했다. 늙은 농부와 그의 아들·딸, 손자·손녀까지 74명이 죽었다. 그중 쩐티안과 쩐반만, 응웬딘다오, 도안테민의 나이는 모두 1살도 되지 않았다. 기억해야 할,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 ‘1968년 그날’의 기록이다.

세계사 속 팔레스타인 문제 우스키 아키라 지음, 김윤정 옮김, 글항아리 펴냄, 1만6천원

여러 중재 노력에도 좀처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문제의 근원과 전개 과정, 현재 상황을 살핀다. 1880년대 제국주의 시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이후까지 팔레스타인 문제가 서구 강대국에 이용당했던 역사를 설명하고서 오늘날 팔레스타인 문제와 중동 평화 프로세스를 분석한다.

생각의 문법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1만5천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우리가 남이가” “더도 덜도 말고 중간만 가라”. 어릴 때부터 우리가 배우는 ‘생각의 문법’이다. 이것은 이성과 원칙에 관한 문법이라기보다는 감정과 고정관념에 관한 문법이다. 이 문법은 종종 너와 나의 갈등을 부른다. 책은 ‘지식의 저주’를 통해 ‘왜 전문가들은 자주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를까’에 대한 답을 찾으며 ‘생각의 문법’을 탐구한다.

새벽의 인문학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반비 펴냄, 1만7천원

“매일 새벽, 우리는 죽음에서 깨어난다.” 사계절 주기를 따라 펼쳐지는 이 책에서 시인이자 자연주의자인 다이앤 애커먼은 우리를 깨워 새벽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는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 매 순간의 감각과 사고에 집중해야 하며 내 몸과 내 몸이 일부를 이루는 자연의 흐름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시은 옮김, 21세기북스 펴냄, 2만1천원

음모론이 어떻게 정당화되고 확산되는지를 살핀다.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져들게 되는 기제와 과정을 면밀히 짚어냈다. 저자는 음모론에 대항하기 위해 최소주의와 중간주의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최소주의란 각자의 이론을 부각할 주요 논점은 제쳐두고 당면한 사안 해결에 집중하는 방식을 뜻하며, 중간주의는 잘못된 주장을 무조건 배척하지 않고 그 주장의 배경이 된 사회적 맥락을 살피자는 것이다.

소리 없는 질서안애경 지음, 마음산책 펴냄, 1만4천원

북유럽 사람들이 지닌 사람을 깊게 이해하는 능력, 아름답고 가치 있는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려는 가치관은 도대체 어디서 길러지는 것일까? 핀란드 현지에서 오랫동안 아티스트 겸 아트디렉터로 활약해온 저자는 그 의문의 해답을 인본주의 ‘교육’에서 발견한다. 저자의 눈은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나라들이 아이들을 키워내는 독특한 방식에서 좋은 인간, 좋은 사회가 설계되고 실현되는 원천적 비결을 찾아낸다.

칼 포퍼 필 파빈 지음, 이화여대 통역번역연구소 옮김, 아산정책연구원 펴냄, 1만7천원

칼 포퍼의 생애와 연구 전반, 당대와 오늘날 그의 사상이 미친 영향 등을 포괄적으로 짚은 연구서. 20세기 주요 사상가이면서 많은 논란도 불러일으킨 포퍼의 양면 모두에 주목한다. 포퍼는 ‘오직 반증 가능한 과학 이론만이 지식에 기여한다’고 주장하며 과학철학과 사상사에 크게 이바지한 인물임과 동시에 20세기 전체주의의 기원을 플라톤과 헤겔 사상에서 끌어내기도 했다.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여자 최복심 지음, 문이당 펴냄, 1만3천원

이 소설은 작가가 꿈속에서 만난 셰익스피어의 주술에 걸려 쓴 이야기다. 셰익스피어 희비극 16편과 연결지어 삶과 사랑의 의미를 말한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작품을 작가가 직접 해석해 소설과 함께 읽는 재미를 준다. 1994년 ‘손의 연금술을 위하여’로 문단에 나온 최복심 소설가의 첫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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