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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도 ‘특허 빼돌리기’ 논란

대학 쪽,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 사건과 판박이 의심…

해당 교수 “억울하다”
등록 2018-10-13 08:47 수정 2020-05-02 19:29
서강대는 최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교직원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겨레

서강대는 최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교직원 6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한겨레

서강대가 지난 9월11일 ‘특허 빼돌리기’에 연루된 교직원들을 검찰에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서강대가 진행했던 특별감사 자료를 단독 입수했다. 자료를 토대로 취재한 결과, 서강대는 소속 교수가 회사를 차린 뒤, 서강대 소유의 특허를 헐값에 가져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 교직원들의 ‘내부 공모’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해당 교직원들은 배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사건은 아직 논쟁 중이다. 그런데 만약 사실로 밝혀진다면 앞서 이 탐사보도한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의 특허 빼돌리기 의혹과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김 전 교수는 서울대 재직시 나랏돈을 받아 개발한 크리스퍼 특허를 헐값에 서울대에서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기업 툴젠으로 옮겨간 것으로 의심받는다. 수십~수백억원의 국가연구개발비로 개발해 공공기관이나 대학이 보유해야 할 지식재산이, 기술을 발명한 연구자 개인이나 그가 세운 회사로 슬그머니 빼돌려지는 배경에 구조적 허점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사건이다.

총장 주재 특위 구성해 1년여 조사

서강대는 이번 ‘특허 빼돌리기’ 의혹으로 200억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보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서강대에 있던 특허로 경제적 이익을 누린 쪽은 서강대 ㄱ교수와 그 친인척이 최대주주인 A회사다. ㄱ교수, A회사는 서강대의 감사와 조사를 바탕으로 한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ㄱ교수는 국제학회장을 맡고 학술상을 받는 등 학계에서 인정하는 전문가다. 그는 1999년 방사성의약품 전문 기업인 A회사를 세웠다(현재 대표이사).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같은 퇴행성 뇌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의약품을 생산하고 판매한다. 2016년 코스닥에 기술특례제도로 상장됐고, 10월11일 현재 시가총액이 854억원에 이른다.

서강대는 2017년 3월 산학협력단과 기술지주회사 등을 특별감사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다소 복잡한 특허 이전 과정을 천천히 살펴보자. 서강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2017년 4월 발족한 ‘감사 및 조사결과 후속조치를 위한 특별위원회’(이하 서강대 특별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점을 조사했다. △핵심 특허를 가진 서강대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가 A회사로 헐값에 매각된 의혹 △국가연구비 지원을 받아 ㄱ교수가 개발한 특허들이 가치평가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A회사로 저가 이전된 의혹 △서강대에 소유권이 있어야 할 특허를 A회사가 단독 출원한 의혹 등이다.

① 150억 핵심 특허, 290분의 1로 평가절하?

이번 사건에는 여러 회사가 등장한다. 특허가 바로 이전된 게 아니라, 특허를 가진 회사가 넘어갔기 때문이다. 서강대 산학협력단(이하 서강산단)은 특허 등을 관리하는 자회사로 서강대 기술지주회사(이하 서강지주)를 두고 있다. 그리고 서강지주는 다시 여러 자회사를 두었는데, 서강지주가 2009년 세운 첫 번째 자회사가 B회사였다. B회사는 서강지주가 지분 45%로 최대주주였고, A회사 20%, ㄱ교수 6.33% 등으로 지분이 구성돼 있었다.

B회사는 서강지주에서 출자한 핵심 특허 2건을 보유하고 있었다. ‘퇴행성 뇌질환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약물’과 관련된 특허였다. 발명자는 ㄱ교수였다. 그가 서강대에 재직하던 2009년 출원한 이 특허 2건은 서강대 지식재산권 관리 규정에 따라 서강산단이 소유하게 됐다. 그 뒤 서강지주를 거쳐 B회사로 이전됐다.

서강지주에서 B회사로 핵심 특허가 이전되던 2009년 당시 그 가치는 4500만원으로 평가됐다(서강대 특별위원회는 이때 가치도 이미 2억원이었는데 저평가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서강지주가 B회사에 출자한 금액은 특허 2건(4500만원 상당)과 현금 9천만원으로 총 1억3500만원이었다.

