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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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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사치품, 세금을 매기자?

반려동물 사치품 취급해 치료비에 부가세 매기는 법안 시행…반려동물 키우는 대다수 저소득층에게 가족같은 동물을 버리란 말인가
등록 2011-06-23 07:57 수정 2020-05-02 19:26
» 경기 평택 시립팽성남산어린이집의 반려견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장애인 도우미견 가을이. 동물보호단체들은 이제 한국 사회가 동물과 교감하는 방향을 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겨레21 김경호

» 경기 평택 시립팽성남산어린이집의 반려견 프로그램에 참가한 어린이들과 장애인 도우미견 가을이. 동물보호단체들은 이제 한국 사회가 동물과 교감하는 방향을 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겨레21 김경호

“너는 이제 우리 가족이다.”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뜨지는 말아다오.”

그러나 사람의 약속은 돈 때문에 무너진다. 서울 뉴타운으로 집이 헐린 자리에 남겨진 개들은 짖지 않았다. 바람이 불라치면 약한 것들은 회오리친다. 전세난이 심각했던 지난 2월, 서울의 한 동물병원 문 앞엔 자고 나면 버려진 개들을 담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한 가족이 경제위기를 겪을 때 반려동물과의 관계가 가장 먼저 흔들린다. 한국 사회가 다른 종들과 반려할 채비가 되었는지 알려주는 척도도 역시 돈이다.

필수냐 사치냐, 세금 논쟁

올여름 한국의 반려 척도는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6월16일 경기 정부과천청사를 찾은 동물보호단체와 대한수의사회 회원들은 언성을 높였다. ‘반려동물 진료비에 부가가치세 10%를 부과한다’는 기획재정부안이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7월1일부터 성인 대상 학원, 미용성형 수술비와 함께 인간의 질병 치료와 관련 없는 수의사의 동물 진료에 부가세 면제가 취소될 예정이다. 동물보호단체와 대한수의사회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도 반려동물 가구의 절대다수가 진료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부가세를 더하겠다는 발상은 부자 감세로 인한 세수 악화를 서민 증세로 메우려는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따졌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김형돈 재산소비세정책관은 “2009년부터 이미 시행 예고됐고 국회 논의도 거쳤고 부가가치세 세원을 확대하려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기에 철회는 못한다”면서도 “다시 국회로 넘어갔으니 일단 국회 의견을 들어봐야겠다”고 말했다.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는 얘기는, 5월23일 “치료 목적의 동물 진료는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민주당 이낙연 의원 등 여야 의원 23명이 개정법안을 발의한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개정법안은 6월20일 열릴 조세소위를 기다리고 있다. 6월21일에는 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32개 시민단체가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부가세 철회를 위한 시민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앞서 6월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 “미용성형 부가세에 준하는 반려동물 부가세 징수는 애완동물이 일종의 사치품이라는 편견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다. 기획재정부 담당 사무관은 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렇게 말한다면 외모 때문에 취업을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성형도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라며 “과세 대상을 형평화하자는 취지일 뿐”이라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저소득층에게 그나마 정서적 위안을 주는 존재에까지 (부가세) 10%를 더 부과해야 하나. 이 때문에 유기동물이 늘어난다면 시민 후원으로 운영하는 시민단체가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되고 결국 세금 걷어서 시민 부담 늘리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양쪽의 의견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다.

