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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올릴래? 복지국가 할래?

대폭 인상 요구는 생존 위한 외침
적극적 복지 정책으로 갈등 비용 절감

제1172호
등록 : 2017-07-25 14:28 수정 : 2017-07-2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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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5일 오후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18년 최저임금이 시급7530원으로 결정된 뒤, 사용자위원(오른쪽)과 노동자위원(왼쪽)이 정반대의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6470원)보다 16.4% 오른 금액이다. 애초 노동계의 요구액 1만원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인상률은 최저임금제가 정착된 뒤 최대 수준이다. 이 정도면 2020년까지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실현에도 ‘파란불’이 켜졌다고 볼 만하다. 올해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2020년에 1만원이 되려면 매년 평균 15.7% 정도 올라야 하는데, 올해 인상률은 이보다 높기 때문이다.

반대도 만만치 않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를 줄이고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이 주장대로라면 최저임금 인상은 취지와 달리 오히려 서민의 삶을 힘들게 할 터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비중이 높은 자영업자들의 몰락을 가져온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소상공인 단체는 법적 대응과 집단행동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외환위기 뒤 ‘뜨거운 감자’ 된 최저임금

과연 이번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나치게 높은 것일까? 노동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1만원’ 요구는 과도한 것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 왜 최저임금이 문제가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제는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 논의돼 1988년부터 시행됐다. 최저임금 결정 주체들 사이에선 언제나 치열한 갈등이 있었지만, 최저임금이 늘 지금처럼 온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제도 도입 초기 매년 10% 이상 오르는 중에도, 자영업자가 되는 것은 여전히 모든 월급쟁이의 ‘꿈’이었을 정도다.

변화의 계기는 1997년 외환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비정규직이 사회문제화하고 청년 취업난이 가중됐다. 자영업자는 이제 ‘꿈’이 아니라 직장에서 쫓겨난 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지푸라기’ 같은 것이 되었다. 특히 어수룩한 자영업자와 취업 못한 청년이 만나면서 ‘케미’가 폭발했다.


이런 상황 변화는 ‘최저임금 영향률’ 지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최저임금 영향률이란 새 최저임금 적용에 따라 임금이 올라야 하는 노동자 수를 의미한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조사 기준으로 1990년대 내내 한 자릿수였던 이 수치는, 2005년 10.3%를 기록한 뒤 지난해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최대치인 18.2%를 기록했다. 전체 노동자의 20% 가까이가 최저임금선상에 걸쳐 있다는 뜻이다. 이쯤 되면 온 국민이 최저임금에 관심 갖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최저임금제의 사회적 의의가 커진 데는 노동조합의 힘이 약화됐다는 배경도 있다. 애초 최저임금제란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지 못해 고용주와의 협상력이 약한 노동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노조가 약하면 상대적으로 최저임금제에 대한 사회적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노조가 강해 노조의 결정이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적용된다면 최저임금제는 필요 없다. 북유럽 나라들이 그렇다.

독일과 영국에선 이런 이유로 비교적 최근까지 최저임금제가 없었다. 그러나 독일은 2000년대 중반 노동시장 ‘개혁’ 이후 급증한 비정규직을 감당 못하고 2015년에야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게 됐다. 영국도 노조 조직률이 1981년 51.9%에서 무려 20%포인트 이상 줄어드는 것을 본 뒤에야 1999년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보면 많은 이들의 주장처럼 이번 최저임금 ‘대폭 인상’ 결정에서 노동계의 ‘횡포’를 읽어내는 것이 얼마나 실상과 다른지 드러난다.

다음으로 최저임금은 보통의 임금과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노동자의 임금은 그의 ‘생산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게 경제학의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노동을 수행했으면 누구라도 받아야 할 임금의 ‘최저수준’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생산성보다 생계비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게 타당하다. 그 때문에 최저임금을 높여 경제성장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현 정부의 주장은 수사적 차원으로 봐야 한다.

노동자 18.2%가 ‘최저임금선’ 위치

실제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기초자료로 생계비를 산출하고, 위원회에 참여하는 노동자 쪽과 사 쪽도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안을 내놓는다. 다만 올해 협상에선 노동자 쪽은 비혼 단신 노동자 실태생계비의 평균값(175만2898원)을 제시한 반면, 사 쪽은 하위 25% 계층의 평균값(109만2530원)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게 다를 뿐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요구가 분출한 데는,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는 데 현재의 최저임금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물론 노동자 쪽과 사 쪽의 의견이 크게 갈리는 데서도 나타나듯, ‘최소한의 생계비’를 무엇으로 보느냐는 이해관계가 맞부딪치는 치열한 쟁투 대상이다. 이를 둘러싼 사회적 욕구도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한다. 만약 그 욕구가 ‘탕수육 한 그릇’을 최소생계비에 넣을지 말지 수준의 것이라면 ‘하층 노동자가 뭘 그런 것까지 먹으려 하냐’는 핀잔도 달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체로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최저임금 노동자에게, 이런 보험료를 최저생계비에 넣는 것은 그야말로 ‘생존’ 문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대학에 가는 것이 거의 국민의 기본권이 된 마당에, 고졸 노동자에게 고등교육에 드는 비용을 임금으로 보장해달라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 적어도 지난 10~15년간 우리나라에서 부족하나마 국가의 복지적 역할이 크게 증가했고 그 덕분에 노후·의료·교육 등에 대한 국민의 일반적 기대수준이 높아졌음을 떠올린다면 말이다.

이쯤 되면 서두에서 내놓은 질문의 답은 명확하다. 현재 분출되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 요구는 결코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움직임이 계속되면 우리가 이미 목도하듯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낳고 경제 작동에도 적잖은 충격을 줄 것이다. 한마디로 사회적 갈등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비용은 언제나 금전적으로 환산 가능하다)을 우리 모두에게 청구할 것이다.

보수세력은 어느 길을 선택할까

과연 이 비용을 치를 가치가 있을까? 그 비용은 결국 ‘노동력의 사회적 관리 비용’과 다름없다. 사실 노동력의 사회적 관리는 현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지금까지 역사적 경험에서 증명된 바에 따르면 적극적인 복지정책 시행으로 이 비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현재 최저임금 대폭 인상 국면을 주도하는 정부는 좀더 전향적으로 복지국가를 추구해 최저임금제도를 보완하고, 나아가 이번 인상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 전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적극적 복지국가 시행 모두에 반대하던 보수세력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제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비용을 가장 많이 대야 할 것은 그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또 다른 축인 노동자 세력에게 현재 상황은 그 자체로 긍정적이다. 노동이 ‘(관리)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서 앞으로 발생할 사태에 개입할 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김공회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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