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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은 있어도 전직은 없다”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 이재경 교수 인터뷰… “기자직에 대한 충성심을 만들어줘”
등록 2015-06-03 02:51 수정 2020-05-03 00:54

이재경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프런티어저널리즘스쿨(FJS)을 이끌고 있다. FJS는 2013년부터 SBS문화재단이 공동운영을 맡으면서 100만~120만원이던 6개월 수강료를 전액 무료로 바꾸고 교육기간도 1년으로 늘렸다. 5월4일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이 교수를 만났다.
이 교수는 1995년 이화여대에 부임하기 전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연구위원으로 있던 시절을 회고했다. “정부가 주도하고 언론계와 협력하는 당시 유럽식 저널리즘 스쿨 모델을 본떠서 재단이 주도하는 스쿨 설립 제안서를 만든 적이 있어요.” 그러나 대학 설립 규정을 충족시켜야 하는 조건 때문에 쉽지 않았다. 결국 학교 대신 ‘아카데미’라도 만들자고 해서 ‘예비 언론인 과정’을 재단에 개설했는데, 정권에 따라 강사진이 들쭉날쭉 바뀌었다. 언론재단 아카데미의 커리큘럼도 엉망이 됐다.
“그러지 말고 우리가 직접 해보자고 뭉친 교수들끼리 FJS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스쿨이 개설된 곳은 (이화)여대지만 남성들도 예비 언론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고 처음부터 비학위 과정으로 개설했습니다.”

류우종 기자

류우종 기자

학생 선발 과정에서 어떤 점을 주요하게 보나.

원칙적으론 (선발)시험에 반대하지만 정원을 넘는 학생들이 몰리니까 면접만으로 안 되겠더라. 유료일 땐 3배수 정도 몰렸는데 무료가 되니까 (정원의) 10배가 넘는 학생들이 응시한다.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논술을 도입했다. 그런데 지금 교육한 지 넉 달 지나고 선생들이 한목소리로 얘기하는 게, 논술은 변별력이 없다는 거다. 팩트를 다루는 능력과 거리가 있으니까. 잠재력이 있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는데 자기소개서조차 ‘정답’을 잘 쓰는 사람들이 있어서 고민이다.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다고 판단하나.

FJS는 튜토리얼(tutorial·개별지도)식으로 교수 1명당 학생 7명가량을 맡아서 밀착 첨삭 교육을 한다. 학생들은 취재, 기사 작성에 이어 에 기사를 게재해 수용자 반응을 보기까지, (기자 실무의) 프로세스를 경험하게 된다. 그게 나름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 같다. 우리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기자가 된 사람들 중에는 중간에 그만둔 사람이 아주 적다. 이직자는 있어도 전직자는 몇 명 안 된다. 경험 없이 입사하는 사람과 달리 기자직에 대한 충성심을 좀더 만들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FJS 프로그램 중간에 자신은 기자직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관두는 사람은 매해 한 사람씩 나온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을 하다가 관두는 건 계속 언론고시를 치다가 관두는 것보단 낫다고 본다.

보완해야 할 점은.

기사를 쓰지 않거나 취재를 안 하고 기사를 쓰는 등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 그래서 올해부터 수강료가 전액 무료가 되면서 탈락제를 도입했다. 덕분인지 (언론사) 합격률이 꽤 높다. 근데 학생들이 정말 바쁘다. 학업, 인턴, 알바 등을 병행한다. 학생들을 풀타임으로 붙잡아서 제대로 교육하는 것에 장애 요인이 된다.

FJS의 미래 계획이 궁금하다. 어떤 변화를 바라나.

한국에서 기자를 만들어내는 공식화된 인프라, 토대가 되고 싶다. 그런데 여대가 갖는 특성도 있고 해서 정규 과정으로 만드는 데는 장애물이 있다. 꼭 석사과정이 아니더라도 디플로마 과정으로 지금보다 더 틀을 갖추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교수도 채용하고 학생도 풀타임으로 배울 수 있도록. 그러면 지금보다 더 훈련된 학생들을 내보낼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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