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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학교로 가고 싶어요”

등록금에 좌절해 최근 학교를 휴학한 ‘패션디자이너’가 꿈인 마이수 마르마
등록 2019-05-29 02:53 수정 2020-05-02 19:29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진학했지만 학생들이 너무 뛰어나서 함께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다. 400만원이 훌쩍 넘는 등록금도 부모님께 도움받는 게 부담스러워 휴학하고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벌고 있다. 다음 학기에는 꼭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한국 온 지 2년 만에 대학 합격

마이수 마르마(21)는 2017년 9월 서울 홍익대 미대에 합격했지만, 학업 부담과 비싼 등록금 압박으로 지난해 9월 휴학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님이 공장에서 온종일 일해도 자신의 대학등록금과 고등학생인 남동생의 학원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는 마이수는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의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저녁까지 일하고 김포 집에 도착하면 밤 11시가 넘는다. 다른 줌머인 가정과 마찬가지로 깨어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날이 많지 않다.

방글라데시 랑가마티에서 나고 자란 마이수는 방글라데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총명함이 남달랐던 마이수는 중학교 때 학년을 건너뛸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2008년 아빠가 한국으로 먼저 건너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고, 마이수는 엄마와 남동생과 함께 2015년 9월 뒤따라 한국에 왔다. 방글라데시에서 의무교육과정을 모두 마친 마이수는 부모님과 함께 일하며 한국 문화에 적응했다. 엄마가 일하는 누룽지 공장, 식당, 스크린 야구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한국 문화에 조금 익숙해진 마이수는 대학 진학을 결심했고, 소개로 만난 한국어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입학지원서를 썼다. 대학 입학 면접에선 “우리 민족이 박해받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 시민이 잘 알지 못하는데 의상 디자인을 통해서 옷으로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다. 최종 대학 합격증을 거머쥔 마이수는 곧 한국에 사는 150명 줌머인의 자랑거리가 됐다.

하지만 마이수의 대학 생활은 평범한 한국 학생들보다 조금 더 어려웠다.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로 수업을 듣고 과제를 수행하는 일이 벅찼다. 등록금에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면 공부할 시간이 모자랐다. 이주니처럼 한국인으로 귀화한 것도 아니어서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자격도 되지 않는다.

한국에선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라고 알려진 이웃 나라 일본에서도 마이수처럼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을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했다. ‘1종 교육 훈련 지원금’에서 난민의 대학등록금을 일부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유엔난민기구(UNHCR)와 일본 대학들이 제휴해 운영하는 ‘난민 고등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난민의 4년 등록금을 모두 지원하고, 교육을 희망하는 난민에게 유입국에 기여할 기회를 준다. ‘한국 거주 난민아동 생활실태 조사 및 지원방안 연구’로 이 프로그램을 소개한 연세대 김현미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연구보고서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대학은 난민 학생이 대학에 크게 공헌하고 있으며 난민 학생의 생생한 체험담을 듣는 주변 학생들의 학습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난민 학생의 체험이 학생들에게 도움”

이러한 제도가 미비한 한국에선 모든 부담이 오롯이 개인의 몫이지만 마이수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우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디자인하고 만든 옷을 인터넷에서 팔 계획이다. 언젠가는 내 브랜드를 갖는 게 목표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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