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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 세상에 사랑을 전염시키다

등록 2005-03-02 15:00 수정 2020-05-02 19:24

[오귀환의 디지털 사기열전 | 인간의 존엄2 - 마더 테레사]

▣ 오귀환/ <한겨레21> 전 편집장 · 콘텐츠 큐레이터 okh1234@empal.com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을 섬김으로써 하느님을 섬긴 ‘20세기 성녀’ 마더 테레사

에피소드 1: 어느 날 그가 콜카타의 거리를 걷고 있을 때 한 젊은이가 다가오더니 몸을 굽혀 그의 발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젊은이가 말했다. “오늘이 내 결혼식날입니다. 지난날 걸식을 하다가 굶어죽게 됐을 때 나를 데려다가 간호해주고 치료해주셨어요. 그래서 몸이 낫고 새 생명을 얻었어요. 그 뒤 구두닦이가 되어 스스로 살아갈 수 있게 됐어요. 마침내 오늘 결혼까지 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신이 마지막으로 착한 일을 한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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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2: 나병과 피부병의 권위자인 센 박사는 큰 병원에서 정년퇴임한 뒤 그를 찾아왔다. 나의 모든 경험과 능력을 살려 당신을 돕고 싶다고. 보수 같은 것은 전혀 필요 없다고. 센 박사는 마침내 그와 함께 콜카타에서 가장 가난한데다 가장 기피되는 나병환자들을 치료하고 돌보는 일에 합류했다. 편안히 여생을 즐기며 살아도 될 의사가 빈민굴에서 남은 능력과 정열을 불태우기 시작한다.

에피소드 3: 스위스의 보르슈트라르트 부부는 그가 하는 일을 알고 나서 가난한 인도의 어린이들,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아이들을 입양하기 시작했다. 이미 부부 사이에는 세 자녀가 있었지만, 계속 아이들을 품어나갔다. 처음에는 사비타라는 심리장애가 있는 여자아이를, 그 다음에는 네팔에서 태어나 콜카타에서 방황하던 마야라는 7살짜리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그 뒤 다시 앞을 거의 보지 못하는 아이를, 그 다음에는 임신 중 수면제 복용으로 기형아로 태어난 아이를 입양했다. 마지막으로 부부는 인도 산중에서 사고를 당해 손과 발을 모두 절단한 쿠마리라는 소녀를 입양한다.

에피소드 4: 종교적인 오해로 적의를 품게 된 힌두교 학생들이 떼를 지어 그가 활동하는 장소로 몰려왔다. 금방이라도 폭력사태나 파괴행위가 벌어질 듯한 상황이었다. 학생들의 지도자 격인 한 학생이 그와 동료 수녀들이 활동하는 공간으로 들어와 둘러보았다. …한참 뒤 밖으로 나간 그 학생은 동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을 여기서 쫓아낼 수는 없다. 단, 하나의 조건, 만일 여러분의 어머니나 누이들을 이곳으로 데려와 매일 이 사람들이 하는 것과 똑같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그들을 쫓아내도 좋다.” 학생들은 말없이 돌아서 흩어졌으며 두번 다시 오지 않았다. 수녀들은 거기서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몸에 구더기마저 들끓고 악취가 진동하는 걸인과 죽어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씻기고 약을 바르고 먹여주고 수발들고 있었다.

이 에피소드에서 ‘그’로 나오는 주인공은 ‘가난한 사람들의 어머니’ ‘살아 있는 성인’ ‘20세기의 성녀’로 불리는 마더 테레사다. 그의 삶에 대해 읽다 보면 문득 자신에게 이렇게 묻게 된다. ‘내가 마지막으로 착한 일을 한 게 언제쯤이지? 그리고 그게 무슨 일이었지?’

