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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외

등록 2010-04-09 11:48 수정 2020-05-02 19:26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


대리언 리더 지음, 김종엽 옮김, 문학동네(031-955-8888) 펴냄

애거사 크리스티가 사라졌다. 남편의 불륜을 알고 난 뒤에 벌어진 일이었다. 애거사의 실종은 많은 소문과 억측을 낳았고 미디어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읊었다. 마침내 그녀가 발견되었다. 영국 북부의 한 호텔에서 카드놀이를 하며 조용히 지내고 있었다. 호텔로 기자들이 모여들었을 때는 그녀가 적은 숙박 기록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숙박부에 기재한 이름은 남편의 정부와 아주 흡사한 이름이었다. 그리고 심리치료사에게 맡겨진 애거사는 일주일 이상 자신을 남편의 또 다른 여성이라고 착각했다. 왜 그녀는 결혼의 붕괴나 남편의 배신에 분노하지 않고 정부를 닮은 다른 여성이 되려고 한 것일까?

라캉의 권위자인 대리언 리더는 여성은 자신의 욕망을 대상으로부터 분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남녀가 걸어가는 걸 볼 때 여성은 남성보다 여성을 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여자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남자 혹은 여자가 아니라 그들 간의 관계다. 저자는 영화 등의 텍스트를 종횡무진하며 여성들이 ‘위장’과 ‘대치’를 통해서 사랑을 느끼는 증거를 모아 제시한다.

대상을 제대로 욕망하지 않는 여자만큼 남자도 문제가 많다. 남자를 설명하는 데는 프로이트가 등장한다. 아이는 자라면서 자아 충동과 성 충동이 분리되게 된다. 자아 충동은 어머니와의 애정관계와 결합되어 있으며, 성 충동은 쾌락을 국지적으로 실현하는 신체부분과 결부된다. 자아 충동은 어머니 한 사람을 향하지만, 성 충동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이의 해결책은? 어머니의 대치물을 찾거나, 두 성향이 나뉘어 따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결과는? 사랑의 대상인 여성은 성적 대상이 될 수 없고 성적 대상으로 선택된 여성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런 ‘이상한’ 남녀가 만나니 그들의 관계가 조화로울 리가 없다. 그리하여 여자가 쓴 편지는 남성에게 닿아 항상 오독된다. 그것을 아는 여성에게는 항상 부치지 못한 편지가 있다. 책은 남녀의 차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능지처참〉

〈능지처참〉


티모시 브룩 외 지음, 박소현 옮김, 너머북스(02-335-3366) 펴냄, 2만3천원

능지처참은 동아시아의 가장 악명 높은 처형 방법이다. 중국에서 1904년 이뤄진 마지막 능지형은 서구인들에 의해 사진으로 촬영됐다. 이는 ‘중국의 잔혹성’의 상징적 아이콘이 되었다. 중국의 참혹한 형을 보면서 서구는 매혹과 혐오가 뒤섞인 특유의 경향을 보인다. 책은 전근대 중국 법률이 허용했던 것과 국제적 기억 사이의 이상한 관계에 주목하면서 능지형의 역사를 재구성했다.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


김규항·지승호 지음, 알마(031-955-8888) 펴냄, 1만3천원

김규항은 의 정치 성향 좌표 분석에 참여한 인사들 가운데 가장 좌파적이고 가장 자유주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왼쪽이고 가장 아래쪽이다.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가 이 급진주의자를 만났다. 대화는 김규항이 12년간 발표해온 글에 대한 주석이 되었다. “진정한 진영을 만들어내려는 나름의 노력”을 해왔지만 “그만큼 오해도 많고 오독도 많았”던 데 대한 “소박한 주석”이다.


〈아름다운 파괴〉

〈아름다운 파괴〉


이거룡 지음, 한길사(031-955-2039) 펴냄, 1만5천원

인도사상의 핵심적 개념을 인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일상의 풍경과 엮어 전한다. 인도 철학자인 저자가 설명하는 개념은 체념과 초월, 업과 윤회,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 등이다. 흔히 인도는 명상에 잠긴 요가 수행자 같은 신비적 이미지로 떠오르지만, 신비주의는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인도인에게 종교는 곧 생활이다. 업과 윤회는 자신의 삶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이다.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제임스 페트라스·헨리 벨트마이어·루치아노 바사폴로·마우로 까사디오 지음, 황성원·윤영광 옮김, 갈무리(02-325-4207) 펴냄, 1만9천원

하트와 네그리의 에서 주장하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는 시장과 다국적기업들에 의해서만 지배되는 ‘제국’으로 기능한다는 논제에 반대하면서 ‘제국주의론’을 펼친다. 제국과 제국주의 간의 고전적 쟁점만이 아니라 최근 급부상하는 세계화와 국가 역할의 관계에 대한 논쟁을 함께 다룬다. 책은 제국적 국가 체계의 지배적 행위자는 자본주의 국민국가와 거대 자본주의 기업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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