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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로 이동’한다는 우려

2009년 시행 심야교습 제한으로 본 ‘학원 일요휴무제’
등록 2019-10-02 00:48 수정 2020-05-02 19:29
2009년 7월 학원 심야교습시간 제한이 시작된 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불법 심야교습을 단속하는 모습. 한겨레 박종식 기자

2009년 7월 학원 심야교습시간 제한이 시작된 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불법 심야교습을 단속하는 모습. 한겨레 박종식 기자

‘학원 일요휴무제’(이하 일요휴무제)는 자주 ‘학원 심야교습시간 제한’(이하 심야교습 제한)에 비교된다. 학생들을 과당경쟁에서 보호하려고 학원 교습 시간에 ‘최소한의 제한’을 둔다는 점에서 그렇다. 일요휴무제보다 일찌감치 앞서 2009년 7월 시행된 심야교습 제한 정책의 합법성·실효성·부작용을 두루 검토하는 것이 일요휴무제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다.

헌재, 심야교습 제한 공익성 인정

심야교습 제한 때와 마찬가지로 일요휴무제 역시 ‘합법성’이라는 장애물부터 뛰어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심야교습 제한에 반대하는 학원·학생·학부모 등은 학원 영업의 자유와 학생 학습권 등을 침해한다며 심야교습 제한 조례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9년 5 대 4, 2016년 6 대 3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2016년 결정문에서 “학원조례 조항이 추구하는 공익은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 자습 능력의 향상, 학교 교육 충실화, 사교육비 절감”이라며 “조례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이 이러한 공익보다 중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심야교습 제한에 반대하는 쪽에선 학교·교육방송과 다른 사교육 교습 시간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학원과 교습소의 교습 시간만 제한하는 것 역시 ‘평등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교육방송은 영리를 추구하는 학원 등의 운영자와 동일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학원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개인 과외 교습과 인터넷 통신 강좌도 학습자가 교습 장소를 임의대로 결정할 수 있어 심야교습으로 인한 폐해가 작다”고 밝혔다.

국회 입법이 아닌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심야교습 제한이 이뤄지면서, 지역마다 규제 시간이 제각각인 것도 ‘평등권 침해’ 시비를 낳았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서울·대구·광주·세종·경기 5개 지역은 밤 10시, 부산·인천·전북 3개 지역은 밤 11시, 대전·울산·제주·강원·충남·충북·경남·경북·전남 9개 지역은 밤 12시로 제한한다. 그러나 헌재는 2009년 결정문에서 “조례에 의한 규제가 지역의 여건이나 환경 등 그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헌법이 지자체의 자치입법권을 인정한 이상 당연히 예상되는 불가피한 결과”라며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불법 학원 수강, 과외 하겠다’ 응답 4%뿐

심야교습 제한의 합법성이 확인된 뒤부터는 실효성을 문제 삼아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청의 인력 부족으로 제대로 관리·감독하기 어려워 ‘반칙’을 해도 적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입시학원 중에는 암막 커튼을 치고 자정 넘어서까지 수업을 이어가는 식으로 단속을 피해가는 사례가 속출했다. 하지만 탈세하는 사람이 있다고 세금을 걷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제도 자체는 필요와 목적에 맞게 시행하고 반칙을 예방·단속하는 현실적인 관리·감독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교육 전문가들은 시민감시단 구성이나, 이른바 ‘학파라치’ 보상금 인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현재 논의 중인 일요휴무제와 마찬가지로 심야교습 제한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가장 강력한 근거는 ‘풍선효과’였다. 학원 교습 시간을 제한하면 규제 효과가 고액 과외로 이동하리라는 주장이다. 박종덕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에 “대한민국 아이들의 건강권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학원 교습 제한을) 당연히 고민해야 하지만, 개인 과외와 온라인 수강 등 대체 수단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학생들의 건강권·인권 보호 취지를 달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좋은교사운동과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가 진행한 ‘2015 초·중·고교생 학습 시간과 부담에 관한 실태조사’를 보면, 이런 풍선효과가 ‘기우’이거나 있더라도 ‘미미’하다는 설명이 가능해 보인다. 심야교습 제한 이후 학생들이 학원 대신 다른 사교육으로 옮겨간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 안에 사교육을 끝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전국 17개 시·도 초중고생 6261명이 참여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2%포인트)를 통해 ‘밤 10시 이전에 사교육이 끝나는 비율’을 비교해보니, 학원 교습을 밤 10시로 제한한 지역에서는 67.6%인 데 비해, 밤 12시로 제한한 지역은 22.2%로 유의미한 격차가 확인됐다.

김진우 쉼이있는교육시민포럼 대표는 “심야교습 제한의 풍선효과로 과외가 늘어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풍선의 압력이 빠졌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의 2017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요휴무제를 실시할 경우에도 불법으로 학원 수강을 하거나 과외 교습을 하겠다(풍선효과)는 응답은 4.0%에 그쳤다”며 일요휴무제가 시행되면 대부분 시민은 학원 교습과 쉼에 대한 한국 사회의 ‘새로운 기준’을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소수의 ‘반칙’이나 ‘예외’까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일단 일요휴무제가 시행되면 ‘학생도 일요일은 쉬어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일요일에 학원에 가고 공부하는 것’이 부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리라는 설명이다.


학원업계 반발


“심야교습 제한이라도 풀어달라”


학원업계는 심야교습 제한과 일요휴무제를 동시에 시행하면 학원 운영에 너무 ‘치명적’이라고 우려한다. 학원 영업에서 “타임(한 타임에 2시간)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부부가 함께 수학학원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9월18일 과 한 통화에서 “예전에는 보통 평일 새벽 1~2시까지 강의했는데 심야교습 제한으로 밤 10시까지밖에 수업을 못한다”며 “학원들이 평일에 줄어든 수입을 주말 수업으로 메운다”고 현황을 소개했다.
김씨는 “평일에는 학원 수업을 많이 잡아봐야 하루 두 타임(4시간) 이상 편성하기 힘들다”며 “(심야교습 제한을 준수하는) 대부분 입시학원이 토·일요일 주말반 수업으로 전체 수입의 반 이상을 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요일 하루를 통째로 쉬게 할 경우 학원 수입이 최소 3분의 1 이상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학원업계에서 “일요휴무제를 실시하려거든 심야교습 제한이라도 풀어달라”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16년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의 ‘학원 휴일휴무제 및 학원비 상한제 도입 방안 연구’(연구책임자 김영철 상명대 교수)에서는 학원업의 생존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입장을 정리했다. “학원의 생존과 번성을 위해 학생들에게 무한경쟁을 시키는 것 또한 문제다. 점진적 축소를 해야 하는데 우선 가장 한계선상에 있는 부분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결국 과열된 학원업의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 (중략) 학원 운영의 어려움 문제는 더 이상 학생들의 사교육을 확대하는 쪽으로 해결하고자 할 것이 아니라 (평생교육 시대 성인 교육 등) 새로운 수요를 찾는 것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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