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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_제11회 손바닥문학상

영상 시대에도 글쓰기를 열망한다

다양한 글쓰기 강좌에 글쓰기 책 인기…
글쓰는 평범한 이들을 위한 손바닥문학상 이어져

제1282호
등록 : 2019-10-11 14:54 수정 : 2019-10-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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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동네책방 ‘지금의 세상’에서 ‘미룰 수 없는 글쓰기’ 강좌가 열렸다.
“글에 인물의 대사를 넣으면 생동감이 생겨요. 만질 수 없고 들리지 않는 평면적인 글이지만 대사가 들어가면 들리는 것 같고 보이는 것 같아요.”

10월8일 저녁 8시,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동네책방 ‘지금의 세상’. 에세이 <반려견과 산책하는 소소한 행복일기> 등을 쓴 최하나 작가가 여는 ‘미룰 수 없는 글쓰기’ 수업이 진행됐다. 20∼30대 남녀 7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출퇴근길이나 등굣길 등 자주 오가는 길에 관한 느낌을 적고 그걸 바탕으로 짧은 글을 썼다. 내 일상이 글이 된다는 콘셉트로 열리는 수업이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특별한 재주가 없어도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함께 글로 만들기 위해 마련했다. 최 작가는 수강생들이 쓴 글에 관한 느낌과 그 글의 장점을 이야기했다. “똑같은 길을 간다 해도 다 다르게 써요.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관심사에 따라 길이 다르게 보이거든요. 거기에서 자기만의 이야기가 나와요.”

한글날 연휴를 앞둔 황금 같은 저녁 시간, 이들은 왜 글쓰기 강좌를 들을까. 디자이너인 옥선경(28)씨는 그림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건 잘할 수 있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았단다. 힘겹고 어려운 글쓰기에 도움을 받으려고 강좌에 참석했단다. “내 일상에 관한 글을 쓰고 싶어요. 1년 뒤, 2년 뒤 내 모습은 바뀔 테니 지금의 나를 글로 남기고 싶어요.” 김미정(34·가명)씨 역시 나를 기록하는 글을 쓰고 싶단다. “12년 동안 하던 일을 그만두고 주부가 된 지 석 달 정도 됐어요. 요즘에 드는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을 글로 정리하고 싶어요.”

소셜네트워크 통해 글쓰기의 일상화

자신만 보는 휴대전화 메모장에 자기 감정을 적었던 주민수(31)씨는 다른 이들과 함께 글을 쓰려고 창작의 장으로 나왔다. “에스엔에스(SNS)에도 올리지 않고 나만 보는 메모장에 글을 썼어요. 그래야 솔직하게 쓸 수 있었거든요.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드러나는 글을 보여줘도 될까’ 걱정했어요. 이번에 내 글을 남들에게 보여줄 용기를 내서 수업에 참석했어요.”

‘미룰 수 없는 글쓰기’뿐 아니라 동네책방, 문화센터, 시민단체 등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글쓰기 강좌가 열리고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 <글쓰기 특강>,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등 글쓰기 책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등 영상을 통해 정보를 얻는 시대지만 글쓰기는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글쓰기가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글을 통해 자기 존재를 드러낼 기회가 늘고, 그런 자기 표현을 즐겨한다. 그러다 보니 ‘좋아요’ 클릭 수에 관심을 기울이는 20~30대들에게 글쓰기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온라인에 ‘브런치’ 등 다양한 글쓰기 플랫폼이 생기면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점도 글쓰기 열망을 키운다. 손바닥문학상 심사위원인 박수현 문학평론가는 “자기표현의 시대라 할 정도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많다”며 “문학상 등단을 거치지 않아도 작가가 될 수 있고 독립출판물을 펴내며 작가 이름을 다는 기회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디지털 영상 시대에도 아날로그 방식인 글쓰기는 나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대형 서점 매대에 진열된 글쓰기 관련 책들.

손바닥문학상이 10년 넘게 이어진 이유

관계 단절과 소외감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글쓰기는 타인과 연결되는 중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소설가 앤 라모트는 책 <쓰기의 감각>에서 “글쓰기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것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이라고 했다. 그것의 밑바닥에는 타인을 향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겨레21>이 주최하는 손바닥문학상은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 열망으로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응모자가 늘어 지난해에는 역대 가장 많은 302편이 접수됐다. 응모자들은 대부분 문학 비전공자이고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제10회 손바닥문학상 대상을 받은 최준영(필명)씨도 문학을 전공하지 않고 소설창작 강좌를 들으며 공모전을 준비했다. 이 수업을 함께 들은 이들과 글쓰기 모임을 꾸렸다.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그는 또 다른 글쓰는 사람들을 만나 창작자로 성장했다. “글을 쓰는 건 혼자 하는 거지만 자신이 쓴 글을 남들과 이야기하고 평가받는 작업, 합평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객관적으로 내 작품을 보는 눈이 생겨요. 자기 글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알 수도 있고요. 내 시선으로 본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요.”