반려동물을 둘러싼 세금 논쟁이 공공진료를 무시한 ‘서민 증세’라는 비판으로 확대되는 이유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400만 가구 중 절대다수가 중·저소득 계층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자료를 근거로 “사육 가구의 72%가 월소득 400만원 이하의 서민이고, 그중 32%가 독거노인·소외계층이 포함된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이라고 밝했다. 서울시수의사회 손은필 회장은 “반려동물 진료비 부가가치세 문제는 정부의 의지와 무관하게 ‘정치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며 “간접세를 꾸준하게 늘려 저소득층에 더 많은 부담을 지워온 현 정부 조세정책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비슷한 논쟁이 3년 전 미국에서도 있었다.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영화배우 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당선된 직후 주정부는 112억달러의 적자를 해결하려고 수의진료 과세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 수의사회와 시민들은 생명을 다루는 반려동물 진료를 가구나 가전제품 수리, 놀이공원 요금과 같은 서비스로 취급했다며 항의했다. 반려동물 치료는 공공진료 영역이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저소득층 동물 소유자에게 큰 짐을 지울 것이라는 이유로 캘리포니아주 과세안은 철회됐다. 한국에서 정부가 반려동물을 성형이나 유흥주점과 함께 부과세 확대 대상으로 정한 게 반발을 부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유기를 늘려 세금 낭비”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2011년 반려동물 병원의 연간 매출액은 1271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기획재정부는 부가세가 시행되면 1년에 130억원의 세수가 늘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대한수의사회는 실제 세수는 연간 70억원에 불과한 반면에 유기동물 처리 비용만 82억원이 들어가는 한국 사회에서는 효과가 미미한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부가세로 서민 가구의 경제적 부담이 늘면 유기동물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다. 진료 비용이 늘어날 경우 저소득층은 병든 반려동물을 치료하기보다 버리는 쪽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높으리라고 동물보호단체들은 우려한다.

» 반려견을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은 김수덕 할머니. 장애5급인 김 할머니는 아파도 ‘돈’이 아까워 제때 병원을 다니지 못한다. 김 할머니는 “동물 진료비가 오른다면 대책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겨레21 김경호

» 반려견을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은 김수덕 할머니. 장애5급인 김 할머니는 아파도 ‘돈’이 아까워 제때 병원을 다니지 못한다. 김 할머니는 “동물 진료비가 오른다면 대책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겨레21 김경호

2010년 갤럽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들은 반려동물 한 마리를 키우는 데 월평균 6만1200원을 쓴다. 사료비와 병원비, 미용비가 포함된 가격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견종인 몰티즈 한 마리를 ‘합법적으로’ 키우려면 우선 지방자치단체에 반려견으로 등록해야 한다. 수수료를 받는 곳도, 받지 않는 곳도 있다. 평균수명인 12살까지 키운다면 20만원의 입양 비용을 포함해 평생 100만원 정도를 반려동물을 위해 쓴다. 한국의 개는 동물보호법으론 “포획하여 판매하거나 죽여서는 안 되는” 보호 대상이지만, 민법에 따르면 물건일 뿐이다. 현행법은 반려견이 죽으면 생활폐기물로 분류하도록 하고 있다. 폐기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합법’이다. 그냥 땅에 묻거나 하면 불법이다. 더불어 살아온 주인이 그렇게 보내기가 마음 아파서 동물 화장터를 택한다면 15만원이 든다. 한국에서 반려견을 반려견답게 키우려면 적어도 115만원 넘게 돈을 들여야 하는 셈이다. 개 한 마리를 키우는 데 미국에서 한국 돈으로 월평균 12만7천원, 영국에서 38만4천원, 캐나다는 10만원, 오스트레일리아는 16만9천원 정도를 쓴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비용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진료비 부가세를 시행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진료비도 훨씬 높다. 문제는 다른 나라에는 반려동물이 다치거나 병들었을 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진료 비용을 감당할 정책이 있다는 점이다. 동물등록제를 근거로 유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보호단체가 진료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지금 반려견들은 주인의 노령화에 맞춰 연장된 삶을 산다. 덕분에 당뇨병·심장병 등 짊어져야 할 병도 늘었다. 매주 2만원짜리 인슐린을 달고 사는 반려견도 있다. 교통사고는 치명타다. 골절로 수술을 받으면 150만~200만원은 기본이다. 이때 많은 주인들은 눈물을 머금고 반려동물과의 인연을 청산하는 쪽을 택한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에서 일하는 심샛별씨는 “우리나라 유기동물의 50%는 병들거나 다친 동물이지만 외국에선 그렇지 않다”고 전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8년 동안 시민단체 활동을 해온 그의 말을 들어보면 남아공에서는 SPCA라는 단체를 비롯해 동네마다 동물보호단체가 촘촘히 조직돼 있다. 반려동물이 병들거나 다쳤는데 치료를 할 수 없는 저소득층 주인이 이곳을 찾으면 치료비를 도와준다. 입양 절차도 엄격해서 사육할 공간이 있는지, 주인이 폭력 성향이 없는지, 월 5만~6만원인 진료·양육비를 감당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를 증명해야 반려견을 들일 수 있다. 남아공에서도 서민들이 개를 많이 키우지만 훈련학교는 필수다. 씻기거나 미용하는 데는 한국보다 투자를 덜하지만 공존을 위한 채비는 단단히 시킨다. 그는 “치안과 복지가 열악한 남아공의 개들이 한국의 개들보다 훨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도 했다.

