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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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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구무언입니다, 도와주세요”

생계형 체납자들의 하소연
등록 2016-07-13 07:53 수정 2020-05-02 19:28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 상담센터’( healthforall.or.kr)에 5월9일~7월5일 접수된 사연들 가운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상담센터는 건강세상네트워크와 주빌리은행이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체납보험료를 탕감해주면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한 달에 몇만원 마련하기 버거운 이가 너무나 많습니다. 180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눈물 없이, 고통 없이 그들의 사연을 듣고 보기가 힘듭니다. 돈이 없어 벌어진 건강보험료 체납이 결코 범죄가 될 수는 없습니다. ‘체온 있는 건강보험’을 바라는 이유입니다.

“나 하나 아파 잘못되면 가족에게 돌아갈 경제적 부담감을 생각하니 많이 괴롭고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인지라, 최근에 두 번 정도 쓰러진 적이 있었는데 병원에 가지 못했습니다. 많이 두렵더군요. 도와주세요.”(30대 한부모가정 여성)

“현재 남아 있는 체납보험료로 인해 어려움이 발생할 것 같아 조심스럽게 상담을 신청합니다. 가끔 고등학생인 딸아이와 중학교 3학년 아들 녀석이 통닭을 사달라 하는데 호주머니에 통닭 사줄 돈이 없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파오면서, 고민과 번민을 해가면서 반드시 정규직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하면서 취업의 장을 두드렸는데….”(50대 남성)

“2013년부터 체납금 400만원이 넘는 금액을 분할 납부 신청을 했으나, 중도에 힘들어 다시 체납하고, 2014년 12월 제가 암선고를 받고 2015년 2월 수술을 받으려면 압류랑 체납 중 100만원을 입금해야 한다고 했어요. 사정사정을 해도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해서, 결국 빌려서 입금했고, 다시 분할 신청 후 매달 납부해 현재 170만원이 남아 있고 두 달을 또 밀린 상태예요. 앞으로 17만원씩 10회 남아 있어요. 제 몸 상태도 안 좋아서 4월 중순부터 일도 못했어요.”(40대 한부모가정 여성, 남편과 사별)

“장애인 되신 어머니 모시고 살면서 공무원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돼 떳떳하게 의료보험 내면서 살고 싶습니다. 여러 번 공단에 전화해 사정을 말해도 ‘안 된다’는 말만 하고, 체납금은 누적돼 늘어만 가니 한숨만 나옵니다.”(30대 남성)

“통장은 벌써 차압이 들어왔고 언제 갑자기 병원을 못 가게 될지 겁나요. 일하고 싶어도 천식 때문에 조금만 무리하고 날씨에 영향받으면 입원하고 병원 치료를 한 달 정도 받으니 항상 아르바이트도 해고당해요. 나이도 어린데 나중에 병원 치료를 못 받을까 겁나요.”(20대 여성)

“유구무언입니다. 대다수 국민이 이행하는 의무를 이행치 못하는 제 자신이 창피할 따름입니다. 변명이나마 한다면 사업 실패 후 고정적인, 안정된 직업이 없었기에 체납이 되었습니다.”(50대 남성)

“아버지를 모시고 무허가 주택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습니다. 나이도 있으시고 몸도 안 좋으시고 알코올의존증으로 주로 집에 계시기 때문에 일하실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저도 학자금 대출을 갚으며 하루하루 살다보니 보험료 체납이 이렇게 된 줄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신용유의자가 돼 있었고 제 이름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30대 여성)

“근근이 알바 등으로 살아가는 터인데 건강보험료 내는 것이 너무 부담돼 납부 못한 지 벌써 몇 년째입니다. 아파도 병원조차 가질 못했어요. 매번 민간요법이나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는 것이 다였습니다. 조금씩 나름 비상금이라고 모은 통장마저 압류됐다고 연락 오는 지경까지 왔네요.”(30대 여성)

※ 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스토리펀딩’에 생계형 건강보험료 체납 제도의 개선을 위한 기사를 연재합니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인 독자 여러분의 후원금 대부분은 건강보험료 지원사업을 펴는 아름다운재단에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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