제1회 손바닥문학상 대상을 받은 신수원씨는 이제 글을 쓰려는 이들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평생교육센터, 문화센터 등에서 ‘치유의 글쓰기’ 강의를 한다. 신씨는 “글쓰기 수업에 오는 분들은 30∼50대 여성분이 가장 많다”며 “마치 지천에 깔린 잡초처럼 다들 좋은 글감을 갖고 있다”고 했다. 거대 서사가 아닌 작은 서사가 주목받는 시대에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는 특별하다. 각자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은 누구나 글감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의 생각을 글로 드러내는 일을 부끄러워하고 조심스러워한단다. 하지만 막상 글쓰기를 하면서 변하는 이들을 본다. 신씨는 “어디에나 글을 쓸 수 있지만 정작 본인 가슴속 깊은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장은 드물어요. 그것을 한번 글로 풀어냈을 때 홀가분한 느낌, 그게 바로 치유예요”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면 내가 글을 쓰는 시간이 위안의 시간이 된다고 한다.

“이야기는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퍼진다”

글쓰기를 하면 자신의 진짜 마음을 들여다보고, 세상과 소통하며, 관점을 더 넓힐 수 있게 된다.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을 낳는다.

작가이자 역사가인 리베카 솔닛은 에세이 <멀고도 가까운>에서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글쓰기는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침묵으로 말을 걸고, 그 이야기는 고독한 독서를 통해 목소리를 되찾고 울려퍼진다.” 글쓰기는 이토록 매력적인 세상과의 연결이다.

손바닥문학상 수상자들이 전하는 글쓰기 팁

내 문장을 믿고 써라

소설이든 에세이든 글을 쓰면서 누구나 어려움을 겪는다. ‘무엇을 쓰고 어떻게 써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드는 막막한 순간도 있다. 글을 쓰면서 만나는 장애물을 어떻게 넘어야 할까.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한겨레21> 손바닥문학상 수상자들이 글쓰기 팁을 전한다.

“글은 나와 이야기하는 수단입니다. 현재의 나와 이야기할 수도 있고 20년 전 어느 한때의 나와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그때의 나에게 편지 한 통을 쓰는 마음으로 글을 쓰는 건 어떨까요. 그 평범한 글이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울림을 줄 수 있어요. 그렇게 편지를 쓰다보면 어느 순간 글을 쓰는 그 순간은 나와 대화하는 시간이자 쉼의 시간이 될 겁니다.”

―제1회 손바닥문학상 대상 수상 신수원씨

“최근 사회 이슈나 기사에서 힌트를 얻은 소재 말고 살아오면서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거나 반복해서 떠오르는 상념이 있다면 그걸 놓치지 말고 물고 늘어져서 쓰세요. 그게 바로 내가 가장 잘 쓸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사회 이슈를 소재로 쓰고 싶긴 하지만 잘 쓸 수 없다면 자신이 잘 쓸 수 있는 이야기를 써야 호소력 있는 글이 되니까요. 그리고 초고를 쓸 때 ‘기승’에서 멈추지 말고 ‘기승전결’까지 써보세요. 힘들더라도 끝까지 써봐야 내가 무슨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 정리됩니다.”

―제5회 손바닥문학상 대상 수상 서주희씨

“글을 처음 쓸 때에는 항상 두려웠어요. 이게 맞나. 이렇게 써도 되나. 그러나 이제는 남들이 내 문장이 별로다 하고 매력 없다고 해도 나를 믿고 계속 써요. 그래야 두려움 없이 글을 계속 쓸 수 있어요. 소설을 쓸 때 작품 속 인물과 친구가 되세요. 대화하면서 쓰면 좋을 것 같아요.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하면서 이야기하다보면 그 인물을 잘 알게 되고 글을 쓰기 수월해져요.”

―제7회 손바닥문학상 대상 수상 성해나씨

“멋부리는 글보다 투박하더라도 진정성이 있는 글을 쓰려고 애쓰세요. 그런 글이 다른 사람에게 잘 전달되는 것 같아요. 다른 이들이 읽었을 때 잘 이해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도 중요해요. 저는 옆에 있는 남편에게 보여주고 읽어보라고 해요. 글이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은 없는지 살펴봐달라고 했어요. 그렇게 자신의 글을 읽어줄 독자가 필요해요. 그렇게 한 편의 글을 쓰고 완성하는 기쁨을 느껴보세요.”

―제8회 손바닥문학상 가작 수상 김혜인씨

“매일 글을 쓰는 시간을 확보하세요. 오로지 글만 쓰는 시간을. 만약이라는 가정을 품고 그것을 글로 옮기는 작업을 꾸준히 해보세요.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지 알아가면서 내가 쓰고자 하는 세계에 가까워질 수 있어요. 글 쓰고 싶은 마음을 너무 소홀히 여기지 말고 그 마음을 잘 돌보며 쓰세요.”

―제9회 손바닥문학상 가작 수상 이혜재씨

글·사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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