그러면서 그렇게 묻는 게 왠지 자연스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사랑이 전염됐기 때문일까? 마더 테레사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 가운데 가장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것으로써 세상에 사랑을 전염시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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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쉽지, 실제는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지금껏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지극히 짧고도 단편적인 경험 한두 가지를 보자. 네팔 카트만두의 허름한 노동자 합숙소 같은 데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공동 화장실 겸 세면장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냥 대변이 구덩이에 떨어지는 우리 옛날식 화장실 같은 데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화장지가 없었다. 낭패스러웠지만, 당연한 일이었다.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 사람들은 화장지를 쓰지 않는다. 왼손으로 닦고 물로 닦는 정도다. 그 사실을 다시 깨달았기 때문일까, 세면장 벽과 바닥도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고 곳곳에 대변이 묻어 있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이가 덜덜 떨렸다. 그런데 여기는 그런 빈민들이 사는 데랑 비교하면 상전 중의 상전이다. 거긴 어디 물이 나오는가? …산골마을 비슷한 데 갔을 때는 또 어땠는가. 어둠 속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화장실 같은 데가 없었다. 헛간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대변은 참고 소변을 논 가장자리 같은 데 실례했다. …이튿날 깜짝 놀랐다. 아낙 하나가 바로 내가 오줌을 눈 그 자리에서 물을 긷고 있었다. …나는 그들의 소중한 식수원에 오줌을 누고 있었던 것이다! …빈민들과 함께 사는 것, 아니 그러면서 그들을 섬기는 것을 평생 실천한 마더 테레사를 읽으며 내 머릿속으로는 그런 장면들이 느리게 하나하나 지나가고 있었다.

‘버림받은 사람들’의 이름으로

마더 테레사는 1910년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서 건축가의 3남매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부모 밑에서 자녀들은 가톨릭학교를 다니며 유복한 성장 과정을 거친다. 테레사는 18살 때 아일랜드의 로레토 수녀원으로 들어간다. 이듬해 인도로 들어가 교단이 운영하는 콜카타의 성 마리아여고에서 17년 동안 지리교사와 교장으로 일한다. 그러다 1946년 ‘열차 속에서 신의 계시를 받은’ 뒤 인도의 빈민가로 직접 들어가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며 봉사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길고 지루한 절차를 거쳐 어렵게 교단의 허가를 받아낸 뒤 기초적인 의료기술 등을 습득하자 1948년 빈손으로 콜카타의 빈민가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난한 아이들을 모아 몸부터 씻긴 뒤 벵골어와 산수, 재봉을 가르쳤다. 대부분 힌두교도인 인도 사람들의 오해와 적대감을 극복하면서 점차 그들의 마음을 얻게 된 그는 학교를 더 늘렸다. 성 마리아여고의 제자들도 그의 활동에 합류하고 후원자들도 점점 늘어났다. 빈민가의 어려운 사람이 너무나 많았기에 그의 활동영역은 곧 질병을 앓는 사람, 죽어가는 사람, 버려진 아이들, 나병환자처럼 기피받는 악성 질병자들로 확대됐다. 무료진료소, 죽어가는 사람들의 집인 ‘니르말 흐리다이’, 때묻지 않은 어린이들의 집인 ‘사슈 브하반’, 평화의 마을인 ‘산티 나가르’ 등이 잇따라 문을 열고 활동을 이어간다.

이런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독립교단인 ‘사랑의 선교회’(Missionaries of Charity)가 설립되고, 그 연장선에서 ‘사랑의 선교 수사회’(Missionaries of Charity Brothers)도 결성된다. 사랑의 선교회는 그 뒤 전세계 120여개국으로 퍼져나갔으며, 전세계적으로 4천여명의 수녀들이 참여해 빈민봉사 활동을 벌이는 규모로 발전해나간다. 한 수녀가 인도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을 섬김으로써 하느님을 섬긴다는 결심를 한 뒤 50년도 안 되어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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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테레사의 공로를 인정해 1979년 노벨평화상 위원회는 그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한다. 어느 일에서건 자신을 내세우기를 바라지 않는 테레사 수녀는 이때도 수상행사의 연회를 열지 않고 그 비용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쓴다는 조건을 달고 상을 받았다. 그는 노벨상 상금 19만2천달러 전액을 나환자 구호소 건설기금으로 내놓았다. 상을 받을 때도 ‘사랑받지 못하는, 버림받은 사람들’의 이름으로 받았다. 그렇게 인류에게 깊은 감동을 남기는 삶을 살던 마더 테레사는 1997년 심장병으로 눈을 감았다.

알렉산드리아와 마더 테레사

마더 테레사의 일생은 이런 특징을 지닌다.

1. 좋은 부모의 좋은 교육을 받았다: 부모님은 늘 어려운 이들에게 나눠주는 생활을 실천하며 살았다. 이와 함께 자녀들에게 독실한 신앙생활의 본보기를 보여줬다. 특히 어머니의 경우 갑작스런 아버지의 사망 이후 가정의 생계를 훌륭하게 이끌어갔을 뿐 아니라 깊은 신앙심으로 막내딸의 수녀 서원과 인도에서의 선교활동을 지지해준다.

