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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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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기성세대도 적폐다

김상봉 교수가 말하는 2017년 한국 사회 진단·전망·과제

“기성세대는 이미 고갈됐다. 청년들에게 맡기고 물러나야”
등록 2017-03-01 09:23 수정 2020-05-02 19:28
지난해 6월 한국 사회 ‘고통의 뿌리’를 물은 지(제1117호 표지이야기 ‘고통의 나라’) 4개월 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이번에야말로 새로운 나라를 위한 설계도를 만들 수 있을까. 1980년 ‘서울의 봄’과 같은 또 다른 배신의 고통이 시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결국 처음과 끝은 시민일 것이다. 철학자 김상봉에게 한국 사회 진단과 전망, 과제를 들었다. 꽃길을 원하는 시민들의 토론 현장을 취재했다. 2016~2017 촛불의 심지라고 할 2015년 민중총궐기의 상징적 인물(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고 백남기 농민의 큰딸 백도라지)도 만났다. 촛불의 의미를 궁구하는 학계의 논의를 차분히 살펴 전한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촛불과 외침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싣는다.
취재 전진식·진명선·정환봉·김효실 기자, 편집 김선식·허윤희 기자, 디자인 장광석
김상봉 교수는 강조했다. “더 늦기 전에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사회에 적합한 새 이론들이 백가쟁명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희망,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류우종 기자

김상봉 교수는 강조했다. “더 늦기 전에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사회에 적합한 새 이론들이 백가쟁명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희망,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류우종 기자

지난해 6월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59) 교수는 기자에게 말했다. “우리 사회는 30년이 가기 전에 뒤집어지는 사회다. 30년 전에 ‘6월항쟁’이 있었다. 내년에 반드시 (박근혜 정권은) 무너진다. 여당발로 이뤄진다. 야당에는 희망이 없다. 탄핵이 들어가든, 세월호를 터뜨리든…. 이것과 관련해 누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미증유의 사태는 이미 시작되었다. 한 치 앞을 못 내다보는 게 한국 사회다.”

이 말은 기사에 담기지 않았다(제1117호 표지이야기 “사회를 전복시켜온 슬픔을 믿는다” 참조). 기자가 어리석었다. 넉 달 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거대한 촛불이 한반도 남쪽을 메웠다. 12월9일 국회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었고, 3월 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있다.

2월21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모슬포항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그는 겨울방학 내내 이곳에 머물며 집필 작업에 매달려왔다. 모슬포의 아름다운 노을을 보며 빛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그는 말했다. 또 한국 사회에도 ‘빛’이 있음을 낙관한다고 했다.

그가 말한 한국 사회의 빛은 20~30대 청년 세대다. 자신을 포함한 기성세대는 또 하나의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했다. 새로운 나라의 설계도는 기성세대가 아니라 청년 세대의 몫이라는 게 김 교수의 주장이다. 앞당겨진 대통령선거와 관련해 그는 사태 책임의 또 다른 축인 국회 또한 해산해야 하고 국회의원 총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 국가의 극단이 촛불 불러와
2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6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장’을 뜻하는 레드카드를 들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2월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6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장’을 뜻하는 레드카드를 들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촛불집회의 배경은.

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게 된 근원적 이유는 ‘87년 체제’의 한계 때문이다. 정치는 민주화되었는데 경제가 전혀 민주화되지 못했다. 한쪽으로는 민주주의, 한쪽으론 경제 발전을 말한다. 중요한 요소가 하나 더 있다. 경제체제의 공공성이다. 이 문제는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다. 경제도 민주주의의 문제다. 자본 권력 또한 민주적으로 규율·통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제 권력이 정치권력을 도구화해왔다.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모순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이재용·박근혜·최순실 커넥션.

1987년 이전엔 경제적으로 먹고살기에 급급했다. 반독재 투쟁에 집중·몰입하느라 ‘경제도 정치다’라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좌우가 똑같이 문제의식이 없었다. 이것 때문에 87년 이후 한국 사회가 ‘기업 국가’가 된 것이다. ‘기업의, 기업에 의한, 기업을 위한’ 정부가 된 게 지금 상황이다. 국가권력 자체가 소수 재벌권력의 사익 추구를 위한 도구가 되었다. 민중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고, 극단까지 온 것이 지금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촛불 민심은 무엇.

