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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기획

f(x) 루나의 목소리를 구분하겠는가

잘 훈련된 목소리 지우고 ‘완제품’ 만드는 SM

제918호
등록 : 2012-07-05 17:51 수정 : 2012-07-0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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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 제공
에프엑스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몇 년간 자사의 스타 그룹과 가수들의 신곡을 외국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채웠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보아 등의 신곡 크레디트를 보면 (주로 북유럽 계열의 성과 이름을 가진) 외국 작곡가들이 심심찮게 올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완제품’, 그러니까 작사를 제외한 편곡까지 모두 끝난 곡을 ‘수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국내 음악가들이 편곡 작업을 담당한 곡도 있다. 이런 과정 혹은 ‘공정’을 통해 SM에서 나오는 음악들은 유로 댄스 계열의 세련된 팝음악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다.

에프엑스의 신보 <일렉트릭 쇼크>도 마찬가지다. 타이틀곡 <일렉트릭 쇼크>가 선보이는 날렵하게 질주하고 날카롭게 쪼아대는 비트, 층층이 쌓아 꽉 채운 효과음들, ‘잡음’과 ‘간섭’을 끊임없이 흘려보내는 저릿저릿한 사운드는 에프엑스의 예전 히트곡뿐 아니라 보아의 <허리케인 비너스>나 샤이니의 <셜록> 등에서도 경험한 바 있는 것이다. 좀 거칠게 얘기하자면 ‘핫’하다기보다는 ‘쿨’하고, 이른바 ‘뽕기’를 매개로 감정을 터뜨리기보다는 정교한 사운드와 비트를 운용하며 깔끔하게 처리된 훅을 강조하는 쪽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이 과정에서 가수와 음악이 분리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을 때가 왕왕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렉트릭 쇼크>에서 멤버들의 목소리를 선명히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잘 다듬어진 ‘SM스러운’ 보컬이긴 해도 여기서 멤버들의 목소리는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기계적인 처리를 통해 사운드의 한 요소로 활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음반이 가끔 ‘로보틱’하고 ‘시니컬’하게 들리는 것도 이와 관련 있을 것이다. 대신 멤버들의 스타성은 다른 쪽에서, 그러니까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나 패션, 혹은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연기를 통해 강조된다. 소속 가수에게 회사 대표의 자아를 투영하는 JYP나 소속 가수의 ‘아티스트십’을 강조하는 YG와 갈라지는 지점도 여기일 것이다. 이 음반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은 철저한 분업과 공정 과정을 내세우는 ‘산업’의 기운이다. 인터넷 연예 게시판에 가끔 오르는 ‘SM은 돈이 최고, YG는 우리가 최고, JYP는 내가 최고’ 같은 유머러스한 덧글이 암시하는 것도 그 점일 것이다. 멤버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는 영화 <아이엠>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진솔한 모습을 영화에 담는다’는 기획이야말로 이런 종류의 ‘산업’이 아니고서는 시도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혹시 이 모든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향한 ‘표준화’를 탐색하는 과정이라 부를 수 있을까? 여전히 이런 작업과 소리가 외국시장보다는(팝차트에서 이런 음악을 찾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다) 국내시장에서 더 선명한 변별점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런 예측은 아직 성급해 보인다. 에프엑스의 음악이 색다름에도 여전히 SM엔터테인먼트의 ‘케이팝 음악’의 테두리 안에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지극히 ‘한국적’인 아이돌 양성 시스템까지 고려한다면 더욱더. 마지막으로, <일렉트릭 쇼크>에 실린 국내 작곡가들의 결과물이 외국 작곡가들의 곡과 결을 살짝 달리하면서도 빼어난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짚어야 한다. 켄지의 <제트별>과 히치하이커(지누)의 <지그재그>가 특히 그렇다. ‘한국적’인 히트 공식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신선한 매력을 발휘하는 이러한 작업들을 주목할 필요는 충분하다. 더불어 그걸 가능케 하는 것 역시 ‘산업’이라는 점도.

최민우 웹진 <웨이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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