» 가난한 사람들도 개를 키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동물·환경 보호단체들의 요구로 국회가 뜨겁다. 한국 사회는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장애인도우미견협회와 경기 평택 시립팽성남산어린이집은 동물과의 교감 프로그램을 실험 중이다. 동물 및 자연과 교감하는 감수성을 키우려는 뜻이 담겨 있다. 한겨레21 김경호

» 가난한 사람들도 개를 키울 수 있도록 해달라는 동물·환경 보호단체들의 요구로 국회가 뜨겁다. 한국 사회는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장애인도우미견협회와 경기 평택 시립팽성남산어린이집은 동물과의 교감 프로그램을 실험 중이다. 동물 및 자연과 교감하는 감수성을 키우려는 뜻이 담겨 있다. 한겨레21 김경호

“강남보다 강북이 동물보험 더 가입”

반려동물은 주인의 운명을 따른다. 사람의 노후와 질병 치료도 불안한 한국에서 병들고 나이 든 반려동물은 벼랑 끝 존재다. 동물보험이 있지만 실적은 몹시 저조하다. 삼성화재·LIG 2곳이 동물보험을 판매하다 워낙 가입률이 낮아 중단한 상태다. 몰티즈를 기준으로 보험료를 책정해보니 1년에 24만원 정도를 내야 하는데 선뜻 가입하기 어려운 액수인 탓이다. 그런데 LIG 동물보험상품 담당자 신현신씨의 전언은 예상 밖이다. 신씨는 “강남보다는 강북이, 분당보다는 성남이 가입률이 높다”며 “동물보험은 집값이 싼 지역에서 더 많이 가입한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에서 동물보험 가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구로구였다. 가입 대상도 비교적 흔한 시추종이 1위였다. 서울 강남 3구 가입자를 합쳐도 구로구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족보도 없는 잡종견을 보험에 드는 사람들이 값비싼 맬러뮤트나 테리어종보다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단서가 있다.

경기 부천에 사는 천복수(71·가명) 할아버지가 키우던 요크셔테리어는 지나가던 자동차에 치였다. 골반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입원시키고 수술하려면 350만원이 든다고 했다. 운전자 과실이라 자동차 보험회사가 책임져야 했다. 보험사는 대물배상 기준을 적용했다. 보험사는 같은 요크셔테리어종 몸값을 고려해 60만원까지 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못 준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유일한 수입원인 택배 돕는 일도 뒷전으로 하고 농림수산식품부에 진정을 내고 3개월을 싸웠다. “딴 사람들은 고쳐도 개 구실을 못할 수 있으니까 그냥 포기하고 돈 받으라고 하데요. 어떻게 그럽니까. 눈을 말똥말똥 뜨고 쳐다보는 저 생명을 어찌 내 손으로 눈을 감깁니까.” 나머지는 주인 돈으로 해결할 테니 수술비만이라도 달라고 버틴 끝에 6월15일 보험사가 손을 들었다.

외로운 사람들이 생명을 챙긴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 야옹동물병원에서 만난 김수덕(77) 할머니는 5살난 시추종인 해피가 피부병에 걸리자 무작정 동네 병원을 찾아 사정했다. 자존심을 버리기 쉽지 않았지만 월 10만원으로 사는 형편에 약값을 댈 수도, 밤새 긁는 걸 모른 척할 수도 없었다. 왜 그렇게 사랑하느냐고 물었더니 “아, 기자 양반도 혼자 지내봐. 종일맨키로 찾아오는 사람 없이 혼자여봐”라고 단박에 되받는다. 경기 고양시 삼송동에 사는 김평권(65·가명) 할아버지는 “남들이 개아범인 줄 여길까봐” 촬영을 거부했지만, 개를 가족처럼 살폈다. 김 할아버지는 몇 주 전 개 한 마리를 집에 데려왔다. 동네 리어카 장수가 데리고 다니던 개인데 그 양반이 사라지고 개가 어디선가 몹시 다쳐서 나타났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1만원어치씩 두어 번 약을 샀지만 낫지 않았다. 결국 동물보호단체의 문을 두드렸다. 일주일 생활비가 3만원인 처지에 약값을 감당할 수 없지만, 고칠 수만 있다면 키우고 싶다고 했다. 사회의 맨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밑바닥 존재를 각별히 거둔다.