사람 마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제일 보수적인 것 중 하나가 마음이다. 내가 책 을 낸 게 2010년이다. 책이 나왔을 때 반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였다. 지금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자 축제 같았다. 그렇게 민심이 변한 게 엄청난 변화다.

1972년 유신헌법 투표 때 찬성률이 90%가 넘었다. 그런데 7년 뒤 부마항쟁으로 막을 내렸다. 거기에 버금가는 변화라고 본다. 재벌이라는 게 사람들 마음속에서 존재의 이유나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무너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굉장히 중요하고 새로운 변화다.

또 다른 민심의 변화는.

탄핵 찬성·반대 집회를 보라. 한국 사회에서 드디어 주류로 등장하고 뿌리내린 시민계급·시민 공동체와, 아직도 남아 있는 ‘백성’들 사이의 충돌이다. 스스로 평등하고 동등한 시민으로 자각한 사람들이 조직화되고 형성된 게 처음이다.

87년만 해도 양 김씨(김대중·김영삼)에 의한 정치적 리더십이 먼저였다. 지금은 아니다. 시민들이 어떤 사람을 호명한 게 아니다. 시민들의 이니셔티브(주도권)에 의해 호명된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 처음이다. 한국 사회에서 시민이라는 것이 완전히 뿌리내렸다는 걸 증명해주는 사건이다. 아직까지 남은 ‘백성’들, 일종의 패닉 상태에 빠진 심리적 동요가 탄핵 반대 데모로 나타나고 있다.

진보진영 ‘마음속 성조기’ 극복해야태극기뿐 아니라 성조기도 등장.

한국 사회의 본질을 드러낸 것이다. 자아 상실. 민중의 마음속에 아직 집단적 자기의식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한국인들이 스스로 자립적 네이션(겨레·민족)으로 생각하지 못했던 것의 반향, 흔적이다. 함석헌은 늘 말했다. ‘하나의 민족이 됩시다’라고. 우리가 자립적 주체라는 집단적 자각이 없으면 스스로 시민이 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자각이 없었다. 그게 탄핵 반대 집회의 성조기로, 부정적 단서로 나타나는 것이다.

성조기의 의미.

광장의 성조기만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 성조기’가 문제다. 진보진영 속 성조기가 더 문제다. 우파를 권력의 매판, 사대라고 한다면 좌파는 이론의 매판이었다. 성조기만 들지 않았다뿐 똑같다. 그래서 길이 없는 것이다. 우파는 애써 비판하지 않아도 ‘지는 해’에 지나지 않는다. 더 어려운 극복 대상은 진보진영 속 ‘이론의 성조기’다. 한국 사회에서 소비되는 이론이라는 게 미국을 통한, ‘제1세계’에서 공인된 것만 들어와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 이 상황에서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에 대해 제대로 말하는 사람이 누가 있나.

재벌 문제의 과제.

사외이사 추천권을 종업원들한테 줘야 한다. 재벌 해체하면 경영권 위협받는다는 말을 계속 한다. 똑같은 레퍼토리다.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외이사 추천권을 종업원들한테 주는 게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도 안정적이다. 그러고 나서 법대로 경영하면 된다.

이재용 구속.

재벌은 해체돼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재편돼야 한다. 앞으로 5년이 과도기라고 생각한다. 야당이 집권해도 대중은 엄청 실망할 것이다. 지금의 정치인들한테 기대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방침 없이 엉거주춤할 것이고, 문제 해결을 못하면 뒤죽박죽이 될 것이다. 무너진 재벌 경제를 인공호흡한다고 살아나지 않는다. 안팎의 환경이 불가능하다. 자유로운 중소 경제 주체들이 자발성·창의성·혁신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런데 재벌은 기득권 지키려고 발목을 잡을 것이고, 시민들은 5년 동안 또 실망할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게 우리 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인지 물어야 한다. 마음속 이론의 성조기를 빨리 내려놓아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사회에 적합한 새 이론들이 백가쟁명으로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희망,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그게 앞으로 5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낙관적이다.

