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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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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중소기업이 소외되지 않는 법

노동시간 단축과 병행해야 할 경제구조 개선
등록 2020-01-06 15:53 수정 2020-05-07 01:00
주 52시간 노동 상한제를 1년 반 앞서 도입한 미트뱅크 노동자들이 고기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주 52시간 노동 상한제를 1년 반 앞서 도입한 미트뱅크 노동자들이 고기 포장 작업을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유현희(49)씨가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는 인천의 ‘미트뱅크’는 육류를 가공해 대형 유통매장과 온라인쇼핑몰 등에 납품한다. 유씨는 원래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30분에 퇴근해야 했지만, 주문량에 따라 해야 하는 잔업이 많았다. 밤 12시, 늦게는 새벽 3~4시에 끝날 때도 있었다.

유씨가 입사할 때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이는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됐다. 그사이 그는 밤늦게까지 일하며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돌봐야 했다. 들쭉날쭉한 근무 일정은 ‘워킹맘’을 더 힘들게 했다. “남편은 왜 안 오냐고 전화하고. 남편이 나에게 회사일로 늦는다고 화내면 ‘나도 돈 버는데 왜 남편 눈치를 봐야 하지?’ 하는 생각도 많았어요.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도 많이 했어요. 실제로 그만둔 사람도 많고요.”

툭하면 밤 12시 퇴근이 오후 5시 퇴근으로

지금 유씨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가 넘으면 퇴근하고, 2주에 한 번씩은 회사 동호회 사람들과 볼링도 친다. 예전엔 일하느라 정신없었지만, 이제는 퇴근 뒤 동료들과 대화할 여유가 생겼다. 당연히 가족과 관계도 좋아졌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운동할 시간도 생겼다. 회사가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2018년 7월부터 교대제를 개편한 덕분이다. “연장근로가 줄다보니 임금이 40만~50만원 줄어든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지금 잔업을 하려고 하면, ‘옛날에는 어떻게 그렇게 일을 했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누적된 피로도 많이 사라졌고, 지금은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노동시간 단축은 회사의 기본 운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트뱅크는 근무체계 개편 전에는 오전 9시~오후 6시30분을 일하는 주간근무조와 오후 6시30분~밤 12시 일하는 야간근무조 두 개를 운영하고 있었다. 주간근무조는 수시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잔업이 생겨 밤늦게까지 일하다보니 불만이 쌓였고, 야간근무조는 특성상 ‘투잡’(두 개의 직업)을 갖는 사람이 많아 이직률이 높고 생산성이 떨어졌다. “10명을 뽑으면 8명이 이직하고, 아르바이트를 써도 관리가 쉽지 않았어요. 채용 업무 때문에 다른 일을 못할 정도로 악순환이 반복된 거죠. 이럴 바에야 교대 인원을 추가로 뽑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미트뱅크 신애영 인사총무팀장의 말이다.

이후 미트뱅크는 30명을 추가 채용하고 오전 9시~오후 5시, 오후 5시~새벽 1시 등 8시간씩 나눠 교대조를 바꿨다. 주간조는 잔업이 없어 퇴근시간이 일정하고, 한 달 반 주기로 교대가 바뀐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이직률이 떨어졌다. 이런 상황은 현장 노동자들도 느끼고 있다. 유현희씨도 그랬다. “예전엔 일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어차피 늦게까지 잔업을 해야 하니까 느슨해진 면이 있어요. 지금은 야간조에 부담이 안 가게 빨리 끝내고 가자고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있어 능률이 더 올라갔죠.” 임금도 비록 적은 수준이나마 보전됐다. 무급이던 휴게시간을 유급으로 돌리고, 교통비 지급과 통근버스 운행을 확대했다.

정부 지원 끊기면, 주문량 줄어들면…

추가 채용 뒤 220명이 일하는 300명 미만 사업장인 미트뱅크는 2020년 1월1일부터 50~299명 사업장에서 시행되는 ‘주 52시간 노동 상한제’(주 52시간제)에 대비해 2018년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사례는 노동시간 단축의 긍정적 요소를 모두 보여준다. 노동시간 단축이 기업의 시간을 시민의 시간으로 바꾸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회사에 묶여 있던 유현희씨의 시간은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시간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일과 생활의 균형추가 조금씩 생활 쪽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회사에선 이직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를 냈다. 추가 채용이 이뤄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사회 전체적인 성과도 뒤따랐다.