2015년 3월, ㄱ교수의 A회사는 B회사를 인수·합병한다. 서강지주가 가지고 있던 B회사 지분 45%는 A회사로 1억6200만원에 넘어간다. 서강지주는 애초 투자한 1억3500만원으로 6년 뒤 20% 수익을 남겼다. 특허·현금과 맞바꾼 B회사 주식의 가치가 1.2배가 됐으니, 결과적으로 특허가치 역시 1.2배가 된 셈이다. 2009년 4500만원이었던 특허가치를 1.2배 하면 5400만원이다.

그런데 2015년 당시 실제 특허가치는 이보다 훨씬 컸을 가능성이 있다. 서강대는 2017년 11월30일 정부지정 기술평가기관인 ‘윕스’를 통해 B회사가 가지고 있던 특허들의 기술가치 평가를 뒤늦게 받았다. 기술가치 평가 기준일은 B회사 지분 양도가 이뤄졌던 2015년 2월에서 3월 시점이었다. 이때 기준으로 특허 평가액은 157억7천만~158억7600만원이었다. 주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평가된 특허가치보다 290배 이상 높은 가격이다.

다른 평가가 있긴 하다. 2015년 2월 A회사가 태성회계법인에 의뢰해 받은 ‘B회사 주식가치 평가’ 보고서를 보면 B회사 주식가치는 주당 4567~8267원이었다. 서강지주가 보유한 주식 2만7천 주를 곱하면 1억2331만~2억2321만원이다. 최종적으로 A회사가 B회사 지분을 인수한 가격도 이 범위 안에 들어간다. 그래서 A회사는 B회사 인수가격이 적당했다고 주장한다.

ㄱ교수 “서강대를 도와줬을 뿐”

A회사 관계자는 “B회사가 가지고 있던 특허 2건은 의약품 후보 물질에 대한 특허였다. 이 특허들은 결국 신약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활용이 안 됐기 때문에 가치를 논하기 힘들다. 당시 A회사는 B회사를 인수하지 않았더라도 코스닥 상장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ㄱ교수는 “(B회사를 인수하는 과정에) 개인적 욕심은 전혀 없었고 서강대를 도와주려는 의도였다. 특허의 가치도 법원에서 평가받은 것이고,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나왔다. 회사를 위기에 빠뜨리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반면 서강대는 A회사가 B회사에 있던 핵심 특허로 큰 이익을 거뒀다고 본다. 2017년 3월 발행된 서강대 특별감사 보고서에는 “상장 당시 A회사의 주당 주식가치는 액면가의 30배로 평가돼 시가총액이 840억원에 달했고, 관련 IR(기업설명회) 자료와 보도자료에 비춰볼 때, B회사가 보유했던 특허권은 A회사의 코스닥 상장을 위한 핵심 요소임을 추정할 수 있음”이라고 쓰여 있다. 다시 말해 ㄱ교수 소유의 A회사가 B회사를 싼값에 인수한 뒤 코스닥 상장으로 기업가치를 크게 부풀렸다는 얘기다.

②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 매각

헐값 이전이 맞다 하더라도, 결국 B회사의 지분을 넘긴 것은 서강지주다.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서강대 특별위원회는 서강산단과 서강지주 내부에 A회사의 ‘공모자’가 있었다고 판단한다. 서강대는 2015년 서강지주 대표이사이자 법인 상임이사인 ㄴ씨와 본부장인 ㄷ씨, 서강산단 단장인 ㄹ씨를 포함해 전·현직 교직원 6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실제 B회사 매각 과정을 보면 문제가 많다. 먼저 모회사인 서강지주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했는데, 이를 거치지 않았다. B회사 매각 하루 전인 2015년 3월30일 서강지주 이사회가 열렸지만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않았고, 의사록에는 “B회사의 주식 양도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 후 보고하도록 한다”는 내용만 남아 있다.

게다가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계약서가 먼저 작성돼 있었다. 주식 양도 계약서의 계약일은 2월27일로 돼 있다. 서강지주 대표의 직인도 찍혀 있다. 한데 직인을 찍는 과정에 품의(결재)가 없었다. ㄴ대표는 자신이 보고를 받지 못했으며, ㄷ본부장이 품의 없이 날인했다고 주장한다. 절차가 실종된 셈이다.

