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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문제의식에 의문 품은 5개 원내정당

20~30대 청년당원들의 목소리
등록 2017-09-26 09:15 수정 2020-05-02 19:28
지난 7월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인사했다. 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로 협조해 나라를 잘 이끌자고 다짐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지난 7월4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신임 대표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찾아 인사했다. 두 대표는 이 자리에서 서로 협조해 나라를 잘 이끌자고 다짐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 회원사인 여론조사기관 조원C&I에서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에게 전화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조사 대상자들에게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 대해 물었습니다. ‘촛불집회는 정당한 의사표현’이라고 응답한 691명 가운데 32.4%는 ‘태극기집회도 정당한 의사표현’이라고 답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발전 기여도에 대해 물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발전에 기여했다’고 응답한 636명 가운데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8.3%는 ‘박정희 대통령도 국가발전에 기여했다’고 답했습니다. 촛불집회를 찬성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공공의창’ 회원사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5개 원내정당의 20대 청년당원 14명을 초대해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좌담회를 준비하며 이들로부터 기성세대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소속 정당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해주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9월 중순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청년들은 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했습니다. 좌담회를 마무리할 무렵 한 청년이 “우리가 지금 한 이야기가 밖으로 나가면 당에 돌아가서 엄청 깨질 수 있다.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아~ 본의 아니게 이들에게 부담을 줬구나’라는 미안함과 ‘좌담회 내용에 대해 뭐라는 사람이 있으면 혼내야 한다’는 분노가 교차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경제학)와 제임스 A. 로빈슨 하버드대 교수(정치학)가 함께 쓴 입니다. 책에서는 국가마다 다른 상황에서 어떤 국가는 성공하고 어떤 국가는 실패하는 이유는 지리적·역사적 요인보다 제도적 요인이 더 크다고 합니다. 즉, 서로 다른 처지와 조건에 있는 사람을 너그럽게 감싸주는 포용적인 사회·경제적 제도를 가진 나라는 번영하고 성장한 반면, 기득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국가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20~30대 청년당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각 정당이 포용할 수 있을까요. ‘정당은 왜 실패하는가’라는 제목의 책에서 주요 소재로 쓰일 첫 번째 정당은 어디일까요. 이들의 얘기를 직접 소개합니다.

내 눈에 대들보, 남의 눈에 티끌29살 여성. 자유한국당원

“정당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고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다. 잘하는 것은 좀더 홍보하고 실수한 부분은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용기, 실천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 직관 없는 개념은 공허26살 남성. 자유한국당원

“선배 세대 정치인과 우리 세대는 이념 차이가 있다. 사실 자유한국당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수많은 정치인 가운데 자신이 왜 보수 정치인인지 모르는 분이 많다.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 개인주의에 대한 철학, 기본적인 인권 등 보수주의의 이념적·철학적 이해도가 너무 떨어진다.”

본질적 질문, 나는 누구인가23살 남성. 바른정당원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사실 그런 사람들을 인권 차원에서 대변하는 정당은 없다. 보수정당도 그런 이슈에 대해 입장을 가져야 한다.”

21살 여성. 바른정당원

“지금 자강론이냐 아니냐가 당내에서 엄청 논란이 되고 있다. 애초 그분들(자유한국당)이랑 이념이 안 맞아 갈라섰다면 이제 미련을 버리고 하다못해 ‘보수의 정의당’이 될지라도 우리의 신념과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예전에 큰 집단이었고 권력이 있었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다.”

애초에 못 지킬 약속30살 남성. 더불어민주당원

“우리 당은 청년에게 기회를 준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거의 없다. 비단 우리 당뿐만 아니라 다른 당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청년당원들도 공감했다.)

패권은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는다30살 남성. 정의당원

“정의당에도 패권주의가 있다. 운동권 패권주의. 대중정당이 되겠다고 하는데 막상 들어와서 활동하면 검열이 너무 많다.”

강령 중심 정당을 꿈꾸다21살 남성. 더불어민주당원

“정당인지 정치인 팬클럽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강령 중심성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강령을 보면 좋은 내용이 많다. 하지만 민주당원도 잘 모르는 내용이 많다. 자유, 인권, 평등 다양성 측면에서 굉장히 바람직한 내용이 많다. 민주당 강령을 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민간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유도’가 있는데, 대통령선거에 나서겠다는 분들이 노동유연성을 얘기해도 누구도 문제제기를 안 한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32살 남성. 국민의당원

“선배들은 물러날 때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물러날 때를 잘 알아야 한다. 우리 당 의원이 발의한 다선금지법이 있다. 선거법도 바꿔야 한다. 법을 다루는 사람이 국회의원인데 지역구 관리에 너무 많은 품을 들인다. 마치 지역구에서 승리하는 것이 정치인의 모든 것인 양 행동하는 국회의원이 너무 많다.”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다26살 남성. 자유한국당원

“모든 정치권에서 청년, 청년 하니까 자유한국당도 따라가보자며 청년한테 얼마 준다, 뭐 준다, 취업 때 뭐 해준다고 한다. 청년 문제는 장애인 인권, 노인 문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표현하기 힘들겠지만 재원이 있다면 당연히 장애인, 노인이 우선되어야 한다.”

의문의 1패와 다양함의 이해24살 여성. 자유한국당원

“솔직히 에서 공동 주최하는 좌담회에 간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왜 나가냐’며 걱정했다. 어제는 새벽 3시에 잠들었다. 말실수하면 이상한 기사 나오니까 조심하라는 충고도 들었다. 민주당과 정의당에 대한 편견이 많았다. 막상 얘기하다보니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접근하는구나 생각했다. 외교도 마찬가지고. 직접 들으니 이해되는 부분이 있어 좋았다.”

심리학 전문가에 따르면,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유대관계, 상호형평성, 개방성 세 가지라고 합니다. 그중 개방성이 가장 중요하답니다. 결국 자주 만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추석입니다. 정당만 그런 것은 아닐 겁니다. 오랜만에 보는 친척들과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분위기를 화목하게 이끌어봅시다. 해피 추석!

최정묵 공공의창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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