그러나 모든 중소기업이 미트뱅크처럼 안정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기란 쉽지 않다. 미트뱅크는 채용에 따른 비용의 대부분을 정부지원금을 받아 메웠다. 또한 발주처에서 주문량이 줄어들 경우 늘어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 중소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추가 채용과 설비투자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기업에 견줘 임금수준이 60%에 그치는데다, 기본급보다 초과노동수당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노동자들은 임금 감소를 우려한다.

1919년 국제노동기구(ILO)가 1호 협약으로 체결한 ‘하루 노동시간은 8시간’을 101년이 지난 지금 부정할 수는 없다. 2004년 국회의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2011년부터 전면 시행된 주 40시간으로의 노동시간 단축을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그러나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체계, 노사관계, 원·하청 관계, 산업전략, 인구구조까지 모든 게 얽혀 있다. 단순히 계도 기간 연장과 유연근로제·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만으로는 이행하기 어렵다. 장시간 노동을 공고히 했던 경제구조를 바꾸고 중소기업을 혁신해야만 중소기업 노동자에게도 노동시간 단축의 과실이 나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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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즉주문’ 줄이고, 주문 형태 예측 가능하게

정부가 50~299명 사업장에 주 52시간제 계도 기간을 1년 연장한 이유는 “시행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11월4~18일 50~299명 사업장 1300곳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법 시행 때 문제가 없다”고 답한 곳은 57.7%였다. 준비 중(33.4%)이거나 준비하지 못한 기업(8.9%) 가운데 “2019년 말까지 준비가 불가능하다”고 답한 곳은 39.6%다. 이를 전체 50~299명 사업장 2만7천 곳에 적용할 때 실제 준비 없이 법 시행을 맞이할 기업은 4500곳(16.3%)으로 추산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주 52시간을 넘는 노동이 발생하는 이유와 준비가 어려운 이유다. 초과노동이 발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불규칙한 업무량으로 적기 채용 곤란’(58.1%)이었다. 그 뒤를 ‘전문성 등 대체인력 채용 부적절’(43.9%), ‘비용 부담으로 신규 채용 어려움’(30.1%), ‘구인난’(28.1%)이 이었다. 기업들이 주 52시간제 시행 준비를 못하는 이유도 ‘추가 채용 인건비 부담’(34.5%), ‘구직자 없음’(17.5%), ‘주문 예측 어려움’(12.4%)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채용에 필요한 돈이고, 주문-생산을 비롯한 운영체계가 문제인 것으로 드러난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원청기업의 주문을 받아 납품하고 매출이 원청기업을 통해 발생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에서 노동시간 단축 문제의 상당 부분은 원·하청 관계로 귀결된다.

원청의 ‘납기’는 하청업체의 노동시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납기 직전 발주자의 잦은 과업 변경 요청과 단가 후려치기를 통한 낮은 용역 대가로 문제가 제기되던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들이 특히 그렇다. 한 IT 서비스 회사 관계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을이 갑의 요구를 거절할 수는 없지 않나? 주 52시간제 시행은 우리 노사 문제가 아니라 발주자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제조업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식품업체 ㄴ사 관계자의 말이다. “대기업은 오후 6시에 퇴근하니까, 담당자가 오후 5시에 발주를 띄워놓고 퇴근한다. 우리는 그 발주량을 맞추기 위해 연장근로를 해야 한다. 10원 단위로 단가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그 회사에 언제까지 얼마큼 납품할지 모르는데, 인원 충원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노용진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원청의 예측하기 어려운 ‘주문 패턴’이나 ‘즉주문’ 등이 장시간 근로의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주문 패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청업체가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면 이 부담은 원청 역시 책임을 나눠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 <한겨레21>이 찾은 수도권의 한 대기업 대공장 사내 협력업체인 ㄱ사는 비교적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ㄱ사는 주 7일 3조3교대로 운영되다 주 52시간제 도입을 계기로, 1월1일부터 20여 명을 추가 채용해 4조3교대로 개편했다. ㄱ사 관계자가 말했다. “법률적으로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부분이라, 채용에 드는 비용을 원청과 협의해 도급대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기존 직원들이 연장근로수당에서 손해를 많이 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원청에 요청했으나 잘 안 됐다. 정부지원금과 추후 원청에서 지급할 성과급으로 임금을 보전할 방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제조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일터 혁신 컨설팅을 많이 한 김현규 노사발전재단 혁신컨설팅팀장은 “원·하청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은 원청의 납품 단가 현실화가 없다면 절대 노동시간 단축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2013년 현대·기아자동차가 주야 2교대를 주간 연속 2교대로 전환하면서 부품사의 교대제와 근무체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한국노동연구원의 ‘자동차 협력업체 교대제 개편 관련 실태조사 및 지원방안 강구’ 보고서를 보면, 부품사 교대제 개편을 위한 완성차 업체의 역할을 세 가지로 꼽았다. 인건비 상승분의 납품 단가 반영, 설비투자나 인원 충원에 방해되는 주문량 불확실성 해소, 완성차-부품사 간 정보 교류 활성화다.