평범한 청년들의 자기 조직화
박승화 기자

박승화 기자

낙관의 근거는.

결국 대중의 요구에 의해 바뀐다. ‘서양 이론 이제 필요 없다’, 이렇게 사람들이 묻기 시작할 것이다. 문재인, 안희정, 안철수…. 뭔지도 모를 좋은 이야기만 한다. 그런 시대는 이제 지났다. 재벌 문제가 우리 시대의 가장 절박한 화두다. 재벌 중심의 동원경제 시스템, 저임금으로 노동력 착취해서 저가의 상품 팔아먹는 시스템 말고 우리가 갈 길은 무엇이냐. 사람들이 물을 것이다. 공정성·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조직 원리가 무엇인지 말해달라고 할 것이다. 앞으로 5년, 굉장히 힘든 터널을 통과하겠지만 거기서 미래의 새로운 기초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촛불민심은 적폐 청산.

박근혜·이재용만 과거 청산 대상이 아니라 기성세대 전체가 ‘적폐’다. 대학으로 치면 1970~80년대 학번들이 지금 한국 사회를 주무르고 있다. 서 있는 자리는 다르지만 똑같다. 그게 문재인이고 안희정이다. ‘미안하지만, 이제 그만 하시죠’라고 해야 한다.

넓은 의미의 진보진영도 마찬가지다. 진보적 시민사회단체 또한 그렇다. 누구든 ‘박근혜 없는 세상이니까 다시 우리가 주인이야’라고 말하면 그건 실수하는 것이다. 우리도 20대에 시작했다. 지금 20대가 새로 시작하게 비켜주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할 일이다. 정치인, 노조, 시민사회단체, 학계…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이론적 지침을 주었는가. 그냥 걸림돌이 될 뿐이다.


“이제 청년 세대가 정치적 실천을 할 것이다. 이것은 굳건하다.”
20대라는 건 넓게 보면 청년 세대.

기성세대 전체가 심판받을 것이다. 우리 세대는 고갈되었다. 우리 세대의 운동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재벌 시대만 동원이었나. ‘운동’은 동원 아니었나. 그래서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았다. 지금 젊은 세대가 학생운동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왜 나이 오십, 육십이 넘어서 또 하려고 하는가. 제발 자신의 무능과 한계를 알고 나서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청년 세대, 사회경제적으로 어렵다.

일제강점기에 교육받은 사람들은 지사적 마음을 안 가질 수 없었다. 해방 후에도 같다. 독재에 신음하면서, 배운 사람들에게 요구된 게 지사적 사명감이었다. 지금 시대는 사명감이 없는 시대다. 나쁘게 말하면 ‘소시민 세대’, 나만 알고 큰 세대다. 그런데 갑자기 정치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나도 역사에 뛰어들어야 하나? 근데 알바하기 바쁜데….’ 이게 역설적으로 더 좋은 것이다.

알바하면서 촛불 들면 어떤가. 알바하면서 지역에서 정당 만들면 안 되나. 이게 정상이다. 엄청나게 자기희생을 해야 하는 정치적 활동이 아니다. 알바하면서 정치적 삶을 사는 것이다. 나는 아주 좋은 일이라고 본다.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각성돼 있다. 지금처럼 각성돼 있으면 되는 것이다.

국회 자진 해산하고 총선 다시 치러야평범하다는 것.

이제 청년 세대가 그 조건 속에서 가능한 정치적 실천을 할 것이다. 이것은 굳건할 거다. 지사적 자기희생만이 정치적 실천은 아니다. 그것은 비정상적 상황이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비정상적 상황에서 살았다. 의병, 독립운동, 반독재 투쟁 모두 자기 인생을 걸어야 했다.

이제 비로소 안정적, 정상적 궤도의 정치적 실천이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정치적 실천에서 사회경제적 조건은 중요한 게 아니다. 일상에서 작은 관심, 이게 세상을 바꾼다. 촛불이 진화하는 것이다. 지사 또는 전위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자기 조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학생운동의 르네상스가 올 것이다.

세월호 세대.

