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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인텔을 매혹시키다

‘아두이노’라는 기계
등록 2014-01-11 06:13 수정 2020-05-02 19:27
최빛나 제공

최빛나 제공

‘아두이노’라는 흥미로운 기계를 알고 계신가? 이탈리아어로 ‘절친’ 정도의 뜻으로 번역할 만한 이 작은 보드는 ‘마이크로 컨트롤러’라고 불리는 종족들 중 하나인데, 쉽게 얘기하면 작은 기판에 감지 센서 등을 덧붙이고 프로그램을 넣어주면 상호작용이 가능한 기계장치를 만들어주는 초소형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한 미디어아트 학교에서 개발된 뒤 계속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고 있으며(코르사주 같은 외양의 ‘릴리패드’란 어여쁜 이름의 버전도 있다), 온갖 기능을 레고블록 조립하듯 추가할 수 있는 확장 실드에, 오픈소스이다보니 아두이노를 그대로 베낀 카피 보드까지 합치면 이미 꽤나 복잡한 가계를 구축하고 있다. 거기에 라즈베리파이, 비글보드 등 테크(Tech) DIY의 흐름을 가열시키는 보드까지 합치면 초소형 컨트롤러가 만들어내는 사물계가 만만치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최근 테크 DIY 시장의 확대를 눈여겨본 인텔까지 자사의 프로세서를 탑재한 ‘갈릴레오’라는 보드- 우주가 비치는 선글라스를 낀 갈릴레오의 얼굴이 프린트된 패키지에는 ‘너 뭐 만들 거야?’(What will you make?)라는, 의미심장하다면 의미심장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를 오픈소스 형태로 출시했다. 더욱이 아두이노와 호환되게 개발함으로써 그간 아두이노 커뮤니티를 통해 만들어진 생태계와 공개된 소스에 쉽게 공유될 수 있게 설계됐다.

인텔이라는 공룡의 진출에는 갈릴레오라는 제품의 판매를 통해 장사를 해보겠다는 의도도 있겠으나, 더 크게는 최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이 만들어낼 거대한 시장에 거는 기대, 그 시장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기술 개발 방법으로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전략 역시 자리잡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씹고 뜯고 맛보며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메이커 커뮤니티들이 우리의 제품을 사용해 창조적 과업을 수행’해주기를 대놓고 희망하는 이 갈릴레오는 현재의 제작 문화가 앞세우는 개방과 공유의 태도가 기업으로는 얼마나 구미 당기는 기술 개량의 추동력이 될 수 있나를 잘 파악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왜 현재의 제작 문화가 개인의 취미 영역에서 끝나지 않는 문제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바야흐로 ‘에브리원 메이크스 에브리싱’의 시대요, 사물에는 신이 아닌 프로그램이 깃들며, 그러한 사물인터넷의 초협력이 만들어내는 신세계는 구름(cloud) 저편에 만들어지고 있으니, 이거 참 보일락말락하다.

최빛나 청개구리제작소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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