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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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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이고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

문재인 정부 첫 내각, 국무총리 후보자 이낙연·비서실장 임종석…

일각에선 “여야 아우르는 폭넓은 인재 기용을”
등록 2017-05-16 07:13 수정 2020-05-02 19:28
문재인 대통령이 젊어진 새 수석비서관들과 청와대 소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맨 왼쪽이 조국 민정수석, 맨 오른쪽이 임종석 비서실장(위쪽).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정 안정과 원만한 여야 관계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젊어진 새 수석비서관들과 청와대 소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맨 왼쪽이 조국 민정수석, 맨 오른쪽이 임종석 비서실장(위쪽).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는 국정 안정과 원만한 여야 관계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10년 만에 정권 교체를 한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일 즉시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하고,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종석 전 의원을 낙점했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약속한 대탕평과 소통을 강조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에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여야를 아우르는 좀더 폭넓은 인재 기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젊어진 청와대

문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진 인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젊어진 연령대다. 임 비서실장은 51살이다. 문 대통령은 “젊은 청와대, 역동적이고 탈권위,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 변화시킬 생각”이라며 임 실장의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임 실장은 “직언하고 격의 없이 토론하겠다”며 투명과 소통이라는 청와대 운영 원칙을 언급했다.

임 실장은 알려진 대로 386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당시 임수경 방북 사건을 주도하기도 했다. 임 실장의 나이는 박근혜 정부 시절 허태열(1945년생), 김기춘(1939년생), 이병기(1947년생), 한광옥(1942년생) 전 비서실장과 견주면 20살 안팎 차이가 난다. 5월11일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조국 서울대 교수 역시 1965년생으로 52살이다. 조 수석은 비검사 출신으로 문 대통령이 주장해온 검경 수사권 분산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을 지휘할 것으로 알려진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옛 홍보수석)과 이정도 총무비서관도 각각 53살과 52살이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인사는 불통과 권위주의로 점철된 박근혜 정권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는 김기춘으로 대표되는 ‘왕실장’을 중심으로 당·정·청 관계에서 일방적인 우위를 점했다. 여당은 청와대 눈치를 보는 거수기로 전락했다. 장관들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보듯 ‘문고리’ 권력을 쥔 청와대 수석, 비서진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탈권위적이고 실무 위주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평가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문 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을 그야말로 비서 업무에 충실한 실무형으로 꾸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도 문재인 정권이라 하지 않고 민주당 정권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박근혜 정부는 왕실장이라고 불리는 비서실장을 축으로 삼아 집권당을 여의도 출장소로 만들었다. 그러나 새 정부는 젊은 실장을 임명함으로써 집권여당이 자율성을 갖고 정부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쪽에선 청와대가 민정, 정무수석 자리를 없애는 좀더 과감한 개혁을 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대통령제 국가에선 민정수석 등의 자리가 없다”며 “권력기관을 조정, 통제해온 구실을 한 민정수석실을 그대로 둬야 하는지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심으로 검찰 개혁을 하는 것은 검찰의 정치화를 되풀이할 수 있다며 청와대보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온당하다는 주장도 있다.

협치·연정 내각 가능할까

문 대통령은 이낙연 총리 후보자를 지명함으로써 야당과 각 세우기를 피하고 조기 안정적 국정 운영에 무게를 뒀다. 이 총리 후보자는 전남 영광 출신으로 4선 의원과 전남도지사를 했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그는 문 대통령이 고배를 든 2012년 18대 대선 때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했다. 이 후보자 지명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권 초기 안정을 위한 카드다.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으로선 총리 인준을 거부하기 부담스럽다. 이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내 온건파 인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치권 안팎에선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는 한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요 부처 장관에는 문 후보 캠프에 합류했던 인사들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는 선대위에서 교육 공약을 다듬은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조윤제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과 이용섭 전 의원, 김진표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관심은 내각에 야당 출신 정치인이 입각할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통합정부추진위원장은 5월11일 CBS 라디오 에 나와 “합리적 진보, 개혁적 보수에 해당하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하겠다. 정의를 추구하는 가치가 같은 사람은 당적과 상관없이 일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직접 워딩이었다”며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입각 여부에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 측근도 “(새 내각은) 통합과 효율성을 기본으로 능력 있는 이를 기용하겠다는 게 기조다. 다른 당 인사들의 입각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유승민 의원·심상정 대표 입각설에 부정적

국회 의석수 120석으로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협치가 불가피하다. 김형준 교수는 “엄밀하게 보면 친문·비문의 구분을 넘는 정도로는 탕평 인사라고 말하기 어렵다. 탕평이란 말이 좀더 설득력을 얻으려면 내각 인사에서 친문과 비문이라는 범위를 넘어 좀더 인재 기용에서 통합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유승민 의원이나 심상정 대표가 제안을 받을지, 받으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두 당사자 쪽은 부정적인 기류다. 유 의원 쪽은 바른정당이라는 야당의 정체성을 지키고 그에게 투표한 유권자를 생각할 때 입각 제안이 오더라도 사양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 대표 쪽도 “아직 제안받은 바 없다. 언급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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