세월호가 모든 것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 중고등학생들이 나랏일로 광장에 나온 게 4·19혁명 이후 처음이다. 2002년 미선·효순 사건과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때도 있었고 지금은 보편화된 것이다. 이 나라 봉기의 문법은 언제나 학생들이 먼저 시작하는 것이다. 중고등학생, 대학생, 교수 순이다. 이게 끊어졌다가 다시 복원됐다. 이것은 단단하다. 우발적인 게 아니다. 그들을 뒤따라가는 게 정치인들이다. 그래서 그만하라는 것이다.

조만간 탄핵심판 결정.

“자진해서 국회 해산해야 한다. 대통령이 탄핵될 정도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국회는, 야당은 책임 없는가. 그렇게 막 넘어가도 되는가.”

탄핵이 인용되면 정치권 또한 심판받았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마치 박근혜만 문제인 것처럼 그 자리에 왜 앉아 있나.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묻고 싶다. 고작 한다는 말이, 누가 대통령이 돼도 여소야대니까 협치해야, 연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해답이 틀렸다.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나. 총선을 다시 해야 한다. 자진해서 국회 해산해야 한다. 대통령이 탄핵될 정도로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국회는, 야당은 책임 없는가. 그렇게 막 넘어가도 되는가. 떳떳하게 재심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새 출발 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고 어떻게 정상적으로 국정 수행이 되나.

선거운동·언론 보도, 과거와 똑같다.

시민 주권은 시민의 일반의지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반의지가 제도권 정치와의 괴리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시민 주권을 말할 때 직접민주주의적 실천을 염두에 두지만, 실은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의제를 올바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총선을 다시 하라는 것이다. 시민의 권리가 온전히 정치권력으로 매개되기 위해 필요한 건 단 하나, 정당뿐이다. 우리나라에는 정당이 없다. 그래서 생긴 문제다.

최장집 교수도 정당을 강조.

최 교수는 기존 정당 테두리 내에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나는 그 말이 아니다. 본래성에 맞는 정당이 지금 하나도 없다고 본다. 재벌이 해체돼야 하는 것처럼 기존 정당도 빨리 해체돼야 한다. 어떻게 하면 현대 민주주의국가에 어울리는 새 정당을 만드느냐가 새로운 과제다. 결국 철학이 문제다. 정당이 있으려면 철학이 있어야 한다.

밑으로부터 온전한 정당 만들어야광장 촛불이 조직화 에너지.

에너지가 있어도 조직화되지 않으면 운동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봄이 되면 바뀔 것이라고 본다. 학생운동 조직에서 시작해 하나둘씩 퍼져나갈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 조직, 생산협동조합도 가능할 것이다. 모든 게 하나씩 둘씩 생길 것이다.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조직되지 않으면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정당이 마지막 조직.

국가 전체로서의 개조, 재구성을 위한 마지막 주체가 결국 정당일 수밖에 없다. 위로부터 동원되는 게 아니라 밑으로부터 형성돼야 한다. 완결점은 자발적인 정당이다. 이제 그것을 고민할 때다. 자발적, 주체적 개인들에게 응집력을 주는 게 철학이고 이념이다. 교양 수준에서 필요한 게 아니라, 조직 수준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게 철학이다. 사람이 모이면 백인백색이다. 하나로 모이게 해주는 게 철학이다.

우리들 시민의 과제는.

새로운 조직화가 우리의 과제다. 운동이 새로 일어나려면 주체가 형성돼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이 지속적 운동의 주체일 수는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운동의 주체가 형성돼야 한다. 학생 조직이 만들어지는 게 처음일 것이라고 본다. 지역 조직도 만들어질 수 있다. 시민들의 집단지성, 집단적 지혜로부터 생성돼야 한다. 누구에 의해 동원되는 조직화가 아닌 자발적 조직화, 이게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난해 6월 김상봉 교수는 말했다. “민중은 언제나 세상을 바꿔왔다. 기존 것을 전복해왔다. 지난 4월 총선이 전조였다.” 김 교수의 철학을 일러 ‘만남의 철학’이라고 한다. 그는 청년들이 뜻을 지닌 주체·주인이 되어 만날 것이라 전망한다. 그가 강조한 조직화란 결국 만남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주체-만남-공동체로 이어지는 ‘사유의 삼각형’에서 김 교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걸었다.

제주=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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