2. 늘 소명에 순종하며 전 생애를 매진했다: 테레사 수녀는 처음 수녀가 될 때부터, 선교활동을 위해 인도행을 결심하고, 인도에서도 안락한 수녀원을 나와 빈민가에서 직접 봉사를 하기로 결심할 때까지 늘 소명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결심한 이후에는 전력을 다해 그 실천에 매진하는 방식으로 전 생애를 살아나갔다.

3. 스스로 낮아지라, 가장 낮은 이를 섬겨라: 신약성서 마태복음에 나오는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병들었을 때 돌보아 주었고…”라는 예수의 말에서 마더 테레사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근본주의적 원칙을 세웠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면, 그를 진실로 사랑한다면 바로 예수 자신인 가난한 이들을 섬겨야 한다. 예수 자신인 가난한 이들을 섬기기 위해 스스로 낮아져 가난한 이를 찾아가야 한다. 이 근본주의적 원칙이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4.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 독실한 가톨릭인 그가 가톨릭의 틀만을 고집했다면 곧 한계에 부닥쳤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테레사는 종교를 가리지 않았으며, 봉사의 대가로 가톨릭을 선교하거나 교리를 전달하는 방식을 쓰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는 진정한 인도인이 되기 위해 인도로 귀화했다. 나아가 그가 가난한 이들을 섬기기 위해 다른 이들의 지원을 얻는 방식은 탁발 등 전통적인 인도 방식을 그대로 본뜨고 있다. 그는 더 큰 틀에서 하느님은 모든 사람의 하느님이라는 논지를 펴면서 종교를 설명하지 말고 행동이나 헌신을 통해 신앙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득한다. 오직 사랑의 깊이만이 신앙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혼자 아닌 함께 일하는 사람의 힘: 마더 테레사는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만을 내세우지 않았다. 주도권을 가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는 활동의 문을 늘 열어놓았으며, 그런 자세를 기초로 사랑의 선교회를 전세계로 확대해나갔다. 그리고 그 활동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지속성을 띤 채 계속되고 있다.

알렉산더 대왕을 탄생시킨 땅에서 알렉산더의 죽음 2300여년 뒤 마더 테레사가 태어났다. 알렉산더는 그 숱한 죽음을 몰고 온 전쟁을 치르며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70여개를 남겼다. 마더 테레사는 그와 달리 자신의 영혼이 깃든 조직 ‘사랑의 선교회’를 전세계 120여개국에 남겼다. 과연 알렉산드리아와 ‘사랑의 선교회’ 그 어느 것이 오래갈 것인가?



“누구든 개종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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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놀라운 선물로서 우리에게 자유를 줍니다. 그것은 우리가 하느님께 향하는 데 장애물을 적게 가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처럼 살지 않으면서 어떻게 그들을 참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 음식에 대해 불평한다면 우리도 같은 것을 먹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지는 것이 많을수록 줄 수 있는 것은 적습니다. 고통 없이 일한다면 우리 활동은 사회사업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낙태란 두말할 것도 없이 살인입니다. 그것도 친어머니에 의한 살인입니다. 악입니다.”
“우리는 누구든 개종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라도요. 신앙을 갖는 것이나 개종하는 것은 하느님의 은총만이 이루어낼 수 있는 일입니다.”
“사람들이 길에서 한 남자를 데려왔는데, 온몸에 구더기가 끓었습니다. 그 몸을 씻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만, 저는 예수님의 몸을 씻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날 가장 큰 병은 결핵이나 나병이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남이 필요로 하지도 않으며 보살핌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육체의 병은 약으로 고칠 수 있지만, 고독·절망·무기력 등 정신적인 병은 사랑으로 고쳐야 합니다. 빵 한 조각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도 많지만 사랑받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은 더 많습니다.”
“아이가 8명이나 되는 힌두교 가족이 굶고 있다가 우리에게서 쌀을 받았습니다. 그 집 엄마가 과감하게 쌀을 반으로 나누더니 밖으로 나갔습니다. 돌아온 그에게 묻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웃집 역시 굶고 있답니다.’ 이웃 회교도 가족을 위해 자기 것을 나줘준 것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살아 있는 사랑이 아닌가요?”




[온+오프 항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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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용 <마더 테레사-그 사랑의 생애와 영혼의 메시지> 신홍범/두레(사진)
@대학생 이상 <아름다운 영혼, 행복한 미소> 마더 테레사/오늘의 책
<즐거운 마음> 마더 테레사/오늘의 책
www.yahoo.com=(검색)=motherteresa
www.ewtn.com/motherteresa
<가난한 마음, 마더 테레사> 나빈 차울라/생각의 나무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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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도움말씀 기다립니다.
okh1234@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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