중기: 제조 공정 혁신으로 생산성 올려야

중소기업의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모두 원청의 책임으로 환원하기는 어렵다. 노동시간 단축을 어렵게 하는 중소기업 자체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채용이나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공정 효율화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으로도 가능하다. 그래서 강조되는 것이 ‘일터 혁신’이다. “중소 제조업에서는 작업조직의 합리화 수준이 낮아서 제조 공정 혁신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올릴 여지가 많이 있다. 그동안 정부가 지원하는 일터 혁신 컨설팅이 인사·노무를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공정 혁신 부문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고용 감축이 우려되는 스마트공장 등 신기술 적용도 중소기업에서는 고용 감축 없는 노동시간 단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노용진 교수)

기업에서 초과노동 발생 사유의 28.1%가 ‘구인난’이고, 주 52시간제 시행 준비를 못한 기업의 17.5%가 ‘구직자 없음’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청년을 중심으로 일·생활 균형이 강조되는데 중소기업의 노동시간을 비롯한 근무 여건이 좋지 않아 채용이 불가능하고, 채용한다고 해도 이직률이 높은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경기도 안성의 한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일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퇴사한다. 20명이 정착하려면 50명을 뽑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앞에서 언급한 대기업 대공장 사내 협력업체인 ㄱ사 관계자 역시 “교대근무다보니 근무 일정을 구직자에게 설명하기도 힘들고 ‘일이 힘든데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계속해야 했다. 교대제가 개선돼 채용하기가 좀 수월해졌다”고 했다. 노동시간을 단축할 의지가 있는 중소기업들을 지원하면 일자리 미스매치(구인과 구직 불일치)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청년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청년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한겨레 박종식 기자

임금: 총액 감소 따라 정부 지원 고려도

노동시간 단축의 어려움을 부르는 또 다른 문제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하락이다. 중소기업 임금체계 대부분은 기본급 비중이 낮고 초과노동수당으로 생활임금을 벌충하는 방식으로 구성돼왔다. 기본급(통상임금)이 낮고 노동시간이 긴 노동자는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타격이 커서 노동자도 주 52시간제 시행을 반기지 않는 경우도 있다. ㄱ사는 교대제 개편으로 많게는 월 80만원의 임금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 회사의 노동자는 <한겨레21>에 “교대제 개편으로 월급이 얼마나 줄어들까를 사람들이 가장 걱정했다. 한 달에 하루이틀 쉬다가 7일 쉬면 좋긴 한데, 쉬는 데도 비용이 발생한다. 단계적으로 이뤄지면 좋을 텐데 갑자기 깎이니 걱정이 크다”고 했다.

