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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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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월 135만원 지급 ‘카운트다운’

스토리펀딩 1차 목표금액 1천만원 달성

11월 중 지급 대상자 추첨, 2차 펀딩은 쭉 이어집니다~
등록 2016-11-08 13:27 수정 2020-05-02 19:28
지난 10월8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건물에서 열린 녹색당의 ‘기본소득 의제 모임’ 총회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기본소득 녹색화폐’ 40만원을 나눠주고 책, 옷, 엽서 등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최근 기본소득과 관련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지난 10월8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건물에서 열린 녹색당의 ‘기본소득 의제 모임’ 총회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기본소득 녹색화폐’ 40만원을 나눠주고 책, 옷, 엽서 등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최근 기본소득과 관련해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의 ‘월 135만원 기본소득 받으실래요?’ 카카오 스토리펀딩( storyfunding.daum.net/project/9578)이 1차 목표금액인 1천만원을 달성했다. 앞으로 6개월 동안 1명에게 월 135만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할 종잣돈이 모인 셈이다. 지난 10월19일 656번째 후원금이 펀딩되면서 펀딩 목표금액 달성률은 100%를 넘어섰다. 9월19일 스토리펀딩을 시작한 지 딱 한 달 만의 일이다.

11월3일 현재 후원금액은 1083만3267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후원 행진이 다소 주춤해졌지만, 모두 696명의 후원자(후원 건수로는 726건)가 한국 사회에서 처음 기본소득을 실험하는 프로젝트에 뜻을 모아주었다.

현재 추첨 확률은 139분의 1

은 기본소득 첫 번째 대상자를 11월 중에 선정할 예정이다. 공개 추첨이며, 추첨 날짜와 구체적인 행사 내용은 조만간 다시 공지할 예정이다.

선정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스토리펀딩 후원자 가운데 응모지원서를 작성한 후원자에 한해 추첨한다. 후원자 중에서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뜻으로 후원금을 냈을 뿐, 나는 기본소득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밝혀온 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후원금을 냈지만 아직 응모지원서를 쓰지 않은 후원자는 11월11일(금)까지 스토리펀딩 홈페이지에서 ‘월 135만원 기본소득 받으실래요?’ 페이지를 찾아 ‘파티’란에서 양식에 맞춰 지원서를 작성해야 한다.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한다면 실명 대신 별명으로 작성할 수 있다. 중복 지원자는 걸러낼 예정이므로 여러 차례 지원서를 올려도 당첨 확률은 높아지지 않는다.

둘째, 그동안 예고한 대로 1차 지급 대상자는 만 18~34살 청년(1982~1998년 출생자) 가운데 뽑는다. 지원자가 지원서에 작성한 나이를 기준으로 한다. 단, 응모지원서에 적은 신상정보(특히 나이)가 실제와 다를 경우 최종 지급 대상자에서 탈락하게 된다.