온정주의 넘어 종의 공존으로

반려견은 어떤 사람에겐 분신이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박종관 사무국장은 “장애인 등 소외계층에게 반려견은 개 이상의 의미”라고 했다. 장애인은 자립을 목표로 살아간다. 혼자 냉장고를 못 열어 밥을 굶어도 구청 직원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다. 그럴 때 도우미견은 장애인이 자존감을 지키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유일한 친구다. 부가세 논쟁이 커지자 기획재정부는 “맹인 안내견 등 장애인 도우미견은 대책을 마련해보겠다”고 여지를 뒀다. 그런데 개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장애인만이 아니다. 학교폭력, 왕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마음의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도 개를 찾는다. 요즘 심리학에서는 동물과 접촉하고 관계를 주도하는 경험을 통해 마음의 문제를 극복하는 동물 매개 치료법이 한창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1987년 노인요양원에서 반려견 방문 프로그램 실험을 한 일이 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노인들은 평균 15~25번 반려견을 쓰다듬었다. 그만큼 노인들의 사회적 접촉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는 뜻이다(‘반려동물이 노인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한상원·국민대·2005).

반려동물은 어떤 사람에겐 각별한 친구다. 지난 6월9일 찾아간 경기 평택 시립 팽성남산어린이집에서도 반려견 방문 프로그램을 실험하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반려견들은 동물보호 영화 에 주연배우로 출연한 장애인도우미견협회에 소속된 사랑이와 하늘이다. 도우미견 훈련을 받은 이 개들은 아이들이 만지고 쫓아다녀도 흥분하거나 물지 않았다. 장애아·비장애아 통합형 어린이집인 이곳에 다니는 7살 지연(가명)이는 이날 처음으로 하늘이를 쓰다듬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자폐증을 앓는 지연이가 자신이 아닌 다른 대상에 자발적으로 다가서자 선생님들은 ‘사건’이라며 좋아했다. ADHD를 앓는 어린이들은 반려견과 놀며 집중력을 발휘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장애아가 아닌 어린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이집에 개를 데리고 오는 걸 꺼리는 부모도 있었다. 개를 때리고 못살게 구는 아이도 있었다. 그 아이는 “개도 우리처럼 맞으면 아픈 줄 몰랐다”고 했다. 돌봄과 공존의 경험이 흔적을 남겼다. 때리던 아이들은 개가 병이 날까봐 걱정하게 됐다.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던 한 어린이는 개를 산책시키며 성격이 바뀌었다고 했다.

“반려가족은 사회 민주화 척도”

반려견은 어떤 사람에겐 가족이다. 한국에서 개주인의 다수는 20~30대 여성이다. 201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서를 보면, 남자보다 여자의 비율이 5% 많고 그중 절반 이상이 20~30대다. 이들은 개나 고양이와 단지 가족처럼 살 뿐만 아니라 새로 생긴 가족을 위해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키운다. 동물보호를 위해 단체에 후원금을 내는 사람들을 보면 더욱 뚜렷하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후원회원 1089명 중 30대 여자가 366명이다. 남자 회원은 대부분 여자 회원의 손에 이끌려 가입한 이들이라고 한다. 동물사랑실천협회를 후원하는 정회원 3500명 중 50% 이상이 30대 여성이기도 하다. 예전엔 주로 아이들이 원해서 반려동물을 키웠다면, 지금은 30대 여성이 반려동물에 시간과 비용을 들인다. 여성문화 연구자인 임옥희씨는 ‘욕망의 민주화는 가족을 어떻게 변화시켰나’(당대비평·2008)라는 논문에서 “우리 사회는 혈연 가족을 대신할 수 있는 다양한 가족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다양한 방식의 혼성가족과 반려가족이야말로 사회 민주화의 척도”라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가 혈연 가족이 아닌 다양한 생활공동체도 가족으로 인정하고 제도로 품을 수 있을까.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2011년 부가세 논쟁은 그 먼 대장정의 첫 걸음을 될지도 모른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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