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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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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한겨레>-지역재단의 ‘좋은농협만들기’ 시리즈
등록 2015-01-28 05:44 수정 2020-05-02 19:27

올해는 농협 개혁의 원년이 될까. 오는 3월11일 전국의 농협, 축협, 수협 조합장 선거가 사상 처음으로 동시에 실시된다. 동시선거 대상 조합은 1360곳인데, 이 중 농협(축협 포함)만 1149여 곳이다. 농협·수협, 산림조합 등 개별적으로 이뤄지던 조합장 선거가 2014년 8월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동시에 치러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농협은 “농민조합원이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다”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은 뒷전이고 돈장사만 한다” 등 농민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농민이 주인이 되는 조합으로 거듭나는 것이 당면한 과제다.

농협의 문제를 짚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길을 찾는 책이 있다. 한겨레신문사와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 상임대표단체인 지역재단이 펴낸 좋은농협만들기 시리즈 1권 와 2권 . 1권은 지역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함께 농민조합원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에세이 공모전에서 뽑힌 글들을 모았다. 여성 조합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교육과 사업을 펼쳐 성평등한 농협을 만들어야 한다는 바람(한영미씨 ‘협동조합, 가슴 설레는 미래다’)과 고령화되는 농업인들을 위한 복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정상진씨 ‘결정적인 순간, 맞닥뜨린 농협’), 가족농 중심의 영농체계 복원과 유전자변형농산물의 관리와 감시 강화를 강조하는(김성훈씨 ‘공동체 밑거름 가족복합영농 되살려야’) 농민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 있다.

2권은 지역재단과 좋은 농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조합장 모임인 정명회(正名會) 조합장들이 지난 1년여에 걸쳐 논의한 농협 개혁의 방향과 과제를 담았다. 지역농협과 중앙회가 당면한 문제점이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려면 농협의 사업시스템과 조직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를 단기와 중·장기 비전 및 과제로 나눠 제시한다. 조합 교육위원회 설치와 조합원·대의원·임원·직원 교육 의무화, 영농자재와 생활물자 가격 인하 등 농협 개혁을 위한 19가지 추천 공약도 제시한다.

이 책을 기획 출판한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여는 글에서 “농협이 제 역할을 한다면 농산물 시장 개방에 대응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지역 먹거리 체계를 구축할 수 있고 농민의 이해에 반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농지법 개정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함부로 수립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책은 ‘내가 조합장이 되면 우리 농협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조합원들은 어떤 사람을 조합장으로 뽑아야 우리 조합이 제대로 될지’를 판단할 수 있는 참고 자료가 될 테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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