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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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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지름길은 발품과 공부

기자가 뛰어든 가상 카페 창업기…
실제 답사 통해 최적지 고른 다음 나만의 개성 살리는 것이 비법
등록 2009-05-21 02:49 수정 2020-05-02 19:25
성공의 지름길은 발품과 공부/기자가 뛰어든 가상 카페 창업기

성공의 지름길은 발품과 공부/기자가 뛰어든 가상 카페 창업기

카페에 대한 욕망을 거둘 수 없다면 한번 차려볼까? 카페 창업 시뮬레이션을 위해 창업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으…려다 혼자서 해보기로 했다. 취재를 하며 알게 된 여러 카페 주인들은 창업 컨설턴트의 도움 없이 발품을 팔아 직접 카페를 차린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카페 창업자들의 경험을 정보 삼아 나만의 카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봤다.

1. 발품을 팔아라

카페 창업을 준비할 때 챙겨야 할 것은 장소, 인테리어, 맛, 서비스다. ‘커피전문가’인 서울 압구정 커피집 허형만씨는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건 장소와 인테리어지만 손님을 붙들어두는 건 맛과 서비스”라고 말했다. 창업을 결심했다면 인기 카페들을 찾아다니며 네 가지 요소에서 잘되는 이유를 배워야 한다. 새로운 카페를 갈 때마다 메뉴나 인테리어 등 특이점을 적어두고 자료로 만들면 필요할 때 도움이 된다.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은 진리고, 용감함으로 대변되는 무식함은 운이 따라야 성공을 가져다준다. 지금부터라도 메모, 메모.

2. 나만의 카페 콘셉트를 만들어라

카페와 창업에 관한 공부를 충분히 끝냈다면 내가 만들 카페를 구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어떤 카페를 만들고 싶은지 종이에 적으며 생각을 정리하면 그에 맞춰 개업 준비를 할 수 있다. 내가 만들 카페는 20평 이하 규모의 아담한 카페다. 카페 이름은 ‘이히히’. 내 웃음소리를 따왔다. 이히히, 이히히. 바보같지만 정겨운 느낌이 묻어나 마음에 든다.

나만의 카페 콘셉트를 만들어라

나만의 카페 콘셉트를 만들어라

3. 개업 준비 시작

카페 ‘이히히’의 콘셉트를 잡았으니 입지 조건을 알아볼 차례다. 목이 좋은 자리는 당연하게도 보증금과 월세가 비쌌다. 권리금도 보증금의 두 배가 넘는 곳이 많았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유동인구가 적은 가로수길 뒤쪽 20평짜리 1층 상가의 경우, 권리금이 6500만원이었다.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300만원. 강남은 역시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 든다. 패스.

홍익대 상권은 홍익대 입구부터 지하철 합정역과 상수역까지 고르게 발달돼 있다. 유동인구가 많은 놀이터부터 주차장까지 이어진 길, 로데오나 피카소 거리 쪽이 아니어도 입소문만 나면 다소 외진 곳도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인도 “자리보다 카페 주인의 역량에 따라 장사의 흥망이 걸렸다”고 말하지 않나. 그 가능성 때문에 홍익대 상권은 시세 등락폭이 크지 않다. 홍익대 정문에서 그리 멀지 않은 20평대 자리는 권리금이 1억원 이상이다.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는 200만원. 신사동 가로수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임대료 외에도 인테리어비·소품비·인건비 등 들여야 할 비용이 많은데 이 정도면 내 예상 창업 비용으로는 어림없다.

외곽으로 빠졌다. 경기 분당 정자동이다. 카페 상권이 발달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어 관심을 가졌다.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 정자역 쪽에 카페촌이 형성돼 있다. 역세권에 있는 13평대 1층 상가 매물이 있었다. 보증금 3천만원에 월세 150만원. 권리금은 4천만원이다. 목 좋은 자리임에도 서울 중심권보단 임대료가 낮았다. 하지만 출퇴근 거리가 부담된다. 커피전문가 허형만씨는 “잘되는 상권이 유리하지만 홍익대 쪽은 자리 회전율이 좋지 않고, 신사동 가로수길은 주차 시설이 부족하다는 등의 단점이 있다”면서 “카페를 운영하면 시간과 체력을 많이 뺏기는 만큼 집과 가까운 상권의 목 좋은 자리를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결정한 지역은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앞. 회사 옆에 아파트 단지가 있음에도 카페 하나 없다는 점, 숍인숍 형태의 테이크아웃 커피숍이라도 승산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곳이 적당한 듯 보인다.

4. 점포 설계와 카페 운영 준비하기

소규모 점포라도 인테리어 비용이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몇억원씩 들기도 한다. 많은 카페 창업자들이 임대료에서 껴안은 부담을 인테리어 비용에서 줄였다고 했다. 전기증설이나 정화조, 조명 공사 등 기초공사만 맡기고 나머지는 직접 발품을 팔아 가구며 주방 기구 등을 세팅하기로 한다. 카페 콘셉트를 빈티지풍으로 잡은 건 창업 비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3평 미만의 테이크아웃 커피숍일 경우는 주방기기와 각종 부자재 비용만 들 뿐 특별한 인테리어 비용이 필요 없다.