노동시간이 줄어든 만큼 임금을 보전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모습이긴 하다. <한겨레21>이 주요 산별노동조합을 통해 50~299명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적용에 관한 애로를 물었을 때, 준비가 덜 됐다고 응답하는 곳은 거의 없었다. 노조의 교섭력을 바탕으로 노동시간 단축과 인력 충원, 임금 보전 등의 문제를 대부분 풀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금속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사업장인 KBI메탈(충북 음성 소재)의 경우에도 300명 미만 사업장이지만, 2019년 3월부터 노사 교섭을 벌였고 7개월 뒤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 3조3교대 주 56시간 근무를 4조2교대 주 42시간으로 개편하는 대신, 기본급을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임금을 이전 수준의 90%까지 보전하고 인원을 일부 채용했다. 노조도 생산성 향상에 힘쓰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교섭력이 약한 무노조 사업장(100~299명 사업장 노조 조직률 10.8%, 30~99명 사업장은 2.2%)은 임금이 보전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김승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19년 12월 열린 ‘근로시간 단축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자. 긴 초과노동시간을 기록하는 5~299명 규모의 4개 제조업(식료품·고무 및 플라스틱·1차금속·자동차 및 트레일러) 사업장 800곳을 실태 조사한 결과, “초과노동이 많은 직종 노동자의 연봉 총액이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한 곳은 업종별로 30.4~60.9%로 나타났다. 또 “임금 보전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곳은 41.1~61.3%나 됐다. 김 연구위원은 발제문에서 “기본급 비중이 작은 임금노동자가 노동시간 단축의 결과가 삶의 질 향상이 아닌 부가 수입을 위한 추가 노동 발생이라면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바라는 결과가 아니다”라며 “임금총액 감소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저임금 노동자들에 대한 한시적 EITC(고용장려세제·노동연계형 소득지원제도) 포함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노용진 교수도 “(산업안전에 영향이 없다면) 노동시간이 줄더라도 생산 성과가 예전과 같을 경우 임금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방법도 고민할 만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자리 함께하기’ 제도를 운영해 실제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신규 채용으로 고용 인원을 늘리거나, 기존 인력의 임금을 보전하는 기업에 2년까지 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의 2019년 지원 인원은 고용 창출로 3740명(1인당 최대 월 80만원), 임금 보전으로 6800명(1인당 최대 월 40만원)이었다. 모두 385억원이 지급됐다. 하지만 사업장 기준으로 보면 207곳 지원에 불과하다(2018년엔 179곳 108억원). 이 밖에 청년·장년 고용 장려금 등의 제도도 있지만 중소기업들이 정보를 알지 못해 지원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법 조항 하나 바꾸고 노동시간을 줄이라고 하기보다는, 주 52시간제 시행을 포함한 종합적인 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김현규 노사발전재단 혁신컨설팅팀장) “50~100명 사업장은 준법 의식이 약하고, 노동시간 단축 의지가 약한 경우가 많다. 원·하청 구조를 개선하고 생산성 향상과 연구개발 지원, 임금 보전을 위한 자금 지원, 제도 설계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려 들어가야 한다.”(김은경 시앤피컨설팅그룹 이사·공인노무사)

중소기업 일터 혁신 컨설팅에 잔뼈가 굵은 이들의 말이다. 노동시간 단축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의 핵심 노동정책으로 꼽히는 최저임금 인상 때도 원·하청 관계 개선, 지급능력이 약한 중소·영세 사업자를 위한 지원 등이 근본적인 대안으로 꼽혔으나 현실에서 체감되는 정책은 없었다. 그 결과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확 꺾이는 상황이 빚어졌다. 주 52시간제 시행에서도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은 제도 효과를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근본 대책 마련되지 않으면 중기엔 효과 없어

KBI메탈의 생산직 노동자 윤한근(41)씨는 지난 9년 동안 주 6일 56시간씩 일했지만, 이제는 하루 12시간씩 4일을 일하고 이후 다음 4일은 쉰다. 가장 반기는 것은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와 4살, 5살 두 아이다. “원래 개인 시간이라는 게 없었잖아요. 그런데 이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까 아이들이 저를 더 따르는 게 느껴져요. 밥을 해주면 엄마보다 아빠가 해주는게 더 맛있다고 하고, 목욕할 때도 아빠랑 하겠다고 하고. 주중에 쉴 땐 어린이집을 하루이틀 빼서 따로 놀러 가기도 해요.”

그의 마지막 말은 이렇다. “지금 아니면 못하는 거잖아요.” 노동시간 단축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혁신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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