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인터넷스타2.0] 꽃노털 옵하

등록 2008-12-30 02:53 수정 2020-05-02 19:25
소설가 이외수씨

소설가 이외수씨

소설가 이외수씨는 인터넷에서 ‘꽃노털 옵하’로 통한다. ‘꽃미남 노인 오빠’라는 뜻으로 자칭, 타칭 그렇게 불린다. 남성 누리꾼들은 ‘외수 흉아’라고 부른다. 젊은이들의 놀이터인 디시인사이드(dcinside.com)에는 ‘이외수 갤러리’가 따로 있다. 그는 합성사진의 필수요소다. 이씨는 종횡무진 인터넷을 누빈다. 홈페이지(oisoo.co.kr)에 글을 올리고, 사진과 동영상을 퍼나르고, 개소문닷컴(gesomoon.com) 등에 댓글을 달기도 한다.

그는 ‘우캬캬 간지캡틴 Lee’ ‘이 선장의 귀여븐 움짤들’ 등 누리꾼의 말을 그대로 글로 옮긴다. 때론 누리꾼들의 말로 짧은 시를 쓴다. 누리꾼들이 그를 옵하와 흉아라고 스스럼없이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꽃노털 옵하의 진가는 촌철살인의 시사비평에서 빛을 발한다.

이씨는 지난 12월23일 ‘일제고사 교사 해임’과 관련해 ‘힘내라 무적초딩!’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이씨는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우고 이명박은 초딩들과 싸운다’는 말이 정권 초기 인터넷에 떠돌았다”며 “당시에는 그냥 풍자이거니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풍자가 아니라 예언이었다”고 꼬집었다.

지난 12월16일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서 기자에게 신발 공격을 받았을 때의 장면이 담긴 동영상과 함께 ‘자막’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씨는 “동영상을 보면서 불현듯 자막 한마디를 첨가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며 “이거나 먹어라. 신발쉐이”라고 썼다.

이씨는 ‘국민 여동생’ 문근영의 선행에 대해 ‘좌파 여동생’이라고 색깔론을 펼친 지만원씨를 향해 “누리꾼이 헌사하는 한 줄짜리 인물평”이라며 “님 좀 썅인 듯”(누리꾼 말 ‘님 좀 짱인 듯’의 변형)이라고 일갈했다.

누리꾼들은 그의 촌철살인에 열광한다. “ㅋㅋ 옵빠 쵝오!!!”(아침해) “진짜 제 속이 시원하더군요. 선생님 덕에 더 시원해요.”(아라소) “신발쉐이. 선생님의 독특한 언어는 누구도 못 따라옵니다.”(곰치)

온라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이씨는 문화방송 라디오 와 시트콤 , 예능 프로그램 ‘무릎팍 도사’ 등에 출연해 오프라인에서도 젊은이들과 접촉면을 넓혔다. 그의 에세이 은 9개월 만에 50만 부가 팔렸다. 온·오프라인에서 맹활약하는 그를 부르는 신조어가 생겼다. ‘라이터테이너’. 작가 겸 엔터테이너라는 뜻이란다.

박종찬 기자 한겨레 취재영상팀 pjc@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