성공의 지름길은 발품과 공부/기자가 뛰어든 가상 카페 창업기

성공의 지름길은 발품과 공부/기자가 뛰어든 가상 카페 창업기

커피와 와인에 대한 공부도 필수다. 커피 교육은 바리스타 교육기관이나 유명 커피전문점 주인을 통해 5천원부터 120여만원대 선에서 배울 수 있다. 교육 기간은 일주일 단기 속성부터 한 달 과정까지 다양하다. 틈틈이 와인 소믈리에 과정, 쿠킹 클래스 과정 등을 들으며 메뉴 구성을 풍성하게 할 생각이다.

위생교육, 사업자 신고, 상가 계약 등과 관련한 법·세무 상식도 챙겨야 한다. 매출 목표를 세워 손익계산서를 미리 뽑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카페 홍보방법, 직원 관리 등은 차차 생각하기로 한다. 가상 시나리오가 끝났다. 이제는 실전만 남았다.

5. 창업 시뮬레이션 정리하기

카페를 개업하면 모든 어려움이 끝날 것 같지만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카페를 개업한 뒤에도 서너 달은 적자를 보는 경우가 많다. 준비 없이 뛰어들면 안 된다. 허형만씨는 “커피는 기호식품이라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다. 내가 먹을 땐 맛있어도 남들에게 팔 때는 다르다. 프로가 되지 않으면 창업에 성공할 수 없다”고 충고한다. 홍익대 앞 카페인 ‘은하항공 여행사’ 최근우 사장은 창업 전 실패 사례를 먼저 공부했다. 신사동 카페인 ‘가로수 맨숀’의 추신환 실장도 “카페는 애 같아서 인테리어나 메뉴를 계속 재투자해 돌보지 않으면 손님들이 떠나간다”며 “매출에 대한 욕심을 접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쉽고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창업 아이템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란 얘기다.

창업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카페 창업의 꿈을 잠시 접었다. 창업 준비 과정과 개업 이후의 상황을 예측건대 흙빛이었기 때문이다. 카페를 성공적으로 이끈 사장들이 준비가 안 된 내게 했던 충고를 당분간 따를 생각이다. “월급 받을 때가 좋다. 그냥 회사 다녀라.”


남들 경험이 궁금하다면
생생한 입문서 참고하시라


소규모 카페 창업에 손쉽게 접근하는 길은 역시 인터넷과 각종 창업 관련 책. 창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입문서를 추천한다.

카페 창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입문서들

카페 창업에 도움이 될 만한 입문서들

(김영혁·김의식 외 지음, 디자인하우스 펴냄)
네 명의 남성이 동업해 차린 서울 홍익대 앞 카페 ‘비-하인드’의 창업 과정을 생생하게 담았다. 카페를 만들기까지 걸린 37개월이란 시간에 대한 보고서와 1년 만에 또 다른 카페를 창업할 수 있었던 운영 노하우가 들어있다. 흠이라면? 건축업자, 마케팅 전문가 등 카페를 운영하기에 더없이 좋은 직업을 가진 동업자들이 만든 성공이니 “당연한 결과 아냐?” 하는 어깃장을 놓고 싶어진다는 것. 그리고 기업처럼 치밀한 사업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창업 과정에 지레 겁부터 나게 만든다는 점이다. “카페나 할까?” 해놓고 “이래도 할래?” 하며 마음을 단단히 먹으라고 충고하는 책이다.
(조한웅 지음, 마음산책 펴냄)
정보 없이 무식하게 카페 창업에 뛰어들었다는 저자가 겪었던 환희와 분노, 고통의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다. 애인도 없는 무료한 일상을 견디다 못한 그는 친구와 함께 창업을 결심한다. 카페 창업을 ‘낭만적 밥벌이’로 생각하며 뛰어들었던 저자는 독자들이 책을 덮기 직전에야 ‘낭만의 적, 밥벌이’로 생각이 변했음을 털어놓는다. 그래도 카페 창업에 대한 후회는 없단다. 책은 딱딱한 창업 정보 대신 생생한 경험기와 약간의 정보를 재밌게 전달해준다.
(바운드 지음, 김정환 옮김, 멘토르 펴냄)
일본의 유명 카페들을 골라 충실하게 정보를 실었다. 카페 실내외 사진과 인기 메뉴를 소개하며 창업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나눠준다. 창업 매뉴얼로 만든 책답게 카페 창업 준비 과정에 대한 정보도 꼼꼼하다. 입지 선정, 카페 콘셉트, 메뉴 등 카페 창업 과정을 도표 등으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카페를 차리기에 적합한 사람에 대한 분석에 나를 맞춰보는 재미는 덤이다.

글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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