11월3일 기준 모두 227명이 응모지원서를 작성했고, 이 가운데 만 18~34살에 해당하는 지원자는 139명이다. 기본소득 1차 지급 대상자가 될 확률이 139분의 1인 셈이다. 응모지원서 최종 마감이 11월11일이기 때문에 경쟁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후원자가 남긴 응모지원서에는 기본소득을 원하는 절박한 이유, 그동안 가슴속에만 묻어두었던 꿈과 희망 등의 사연이 가득했다. 그 가운데 일부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 1차 지급 대상자 추첨에 앞서, 응모지원서를 작성한 후원자 가운데 몇 명을 만나 인터뷰할 예정이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서 커뮤니티 밥집을 운영하는 24살 남성.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시골에서 청년으로 살아가며 지역 청소년들과 만나고, 지역 어른들과 만나며 청년들의 지속 가능한 시골살이에 대한 모색을 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하며 가장 힘든 것은 기본적인 생계 유지를 위한 돈 버는 일과의 양립입니다. 기본소득을 받게 된다면 생계에 대한 불안을 잠시 내려놓고 청년들의 지속 가능한 시골살이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고시 3년차 서울에 사는 28살 여성. 현재 통장 잔고 8만7352원으로 12일을 버텨야 합니다. 스타벅스 커피는 제게 사치죠. 매달 135만원이라는 돈이 통장에 쌓여 있다는 생각만으로 어깨가 펴집니다. 나이 많은 딸 용돈 챙겨주면서 되레 제 눈치 보는 부모님 맘도 편안해지실 테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 스터디룸 대여료도 제가 대신 내주고 싶고요, 제값 주고 책 사기 아까워 복사하면서 낑낑대는 일도 없을 테고요. 그냥 남들처럼 걱정 없이 맘 편히 공부만 하고 싶어요.”
“27살 활동가. 지금 하는 일을 더 즐기며 하고 싶다. 생계에 쫓긴다는 느낌을 받지 않고. 친구를 만나고 싶다. 오늘 만나면 얼마나 쓸까 걱정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지지하고 싶다. 소신 있는 언론, 재밌게 사회를 바꾸는 크라우드펀딩, 내 주변에 재정적으로 도움이 필요할 때 선뜻 줄 수 있는 여유. 마음의 여유를 갖고 싶다. 생존에 몰려 이기가 아닌 이타-주변을 좀 둘러보며 걷는 여유. 여행하고 싶다. 새로운 것을 보며 고정관념에 갇힌 나를 깨고 다른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이렇게 지원서를 작성한 후원자 가운데 최종 지급 대상자로 선정된 1명에게는 이르면 12월 초께 기본소득 월 135만원이 지급된다. 그 뒤 6개월 동안 다달이 기본소득을 지급받는다.

은 기본소득을 받은 이후 그의 삶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추적보도할 계획이다. 기본소득 월 135만원이 보장됨으로써, 아르바이트 시간이 얼마나 줄어들고 여유 시간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또 일상생활에서의 소비나 관계맺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등을 주목해보려 한다. 최종 지급 대상자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침해당하거나, 행동 반경 또는 인생의 선택지가 위축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해 추적보도하겠다.

기본소득 지급을 애타게 기다렸던 후원자들이 첫 번째 지급 대상자가 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기 바란다. 펀딩은 계속되기 때문이다. 2차 목표금액인 2천만원이 달성되면 두 번째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를 뽑을 예정이다.

독일에선 이처럼 후원금액이 누적되면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63명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이 진행 중인 크라우드펀딩의 기본소득 실험과 비슷한 프로젝트(독일 ‘나의 기본소득’ 프로젝트 홈페이지 mein-grundeinkommen.de/start 참조)이다. 관심과 후원이 많아질수록, 기본소득 실험 범위도 넓어진다.

응모지원서는 한 번만 작성하면, 기본소득 스토리펀딩이 진행되는 동안 계속 유효하다. 1차 지급 대상자 추첨 때 탈락한 후원자는 2차 지급 대상자 추첨에 자동 응모되는 방식이다.

정치권·학계에서도 기본소득 관심 높아져

2차 지급 대상자를 어떤 기준으로 뽑을지는 기본소득에 관심 있는 학자들과 함께 고민 중이다. 정치권에서 ‘청년 기본소득’ 논의가 막 시작되는 만큼 2차에도 청년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게 좋을지, 예술가나 농민 등 기본소득이 절실한 또 다른 집단을 추첨 대상으로 정하는 게 적당할지, 아니면 ‘누구나 기본소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기본소득의 보편성 원칙에 걸맞게 후원자 모두를 대상으로 할지 등을 고심하고 있다.

이 기본소득 스토리펀딩을 시작한 것에 때맞춰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부쩍 활발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정의당 심상정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내년 대선에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겠다고 밝혔고, 그동안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해온 녹색당과 노동당은 기본소득(청년배당) 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주민발의 운동 등을 펼칠 준비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이후 스토리펀딩 기사에선 이런 여러 움직임과 기본소득을 둘러싼 논쟁도 소개할 계획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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