이상한 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B회사 매각 3주 전인 2015년 3월11일 ㄴ대표는 ㄹ단장에게 전자우편을 보낸다. 다음은 ㄴ대표가 전자우편에 쓴 글이다.

“저는 A회사 사례가 자회사 설립 및 EXIT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의 전형으로 보여집니다. 제가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실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구조는 다른 사업체로 만들어두고, 정부 사업이나 학교를 통한 각종 지원은 지주회사 자회사를 통해서 지원을 받았으며, 정작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으니 정부 및 대학의 지원을 위해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로 만들어둔 B회사를 헐값에 합병하여 정작 학교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구조로 만들어두었습니다.”

요약하면 A회사가 B회사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헐값에 합병”해 특허를 가져가려 한다는 우려다. 이런 우려를 했으면서도 그가 이 매각을 막은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ㄴ대표는 이 취재 요청을 하자 법적 대리인을 통해 “당시 서강대에 유리한 쪽으로 행동했다”고만 설명했다. ㄷ본부장과 ㄹ단장은 “일절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이 사건을 재조사할 예정이다.

서강대로부터 고발당한 교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특허의 가치는 발명자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기술 이전 금액은 대부분 발명자인 교수에 의해 결정되고, 이 사건의 경우에도 발명자인 ㄱ교수와 적정한 가격으로 협의된 대로 기술 이전을 하였을 뿐 산학협력단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런 진술은 우리나라 대학이 기술 관리에 구조적 허점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랏돈으로 대학에서 기술을 개발한 교수가 자신이 세우거나 지분을 소유한 민간 기업에 기술을 넘기는 과정에, 해당 교수의 평가 의견이 가치 산정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교수가 기술가치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해 기업에 넘기고 싶은 유혹을 강력히 받을 수 있다.

③ 특허 빼돌리기 더 있나

서강대의 감사와 조사 결과를 보면 ㄱ교수는 2009~2013년 국가연구개발비 102억9800만원, 서강대 출연금 15억원, 기업 지원금 8억5700만원 등을 받아 여러 건의 논문과 특허를 냈다. 이렇게 만든 기술특허는 서강대 소속이어야 하지만 일부 특허는 직무발명 신고도 없이 A회사가 단독 출원했다고 서강대는 주장한다. 또 일부 특허는 제대로 된 가치평가 없이 헐값에 A회사로 매각됐다고 본다.

이에 대해 ㄱ교수는 에 “억울하다. 서강대는 우리 회사에서 직접 연구해 만든 특허까지 서강대 산단 이름으로 출원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다음에 기술 이전을 해가라고 했다. 서강대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줬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과거 일을 모르는 사람들이 문제 삼고 있다”고 말했다. A회사 쪽은 “특허를 이전할 때는 서강대 산단과 협의를 거쳤다. 검찰에서도 우리 주장을 받아들여 (한 번) 종결한 사건이다”라고 주장했다.

서강대는 ‘특허 빼돌리기’를 막지 않은 교직원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17년 9월 서울서부지검에 진정을 넣었으나, 2018년 7월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됐다. 서강대는 지난 9월 증거 자료를 정비해 이번에는 정식 고발에 나섰다.

서울대와 서강대 대응 대조적

서강대의 움직임은 비슷한 사건을 겪고 있는 서울대와 극적으로 대비된다. 서울대는 경찰이 먼저 수사 협조 요청을 했는데도 1년 넘게 협조하지 않고 있다. 반면 서강대는 자체 감사를 진행해 내부 문제를 밖으로 드러내고 있다.

서강대 관계자는 “특허 빼돌리기나 연구 부정이 밝혀지면 대학 전체가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하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대학이 자체 감사로 이런 사실을 밝혀내더라도 드러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페널티(불이익)가 연구자나 교직원 개인에게 돌아가야 한다. 자정 노력을 하는 대학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야 연구 부정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감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노웅래 의원은 “국민 세금을 지원받아 특허를 출원하고 그 수익을 교수가 가로채는 행태가 대학 전반에 만연해 있을 것”이라며 “심각한 문제로 교수의 특허 가로채기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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